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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기장/여성의 아름다움

[클릭! 취재 인사이드] 미국에선 사라진 알몸 투시 전신스캐너가 한국 공항에는 버젓이 있는 이유?


[클릭! 취재 인사이드] 미국에선 사라진 알몸 투시 전신스캐너가 한국 공항에는 버젓이 있는 이유?

  • 곽창렬·주말뉴스부 기자

  • 입력 : 2013.07.10 03:06 | 수정 : 2013.07.10 05:23

    
	곽창렬 주말뉴스부 기자
    곽창렬 주말뉴스부 기자
    지난달 미국 정부는 이른바 ‘알몸 투시’ 논란을 일으켰던 ‘전신(全身) 스캐너’인 ‘백스캐터(backscatter)’를 공항 검색대에서 전면 철수시켰습니다.(☞해당 기사 바로가기

    미국이 전신스캐너를 설치했던 것은 2009년 성탄절 연휴 이후 입니다. 당시 디트로이트 인근에서 노스웨스트 항공기에 대한 폭탄 테러 시도가 있었고, 이후 미국 보안 당국은 미국내 30개 공항에서 총 174개의 전신스캐너를 설치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보안, 보안’ 하고 외치던 미국도 전신스캐너를 퇴출시켰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전신스캐너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엑스레이파를 이용해 신체를 투시하는 제품과 다른 하나는 밀리미터파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이 두 가지를 모두 사용하고 있습니다. 엑스레이형 전신스캐너는 인천공항 출국장에 2대, 환승장에 1대가 있고, 밀리미터파형은 서울 김포공항과 부산 김해공항, 제주공항에 각각 1대씩이 있습니다. 도입 전부터 전신스캐너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밀리미터파 화상기에 투시된 인체 촬영 자료 / TSA 자료 사진
    밀리미터파 화상기에 투시된 인체 촬영 자료 / TSA 자료 사진

    도입 전부터 알몸 투시·방사능 노출 논란 증폭시킨 공항 검색대 전신스캐너


    가장 먼저 제기된 논란은 이른바 ‘알몸 투시’로 인한 사생활 침해입니다. 누군가 내 벗은 몸을 볼 수도 있다는 건데요, 전신스캐너를 속속들이 살펴본 전직 국토부 고위관계자는 “실제 전신스캐너를 마음만 먹고 해상도를 올리게 되면, 사람의 알몸을 거의 그대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어떤 경우에도 해상도를 올릴 수 없도록 조정을 해놨기 때문에 절대로 그럴 일은 발생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정부도 2010년 10월 전신 스캐너 도입 전부터 이를 의식했습니다. 당시 일부 언론과 국민이 전신스캐너를 ‘알몸투시기’라고 부르자. 정부는 ‘전신스캐너’가 정식 명칭이라고 강조하면서 알몸투시기로 부르지 말아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정식 도입 한 달 전에는 인천공항에서 취재 기자들을 대상으로 시연회도 열었습니다.

    그런데 2011년, 묘한 사건이 터졌습니다. 부산 김해공항에서 전신스캐너를 담당하는 요원 가운데 3명이 성범죄 경력자라는 사실이 드러난 겁니다. ‘알몸투시기를 조작해야 하는 사람이 성범죄 경력이 있다?.’ 이런 어이없는 사실이 알려지자 국토부는 즉시 검색 요원을 교체하고, 신분을 철저히 검증토록 하는 대응책을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승객들의 불안감과 찜찜함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엑스레이를 이용한 전신스캐너에서 나오는 방사능이 인체에 악영향을 끼칠 우려도 있습니다. 실제 유럽연합(EU)은 '방사능으로 인한 발암 위험이 있다'며 공항에 설치된 전신투시기 사용을 한시적으로 금지한 바 있습니다. '전신투시기에서 발생하는 방사선 수치가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20배 이상 높아 피부암과 같은 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등의 일부 연구 발표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EU 측이 정밀 조사를 진행한 결과 엑스레이형 전신스캐너를 한번 통과할 때 노출되는 방사능 수치는 우리가 병원에서 엑스레이 검사를 할 때 나오는 방사능의 1000분의 1도 안된다고 합니다. 전신스캐너를 한번 들락날락하는게 엑스레이를 한번 찍는 것보다도 훨씬 덜 해롭다는 것이죠. 그럼에도 EU는 유럽 내에 있는 공항의 모든 엑스레이 검색대는 상대적으로 방사능에서 자유로운 밀리미터파로 모두 바꾸도록 했다고 합니다.

    전신스캐너가 과연 그만큼의 구실을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합니다. 전신스캐너로 걸러진 범죄 용의자는 아직 한명도 없다고 합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주당 박기춘 의원실이 국토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신스캐너가 도입된 2010년부터 올해 5월31일까지 우리나라 전신스캐너 검색대를 거쳐 간 사람은 총 3만6126명입니다.

