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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역사(고고학)

[만물상] 美 대학 '온돌 기숙사'

[만물상] 美 대학 '온돌 기숙사'

  • 김태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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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3.04.25 23:21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20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건축가다. 그가 설계한 오리건주 고든하우스가 2001년 재개발로 헐릴 처지가 되자 많은 사람이 보존 운동에 나섰다. 결국 개발은 하되 고든하우스는 40㎞ 떨어진 공원으로 옮기로 했다. CNN은 고든하우스가 트럭에 실려 가는 과정을 생중계했다. 이 집은 미국 최초의 온돌식 난방 주택 중 하나였다.

    ▶라이트는 1914년 일본 제국호텔을 설계하러 도쿄에 갔다가 처음 온돌을 경험했다. 겨울날 저녁 식사 초대를 받아 건축주 집에 갔는데 방이 너무 추워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그런데 식사 후 옮겨 간 방은 영 달랐다. 갑자기 봄이 온 듯 방 안이 따듯하고 쾌적했다. 난방 기구는 어디에도 없었다. 라이트는 나중에 이 방이 한국에서 뜯어다 지은 한국식 온돌방이라는 걸 알았다. "바닥을 데우는 방식은 여태껏 본 것 중에 가장 이상적인 난방 방식이 아닌가." 그는 당장 제국호텔 욕실 바닥에 전기식 온돌을 들였다. 미국에 돌아가서도 서른 채 넘는 건물에 온돌을 도입했다. 라이트는 그렇게 해서 '개량 온돌의 원조'가 됐다.

    
	만물상 일러스트

    ▶온돌(ondol)은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도 올라 있는 한국의 발명품이다. 고구려 벽화에는 나오지만 신라·백제 기록엔 없는 걸 보면 추운 북쪽에서 시작돼 조선시대 들어 전국에 퍼진 것으로 짐작한다. 구한말 서울에 온 스웨덴 기자는 "코리안들은 밤에 펄펄 끓는 방바닥 위에서 빵처럼 구워지는 게 습관이 돼 있는 모양"이라며 신기해했다.

    ▶신라 때 지리산 칠불암 아자방(亞字房)에 들인 온돌은 한 번 불을 지피면 한 달 넘게 온기가 남았다고 한다. 아쉽게도 6·25 때 부서져 다시 지었다. 난로나 페치카를 쓰는 서양식 난방과 달리 온돌의 따끈한 바닥은 혈액 순환까지 북돋운다. 구들장으로는 운모(雲母) 화강암을 주로 썼다. 이 돌이 뜨거워지면서 핀란드 사우나처럼 원적외선을 뿜는다고 한다.

    ▶부영그룹이 미국 조지워싱턴대에 100실 규모 한국식 온돌 기숙사를 지어주기로 했다. 이 기숙사를 출발점 삼아 온돌 문화를 미국에 알리고 온돌식 주택 난방을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독일·프랑스 건축가들은 에너지를 아끼고 환경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온돌 원리를 응용한 온수 파이프 난방 장치를 개발하고 있다. 중국과 중앙아시아에서도 온돌식 아파트가 인기다. 그들이 '뜨끈한 온돌에 몸을 지지는 맛'을 들이게 되면 한국인,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도 그만큼 깊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