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4.01 00:24
가족등록부에 이름 올려야…
신원노출 꺼리는 미혼모들 주저, 작년 6개월간 24분의 1로 급감
법이 잘못이다 - "청소년
미혼모 상황 고려 안해"
법은 잘못없다 - "미혼모 자립·지원책 더 알려야"

지난해 8월 개정 입양특례법 시행 이후 입양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허가받은 국내 입양은 25건으로, 한 달 평균 5건 정도에 불과했다. 2006~2011년 연평균 아동 1400여명(월평균 120건)이 국내 입양된 것에 비하면 24분의 1로 줄어든 수치다.
개정 입양특례법은 입양 아동의 인권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아동의 입양 여부를 가정법원이 최종 허가하도록 했다. 또 입양을 원하는 생모가 진지하게 생각해볼 기회를 주기 위해 숙려 기간을 7일간 갖도록 하고, 입양 기관은 양부모에게 아동 양육 교육을 하고, 아동 학대나 성폭력 등 범죄 경력도 조회하도록 했다.
하지만 개정 입양특례법 때문에 오히려 입양이 크게 줄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가정법원의 입양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아동 출생신고를 하면서 미혼모 가족관계등록부에 올려야 하는데 입양 전까지 이 기록이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신원 노출을 우려한 미혼모들이 정식 입양 절차를 꺼린다는 것이다. 입양 기관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입양을 기다리는 아동은 1200여명, 입양 대기 부모는 300여명가량이다.
입양특례법 재개정을 위한 추진위원회 상임대표 이종락 목사(주사랑공동체교회)는 "개정 입양특례법은 기초공사 없이 우선 집부터 올려놓은 모양"이라며 "사회나 제도가 아직 미혼모의 자립을 제대로 지원하지 못하는 상황인데도 법이 전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많은 청소년 미혼모는 가출해서 부모 모르게 출산한 뒤 아이를 입양 보낸다"며 "청소년 미혼모는 숙려 기간을 없애고 바로 입양 보낼 수 있도록 하고, 청소년 한 부모가 원할 경우 입양 기관의 장(長)이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법 자체는 문제없다는 주장도 있다. 미혼모자가족 복지시설인 애란원 한상순 원장은 "입양 허가 건수가 줄어들었다는 것만으로 개정 입양특례법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편협한 시각"이라고 말했다. 개정 입양특례법 시행 이후 미혼모가 스스로 아이를 양육하기로 결정하는 긍정적인 사례도 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원장은 "아이를 직접 기르며 자립할 수 있는 방법과 정부의 지원 등을 제대로 알려주기만 해도 직접 양육하겠다는 이들이 지금보다 훨씬 늘어날 것"이라며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후회 없는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청소년 미혼모는 오히려 입양 숙려 기간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법 개정 이후 가정법원 허가제 등 입양 절차가 까다로워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아동을 적법한 절차에 따라 입양하고, 자란 뒤 아동이 뿌리를 찾을 권리를 지켜주기 위한 것"이라며 "친부모가 직접 아이를 기를 경우 어떤 지원을 받는지 알려주고, 직접 아이를 기르는 것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것도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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