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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컴퓨터(빌 게이츠, 스티브잡스)

[빌게이츠 서울대 특강]① 내가 하버드 중퇴한 이유는

[빌게이츠 서울대 특강]① 내가 하버드 중퇴한 이유는

  • 박정현 기자
  • 노자운 기자

    입력 : 2013.04.22 19:10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 이사장이 21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강연을 위해 들어서고 있다. / 성형주 기자 foru82@chosun.com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 이사장이 21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강연을 위해 들어서고 있다. / 성형주 기자 foru8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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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 이사장)가 21일 서울시 관악구 서울대 근대법학교육 100주년 기념관에서 300여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도전정신과 혁신’에 대해 강연했다. 이날 강연은 이우일 서울대 공과대학장과의 좌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강연은 통역없이 영어로 진행됐다. 관심있는 독자를 위해 강연 전문을 게재한다.

    -이우일 학장: 오늘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를 모셨습니다. 이런 분을 직접 만나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빌 게이츠씨는 우리 세대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인물 중에 한 명일거에요.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한 혁신가일뿐만 아니라 빈곤층을 돕는 대단한 ‘휴머니스트’입니다. 게다가 그는 여러분과 같은 젊은 학생들과 대화하는 것을 정말 즐기는 사람이거든요.

    게이츠씨는 ‘창업자’, ‘회장’, ‘이사장’ 등 대단한 직함을 유지해온 분입니다. 그런데 오늘 이 자리에서 저에게 그냥 ‘빌’이라고 불러달라고 하셨습니다. 빌이 오늘 강연을 정말 솔직하고 친근하게 이끌어가리라고 생각해요.

    빌, 수백명의 학생들이 당신으로부터 혁신과 도전에 대해 듣기 위해서 모였습니다. 당신이 세운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은 빈곤·질병퇴치 등 인도주의적인 업적을 쌓아왔고요, 마이크로소프트를 떠난 이후로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난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힘쓰고 계십니다. 그럼 먼저 제가 질문을 하지요. 이번에 한국을 온 이유는 정말 다양하겠지만, 한국 방문 목적을 다시 한번 소개해주세요.

    -빌 게이츠: 한국 오게 되어 정말 기쁘네요, 저 한국에 5년만에 왔어요. 제가 마지막으로 한국에 왔을때에는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로 풀-타임으로 일하고 있었어요. 그때에는 LG전자(066570) (89,800원▲ 1,900 2.16%), 삼성전자(005930) (1,494,000원▲ 19,000 1.29%)처럼 PC(퍼스널컴퓨팅)를 만들고 있는 파트너 업체들을 만났었죠. 한국 기업들은 인터넷을 저렴하게 보급하고 모두에게 확산하는 역할을 참 잘하고 있는것 같아요.

    이번에는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의 업무상 방한하게 됐습니다. ‘테라파워’라는 새로 만든 원자력에너지 벤처기업과 한국의 협력을 논의할 예정이에요.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은 질병퇴치와 농업발전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혁신에 따른 혜택은 부유층이 먼저 누리게 되기 마련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가장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혁신의 수혜가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서 어떤 혁신을 이뤄낼 수 있을지 더욱 고민하고 노력을 해야하죠.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21일 서울대 근대법학교육 100주년 기념관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도전정신과 혁신'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은 강연에 참석한 한 학생이 제공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21일 서울대 근대법학교육 100주년 기념관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도전정신과 혁신'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은 강연에 참석한 한 학생이 제공했다.
    둘러보면 우리가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것들조차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예를 들어 가난한 나라서 태어나는 영유아는 부국에서 태어나는 영유아보다 사망률이 50% 높어요. 우리는 보건과학이든지, 의학이든지, 디지털 기술이든지간에 우리의 능력을 발휘해 이러한 점들을 개선하기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믿어요. 그런 맥락에서 저는 한국에 있는 뛰어난 과학자들, 엔지니어들과 만나고 박근혜 대통령과 만나서 헬스와 대체에너지 부문에서 어떻게 협력할수있을지 대해 논의하기 위해 오게 됐습니다.

