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취재 인사이드] 이외수 아들 못쓴 이야기
[참조] 앞으로 트위터 대통령 쓰지마라?
- 감혜림 주말뉴스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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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4.24 03:05 | 수정 : 2013.04.24 09:08
“아버지 책 안 읽고 트위터팔로잉 안 하지만, 나를 아들로 대해주길 바라는 마음도 있다”
감혜림 주말뉴스부 기자
조선일보 토요섹션 ‘Why(와이)’를 만들면서 이달 13일자에 소설가 이외수씨의 혼외(婚外)아들 논란 기사를 썼던 감혜림 기자입니다.
이 기사를 위해 지난달 30일부터 약 2주간 혼외아들과 친모 뿐 아니라 그들의 지인(知人), 이씨의 아내와 주변 사람들, 입양기관 등을 일일이 쫓아다니며 취재했습니다.
혼외아들 가족은 몇 년전부터 경북 모 지역에 내려가 살고 있었습니다. 지인들과도 연락을 거의 끊다시피해 그들을 찾아내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습니다. 토요섹션 마감을 하루 앞두고서야 겨우 혼외 아들을 만나 인터뷰 내용을 지면에 실을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그날 아들이 한 말들 중 차마 지면에 옮기지 못했던 내용들을 소개할까 합니다.
일부 내용을 지면에 싣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개인사(個人事)이긴 하지만 부모·자식 간의 인연을 생각하게 하는 것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소설가 아버지와 잡지사 기자 출신 어머니… 국문과 휴학 중인 27세 아들의 꿈은 만화가
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씨의 혼외아들은 시종일관 조심스럽게 답했습니다. 30세가 채 안된 청년이 너무 많은 일을 겪어서일까요? ‘아버지를 죽도록 미워하거나 유명한 아버지를 이용하려는 것 아닐까’ 했던 선입관과는 달랐습니다.이외수씨의 혼외아들이 한 살 되던 해인 1988년 9월 6일 찍은 사진. 혼외아들과 오씨, 이씨가 함께 찍은 유일한 사진이다. 오른쪽 뒷모습이 이씨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대여섯살 무렵 여관에 가서 아버지를 만난 것, 아버지가 내가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지켜봤던 것” 뿐이라고 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이후 지금까지 15년동안은 아버지를 직접 만나거나 전화 통화를 해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그는 경북의 한 대학 국어국문학과를 휴학 중입니다. 꿈은 만화가가 되는 것이라고 합니다. 소설가인 아버지와 잡지사 기자 출신의 어머니에게 영향을 받았나 싶었습니다. “꿈이 창작하는 것인데 어머니께서 교직 이수를 원하셔서 타협점을 찾았죠. 부모님의 영향을 받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감수성을 물려받았을 수는 있지만 절대적인지는 모르겠어요.”
그가 인터넷상에 웹툰을 연재한다고 해서 제목을 물었더니, “실력이 부족하고 자랑할 것이 아니라 말하기 곤란하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연락이 끊긴 아버지가 너무 유명해 더 서운하진 않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한참을 망설인 끝에 “서운하지 않다고는 못하겠죠”라고 했습니다. 그는 어릴 때 집에 있던 아버지의 책 2권을 읽은 이후로 한 번도 아버지의 책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인터넷에서 아버지 이름을 검색해보는 것도 최근 들어서야 해봤고, TV나 라디오에 아버지 모습이 나오면 채널을 돌려버렸다고 합니다. “왠지 민망하고 부끄럽고, 어머니께 잘못하는 것 같았다”는 이유였습니다.
“아버지에게 이메일을 보내거나 트위터를 팔로우한 적은 없나요?” “전혀 없었어요. 심리적으로 꺼려지더라고요.”
“이외수씨의 트위터를 보는 팔로어가 160만명입니다. 그 중 정작 아들은 없다는 사실이 속상하지는 않나요?” 또 확답을 피했습니다. “어느 정도 그런 마음은 있죠. 보통오히려 모르는 사람들은 자유롭게 팔로우하고 소통하지만 저는 오히려 거리감을 느끼고 피하게 되니까.”
이번엔 돌직구를 던졌습니다. “아버지가 아니었다면 이외수씨의 트위터를 팔로우했을까요?” “그건. 모르겠어요.”
“그렇다면 아버지가 아니었다면 그의 소설을 읽었을까요?” “읽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차라리 모르는 사람이면 낫지 않았을까요?” “그건모르겠어요.”
팔로우 160만명의 ‘트위터 대통령’은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감추고 싶었다”
“그래도 아버지여서 좋다는 말인가요?” “그것도 잘 모르겠어요.”
그는 “(아버지가) 날 안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면서도 “나를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아들로 대해주길 바라는 마음도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지난해 이름을 개명했습니다. 성경에 등장하는 사람을 딴 한글 이름이었습니다. “이름이 특이해서 놀림을 받기도 했지만, 새롭게 시작하고 싶었어요.”
이번 논란은 혼외아들의 친모(親母)가 이씨에게 양육비 청구 소송을 내면서 불거졌습니다. 이씨도 사실상 혼외아들의 존재를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번 논란에 대해 트위터로만 자신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팔로어가 160만명인 ‘트위터 대통령’다운 방식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씨는 혼외아들의 존재가 알려지자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면서도 “일부 언론의 보도나 억측(臆測)은 사실과 다르다. 음해성 악플이나 억측을 자제해달라”고 했습니다. 이후 25년전 대마초 혼숙과 관련한 해명이 거짓이라는 보도가 또 나오자 “신문이 다시 새로운 소재를 발굴해 이외수 죽이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악플에 시달리던 어느날 잘못을 바로 잡는 과정에서 (혼외 아들의 친모인) 오모 여인을 빼고 말했을 뿐이다.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감추고 싶었다”고 말해 네티즌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지요.
이달 16일 첫 재판이 끝난 뒤에도 “저쪽 변호사는 한마디도 못한 걸로 알고 있다. 처음부터 터무니없는 생떼였으니까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는 글을 올렸다가 삭제하기도 했습니다.
이외수씨 관련 보도에 대해 혹자는 표적을 정해두고 사생활을 턴다며 ‘망신주기와 낙인찍기’라고 하더군요. 기사가 나간 뒤 받은 독자 편지로 답을 대신하겠습니다.
“저는 혼외 아이를 키우는 50대 여성입니다. 정치가든 전(前) 대통령이든 공공연히 혼외자녀가 있음을 듣게 됩니다. 그런데 그들이 한 번도 깨끗이 그 사실을 인정하고 마땅히 자신들의 책임, 몫을 청산하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만천하가 다 아는 사실을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듯 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언론이 한 번도 책임을 묻지 않고 있을 수 있는 일쯤으로 덮어주고 지나가는 모습도 참 이상했습니다.
인간의 기본적인 책임도 다하지 않으면서 국민의 지도자니 따르라고 하는 양심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참 의아했습니다. 작정하고 실수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여자로서 생명을 지우는 일은 실로 쉽지 않습니다. 아이는 부모로부터 제대로 양육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한쪽이 그 책임을 지지 않은 채 안락한 생활을 누리고 산다면, 상대의 삶을 희생시키는 범죄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마비된 양심들이 지도자 또는 시대의 아이콘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이외수씨 한 개인의 일이 아닌 인간의 기본적인 양심과 책임을 묻고 지켜보는 의미를 갖는 사건이 되길 바랍니다.”- 감혜림 주말뉴스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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