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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전 대통령/한국을 빛낸 인물.

"폐허에서 지금까지 60년… 드라마 같은 한국성장을 함께"

"폐허에서 지금까지 60년… 드라마 같은 한국성장을 함께"

  • 전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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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3.05.20 03:02

    [1954년부터 근무한 주한美사령관 특별고문 브래드너씨 퇴임]
    농구 국가대표 박신자와 결혼… 거쳐간 주한美사령관만 14명
    "한·미 양국관계에 크게 기여" 4星장군이 군무원퇴임식 주관
    한·미 통틀어 이례적인 일… 보국훈장 국선장 수여도

    지난 15일 서울 용산 미군기지 연병장에선 제임스 서먼 한미연합사령관 주관으로 한미연합사 의장(儀仗) 행사가 열렸다. 권오성 부사령관도 참석했다.

     

    1954년부터 한국에서 근무했던 유엔사·한미연합사·주한미군사령부 사령관 특별고문 스티븐 브래드너(76)씨의 퇴임을 기념하기 위해서였다. 군인, 그것도 장군이 아닌 군무원 퇴임식을 위해 4성 장군 주관으로 군 의장행사가 열리는 것은 한·미 양국 모두에서 이례적인 일이다.

    연합사 측은 이날 행사를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다. 브래드너씨가 10년 전부터 투병 중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브래드너씨는 이날 비교적 건강한 모습으로 참석해 퇴임 연설을 했다. 미8군은 브래드너씨와의 인터뷰 내용을 별도로 홈페이지에 띄웠다.


    
	스티븐 브래드너 유엔사·한미연합사·주한미군사령부 사령관 특별고문(사진 가운데)이
    스티븐 브래드너 유엔사·한미연합사·주한미군사령부 사령관 특별고문(사진 가운데)이 15일 한미연합사령부 연병장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권오성 연합사부사령관(왼쪽)과 부인 박신자씨와 함께 이날 받은 보국훈장 국선장 훈장증을 들어 보이고 있다. /주한미군사령부 홈페이지
    브래드너씨는 1953년 예일대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뒤 1954년 방첩부대(CIC) 소속으로 한국에 왔다. 체포된 북한 간첩을 심문하거나 북한 권력 구조를 분석하는 게 주 임무였다. 군 복무를 마친 뒤 그는 한동안 대구 경북대에서 영어와 서유럽사 강사로 일했다.

     

    1961~1963년 미국 하버드대에서 동아시아 연구 석사 학위를 마친 뒤 그는 1964년 한국으로 돌아왔다. 군무원 신분으로 미8군에서 정보분석관으로 일하던 브래드너씨는 1971년 한국 여자농구 국가대표 출신의 박신자(72)씨와 결혼했다. 그는 1973년 주한미군사령관 특별부고문이 됐고, 1981년부터 특별고문으로 일했다. 1973년부터 그를 거쳐간 주한미군사령관만 14명에 이른다.


    브래드너씨는 퇴임 연설과 인터뷰에서 "60년 전 한국은 전쟁으로 폐허가 된 뼈저리게 가난한 나라였지만, 생존을 위한 한국인의 의지는 확고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서울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공사 중이던 8층짜리 반도호텔이었고, 한강에는 다리가 하나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브래드너씨는 50여년간 한국에 살며 한국의 경제 발전과 민주화를 목격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과 2002년 한일월드컵, 2010년 G20 정상회의가 치러지는 것을 지켜봤다. 그는 "한국인들은 빠른 속도로 역사를 움직여왔다"고 했다.

    그는 "일상의 소중함은 그것을 잃어버리기 전에는 깨닫기 어렵다"며 "지난 60년간 이러한 일상을 지켜낸 것은 정치인이 아니라 군인이었다는 것을 우리 모두 깨달아야 한다"고 했다. "꽃을 자라게 하고 작은 소녀의 얼굴을 미소 짓게 하는 것은 바로 여러분(군인)입니다. 여러분이 지키는 성루 뒤에는 세상에서 의미 있는 모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빛과 웃음, 빵과 가족입니다."

    서먼 사령관은 퇴임식에서 "브래드너씨는 한·미 양국 모두에게 국보(國寶·national treasure)"라고 했다. 서먼 사령관은 "브래드너씨는 지난 60년간 한국의 드라마 같은 급격한 변화를 목격했을 뿐 아니라 그 변화의 일부였다"며 "한·미 양국의 동반자 관계와 의사 결정 과정에 크게 기여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권오성 부사령관은 브래드너씨에게 박근혜 대통령을 대신해 보국훈장 국선장(國仙章)을 수여했다. 서먼 사령관은 마틴 뎀프시 미 합참의장을 대신해 최우수 민간 근무 공로상을 수여했다. 부인 박신자씨도 뎀프시 의장 명의의 우수 공공근로상을 받았다.

    브래드너·박신자 부부는 2명의 자녀와 4명의 손주를 뒀다. 브래드너씨는 60년 만에 고향인 미국 로드아일랜드주(州)로 돌아가 은퇴 생활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