    이 가운데 아직 범죄 용의자가 전신스캐너에서 걸린 적은 없다는 것이죠. 뭣 하러 비싼 돈을 들여가며 그대로 두느냐는 것이죠.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전신스캐너는 원래 누구를 잡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1차 검색대에서 적발되는 사람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실제 미국에서도 전신스캐너가 불필요한 예산을 잡아먹는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왔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데로 미국 정부는 올해 들어 알몸 투시가 가능한 전신스캐너는 완전히 퇴출시켰습니다. 대신 신체 이미지는 직접 드러내진 않고 위험 물질이 있는 곳만 노란색 박스로 표시하는 새로운 스캐너를 공항에 설치했습니다.

    
	밀리미터파 전신 촬영 장치 / TSA 제공
    밀리미터파 전신 촬영 장치 / TSA 제공

    미국도 원래 우리나라처럼 엑스레이파와 밀리미터파 전신스캐너 모두를 사용했습니다. 알몸 투시 논란이 커지자 미 연방교통위원회(TSA)는 전신스캐너 제작 업체에 알몸이 드러나지 않도록 하는 제품으로 다시 만들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에 밀리미터파 전신스캐너를 납품하는 업체는 연방교통위원회의 요구에 충족하는 제품을 새로 제작했고, 이 때문에 미국 공항에는 알몸 투시가 불가능한 밀리미터파 새 스캐너가 깔리게 됐습니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나라에는 알몸 투시가 가능한 전신스캐너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알몸 투시 논란이 빚어지고 있음에도 교체하지 않고 있는거죠. 국토부 측은 “전신스캐너를 2010년 미국과 영국에서 전신스캐너를 들어올 당시 내구연한이 7년이었기 때문에 2017년 정도까지는 이 제품을 써야 한다”고 헸습니다.

    대신 절대로 알몸 노출에 대한 우려를 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전신스캐너를 통해 드러나는 신체의 중요 부위는 반드시 모자이크 처리를 하게 돼 있어, 어떤 경우라도 국민이 우려하는 장면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또 전신스캐너가 촬영하는 신체 사진은 절대 저장이 되지 않도록 제품이 설계돼 있으며, 전신스캐너 주위에는 CCTV가 설치돼 있기 때문에 검색요원이 조금이라도 나쁜 짓을 할 경우는 즉각 적발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김포·김해공항의 전신스캐너는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이 통과. 왜?


    전신스캐너 검색 대상자는 국내·외 보안기관, 즉 국가정보원이나 경찰·검찰, 외국 정보기관으로부터 사전에 통보를 받은 의심 승객과 1차 검색대를 통과하지 못한 승객입니다. 올해 5월까지 전신스캐너를 통과한 전체 3만6000여명 가운데 남자는 2만4964명, 여자는 1만1162명이고, 우리 국적자는 7926명, 외국 국적자는 2만8200명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게 하나 있습니다. 전신스캐너를 통과하는 전체 승객 수는 남성이 여성보다 2배 이상이 많은데 유독 김포공항과 김해공항의 경우 남성보다 여성 승객이 더 많이 전신스캐너를 통과한다는 겁니다. 2010년 10월부터 2011년 7월까지 김포공항에서 남성 205명, 여성 1963명이 전신검색기 검색을 받아 여성이 무려 10배 정도 많았습니다. 제주공항도 남성 573명, 여성 952명으로 여성이 남성의 1.7배나 많았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중년의 일본인 여성들 때문이라고 합니다. 김포공항이나 김해공항을 통해 들어오는 관광객 가운데는 중년 일본인 여성 관광객들이 많은데 이들이 1차 일반 검색대를 통과하지 못해 전신스캐너로 가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왜 40~50대 일본 여성 승객이 1차 검색대를 통과하지 못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깁니다. 바로 이유는 그들이 입고 있는 속옷과 액세서리 영향이 때문이라는 게 항공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입니다. 이들은 몸매 관리를 위해 배와 가슴을 압박하는 보정속옷을 많이 입는데, 속옷에 있는 철심이나 와이어 같은 금속이 1차 검색대를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또 배꼽이나 가슴 부위에 피어싱하는 승객도 꽤 있는데, 이 역시 1차 검색대를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는 게 국토부 담당자의 설명입니다. 물론 전신스캐너 검색이 싫으면, 공항 보안요원의 손으로 이뤄지는 촉수 검색을 받으면 됩니다.


    전신스캐너를 통과해야 하는 국민들은 여전히 뭔가가 찜찜합니다. “미국은 바꿨는데 우리는 왜 안 바꾸냐?”이런 불만을 충분히 제기할 수 있습니다. 한번 속시원히 이 찜찜함을 풀어줬으면 하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