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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의료/폐암,대장암(변+세포 DNA 분석)판별

폐암 명의 일산 국립암센터 조재일 교수와 완치환자 김철은 씨

폐암 명의 일산 국립암센터 조재일 교수와 완치환자 김철은 씨

암은 여전히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무서운 질병 중 하나다.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10만 명 이상의 암 환자가 새로 발생하고, 6만 5천여 명이 암으로 목숨을 잃고 있다. 남성 3명 중 1명, 여성 5명 중 1명꼴로 암에 걸리고, 남녀 모두 4명 중 1명이 암으로 사망한다. 그렇다면 암은 어떻게 예방하고, 예방하지 못했다면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현장에서 치열하게 암과 싸우는 의사와 암을 극복한 환자들을 만나본다.

2010년에 발표된 중앙 암 등록본부의 통계에 따르면 연간 폐암 발병 건수는 18,774건으로 전체 암 발생률의 10.5%를 차지한다. 남성암 발병률 3위, 여성암 발병률 5위인 폐암은 사망률이 더 암울하다. 폐암은 전체 암 사망률 1위다. 남성은 1999년부터, 여성은 2007년부터 변하지 않고 있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이다. 폐암의 발병 원인으로 발암물질 및 환경이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생각해본다면 앞으로도 발생률이 낮아질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폐암 분야의 명의 일산 국립암센터 조재일 교수와 그의 치료로 완치된 김철은 씨를 만나 폐암 극복기를 들어봤다.

김철은 씨(77)의 오른쪽 가슴이 언제부턴가 아파왔다. 문득 38세 젊은 나이에 왼쪽 가슴을 빼앗아갔던 유방암이 오른쪽 가슴으로 전이된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들어 곧장 병원으로 갔다. 다행히 유방암은 아니었지만, 폐암일 수도 있다는 충격적인 소견을 받았다. 당시 김철은 씨의 나이는 71세. 오진일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지고 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다른 병원에서 조직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폐암 1기 진단을 받았다. 초기 암이라며 다행스러워할 여유도 없었다. 작은 암 덩어리가 하나도 아니고 무려 다섯 개나 있었다. 정밀검사 결과 두 개는 단순 염증이었고, 세 개는 암 덩어리였다. 믿을 수 없었다. 지금껏 공기 좋은 동네에서 살아왔고, 담배 한 개비조차 입에 물어본 적 없다.

“처음 유방암 진단을 받은 날을 30년이 넘도록 한 번도 잊어본 적이 없어요. 그때는 의사도 환자도 암에 대해 잘 몰랐던 시대라 ‘죽을 병’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죠.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에요. 하지만 폐암은 달랐어요. 너무 무서웠어요. 암을 한 번 경험해봤기 때문이죠. 제 나이를 생각해보세요. 오죽하면 조재일 교수님을 만나자마자 첫마디가 ‘수술 말고 약은 없어요?’였겠습니까. 이겨낼 자신이 없었어요.”

암은 수술하면 더 빨리 번진다는 둥 고령이라 수술하면 몸이 견디지 못할 것이라는 둥 걱정을 하는 건지 아는 척을 하는 건지 알 수 없는 주변 사람들의 말들도 그녀를 더욱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그런 그녀를 설득한 것은 조재일 교수였다. 예후가 좋지 않은 말기 암 환자들도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치료를 감행하는 것으로 유명한 조 교수가 보기에 김철은 씨는 고령의 나이를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포기할 단계는 아니었다.

“김철은 씨가 처음 폐암을 진단받았을 때 좌우측 폐에 종양이 네 개 정도 있었습니다. 그중 한 개는 이미 폐암으로 진단된 상태였죠. 만약 다른 종양이 그 하나의 폐암 종양에서 전이된 것이라면 4기 환자였겠지만, 김철은 씨는 1기 폐암 종양이 동시에 3개 더 생긴 다중 암이었습니다. 보통 1기에서 3기 초까지의 환자들은 항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받게 됩니다. 하지만 김철은 씨는 수술 외에 다른 치료는 필요 없었습니다. 수술이 잘됐고, 경과도 좋았습니다. 현재 5년 넘게 재발하지 않아서 완치 판정을 했고요.”

김철은 씨는 수술을 하러 집을 나서던 날 아침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한다. 아들이 필요한 물건을 챙겨 먼저 현관을 나서고 그 뒤를 따라 현관문 손잡이를 잡는 순간, ‘난 이제 죽으러 가는구나. 이 문을 열고 다시 들어올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눈물을 왈칵 쏟았다고. 그렇게 죽을 날을 받아둔 심정으로 받았던 수술은 무사히 끝났고, 마침내 완치의 기쁨도 누릴 수 있었다.

까다롭고 조용한 폐암

폐암이란 폐에 생긴 악성 종양을 말하며, 발병 지점에 따라 원발성과 전이성으로 나뉜다. 원발성이란 기관지, 폐포 등 폐 조직에서 발생한 암을 말하는데 일반적으로 폐암이라고 하면 바로 이 원발성을 의미한다. 전이성은 다른 신체기관에서 발생한 암이 폐로 전이된 것이다.

폐암은 암세포의 형태에 따라 비소세포암과 소세포암으로 나눌 수 있으며, 각각 89%와 11% 비율을 차지한다. 비세포암에는 편평상피암, 선암, 대세포암이 있다. 편평상피암은 주로 폐 중심부에서 발견되는데, 주로 남성에게 서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흡연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인다. 선암은 폐의 말초 부위에서 흔히 발견되고, 크기가 작아도 전이가 잘된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에게도 나타나며 여성 환자가 많다. 대세포암은 빠르게 증식, 전이되는 경향이 있어 다른 비세포암에 비해 병의 경과가 나쁘다. 소세포암은 약 15~25%의 폐암 환자에게서 발생한다. 전반적으로 악성이 강해 림프절이나 혈액순환을 통해 다른 장기로 빠르게 전이되는 경향을 보인다.

폐는 생명 유지에 필요한 산소를 우리 몸에 공급하고 몸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한마디로 우리가 숨 쉬는 데 없어서 안 되는 장기이다. 폐는 운동을 하지 않거나 흡연 또는 유해물질로 한 번 손상되면 재생되지 않는다. 대신 폐의 약 40%만 있어도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고, 몸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정직하게 반응한다.

“흔히 알고 있다시피 폐암의 가장 큰 원인은 흡연입니다. 폐암은 선천적 유전자 이상이 드물고, 대개 후천적 유전자 이상으로 발생합니다. 후천적 유전자 이상은 흡연과 간접흡연, 석면과 같은 발암물질 또는 환경 방사능 등에의 노출 등 환경적 요소가 원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담배가 폐암의 원인이라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우리가 숨 쉬는 환경에 대한 이해는 부족한 것 같아요. 우리가 하루에 마시는 물이 평균 2.5~3.5ℓ입니다. 그에 비하면 우리가 하루에 들이마시는 공기는 5,000~10,000ℓ로 비교가 되지 않죠. 그런데도 우리는 좋은 물을 마시는 것에는 민감하면서 공기에 대해서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고 있습니다. 흡연 말고도 발암물질에 노출되지 않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고민을 시작할 때라 생각합니다.”

폐암은 100년 전까지만 해도 희귀암이었다. 그러나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면서, 산업이 점차 발달하면서 현재는 암 사망률 1위까지 올랐다. 암은 발암물질에 장기간 노출되어 유전자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수명과 관계가 있고, 산업이 발달할수록 공기 중 발암물질의 양이 늘어나므로 산업발달과 관련이 있다.

현재 알려진 폐암 예방법은 금연 외에 특별한 것이 없다. 그저 발암물질에 노출되는 것을 가급적 피하고, 스트레스를 과도하게 받지 않으며, 적당한 운동과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것 정도가 일반적인 예방법이다. 특히 폐는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좋아지고 사용하지 않으면 않을수록 기능이 떨어지는 만큼 적당한 운동으로 폐 기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모든 암이 그렇듯 폐암 역시 조기검진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기존 CT보다 방사선의 양이 훨씬 적으면서도 영상효과는 크게 차이가 없는 저선량 CT검사로 흡연자들의 조기검진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것이 매년 폐암 사망률을 조금씩 줄여가는 데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문제는 비용입니다. 국가 차원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시행하기는 역부족이죠. 그렇지만 흡연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개인적으로라도 반드시 저선량 CT검사를 해볼 것을 권합니다.”

폐암은 초기 증상이 없어 정기 건강검진을 통하거나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증상이 감기와 비슷해서 감기가 오랫동안 낫지 않으면 폐암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지만, 일반 사람들이 그렇게 연관짓기란 쉽지 않다.

대부분의 폐암 환자들이 4주 이상 기침이 계속되고 가래에 피가 묻어 나오거나, 이비인후과 검사에서 특별한 질환이 발견되지 않았는데도 성대가 마비되어 목소리가 쉬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 다음에야 병원을 찾은 경우가 많은데, 이는 폐암이 상당히 진행되었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다. 초기 증상이 없는 병인 만큼 자기 몸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재일 교수는 당부했다.

학설보다 속설이 더 많은 병

폐암 치료 역시 여타 암과 마찬가지로 수술, 방사선 치료, 항암 화학요법 이렇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수술은 일반적인 개흉술과 소형 비디오카메라를 장착한 내시경 기구를 이용한 흉강경 수술이 있다. 개흉술은 20~30㎝ 정도의 피부와 여러 층의 근육을 절개한 다음 갈비뼈를 벌려서 시술하고, 흉강경 수술은 2~5㎝만 절개하고 두세 개의 작은 구멍으로 내시경 기구를 삽입해 시술하기 때문에 흉터가 작고 통증이 적을 뿐 아니라 환자의 회복도 빠르다. 하지만 유착이 심하거나 병기가 많이 진행된 경우 등은 기술적인 이유로 흉강경 수술을 할 수 없어 개흉술을 한다. 수술로 완치될 확률은 5년 생존율 기준으로 1기가 60~80%, 2기는 50~60%, 3기는 20~30% 정도다.

방사선 치료는 1기부터 3기까지의 환자가 완치를 목표로 하거나, 재발 또는 전이된 암인 경우 증상 완화를 위해 시행한다. 전체 폐암 환자의 2분의 1에서 3분의 2 정도가 방사선 치료를 받는다. 항암 화학요법은 3~4주에 한 번씩 받는데 수술 전이나 수술 후에 받는 항암 치료는 기간을 정해놓고 하며 대개 3~4회 정도를 받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재발 혹은 전이 암에 대한 항암 치료로 기간을 미리 정해두지는 않는다.

1기부터 3기 초까지의 환자는 기본적으로 수술을 하고, 필요에 따라 방사선 치료나 항암 치료를 하며, 3기 이후가 되면 방사선 치료와 항암 치료를 동시에 시행하거나 항암 치료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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