    -이 학장: 지금은 서울대 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 전반적으로 정말 중요한 상황입니다. 40년전에 한국은 빈곤국이었는데 90년에 들어오면서 가난을 벗어났고 ‘제조 파워하우스’로 거듭났죠. 하지만 21세기가 되면서 과거의 성공을 위한 방식들이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어요. 우리는 뭔가를 만드는 것, 생산하는것을 잘하는데, 미래에는 단순히 생산이 아닌 새로운것을 창조하고, 혁신하는 방식이 중요해질겁니다. 어떻게 보면 ‘제조국’에서 ‘혁신국’에서 넘어가는 시기인거죠.

    박근혜 대통령도 ‘창조경제’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서울대에게는 가장 큰 과제이기도하고, 가장 큰 기회이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단지 시험 성적으로 성공을 측정하는게 아니라 더 다양하고 광범위한 기준으로 성공을 측정하는 문화를 만들어야한다고 주장합니다. 또 더 자유롭게 생각하고 더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대학원생들을 길러내야한다고 말하죠.

    이런 맥락에서 봤을때 당신이 하버드대와 같은 일류 학교에서 중퇴하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거든요. 특히나 한국 부모님들한테는 정말 말도 안되는 얘기잖아요.

    그래서 말인데 왜 하버드대에서 중퇴했는지 말씀해주실래요? (학생 웃음) 그리고 창의성은 학교에서 배우거나 학습할 수 있는건가요?

    -빌: 정말 좋은 질문이네요. 사실 우리 부모님도 제가 하버드대를 중퇴한다고 말했을때 별로 기뻐하지 않았죠. 부모님은 저를 값비싼 사립고등학교를 보내주셨고 하버드대 등록금도 내주셨어요. 그런데 몇년 후 마이크로소프트라는 회사를 만들 정말 특별한 기회가 오게 된거에요.

    당시 컴퓨터에 마이크로 프로세서 칩을 넣기 시작했는데 그건 컴퓨터 시장의 판도를 바꾸게 된 역사적인 일이었어요. 하지만 그 때 당시에만해도 컴퓨터 시장에 이미 몸을 담고 있었다는 사람들도 그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잘 몰랐을겁니다. 사람들을 당시 컴퓨터를 ‘매우 비싼 물건’으로만 생각하는데 익숙해져 있었거든요. 그런데 퍼스널컴퓨터(PC)라는 개념이 나오고 컴퓨터가 보급할 수 있게 저렴해지기 시작했어요. 단지 가격만 낮아지는게 아니라 컴퓨터가 개인적인 도구가 된다는 점에서 완전히 다른 성격이 제품이 되고 있던거죠.

    IBM과 같은 회사들도 그때에는 퍼스널 컴퓨팅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게될지를 잘 모르고 있었어요. 마침 폴 알렌(MS 공동 창업자)과 저는 퍼스널 컴퓨팅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고 그 흐름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저는 학위를 딸 시간이 없었고 중퇴하기로 선택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 이사장이 21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오연천 총장과의 면담 후 강연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 성형주 기자 foru82@chosun.com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 이사장이 21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오연천 총장과의 면담 후 강연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 성형주 기자 foru82@chosun.com
    그런데 사실 (중퇴를) 추천하지는 않아요.(학생 웃음) 대학 중퇴가 어떤 사람의 경우에는 옳은 선택이 될 가능성도 있겠지만, 학업을 중단하는게 성공을 위한 하나의 당연한 룰처럼 여겨지는 것은 원하지 않습니다. 대학 중퇴는 정말 예외적인 사례로 봐주세요, 그리고 대부분의 상황은 (학업을 중단할 정도로) 시급하지는 않거든요.

    한편 저는 어떤 것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지원이 있어야한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메시지와 동의합니다. (한국이) 과거에는 지원을 받는 ‘수원국’이었다가 이제는 관대하게 도움을 주는 ‘공여국’이 되고 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사례잖아요. 22일에 국회를 방문하는데 관계자들과 만나서 한국이 이러한 지원을 더 공격적으로 확대해야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입니다.

    다른 국가의 행적을 모방하는 것은 참 쉬운 일이에요, 과거에는 일본이나 미국 했던 행적들을 따라가는 것이 적합했던 것같아요. 하지만 지금은 한국의 기업과 기관들이 이미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더 이상 한국이 벤치마킹할 대상이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한국은 농업, 헬스, 소재공학, 핵에너지 이런 분야에서 혁신을 하려면 절대적인 한계(absolute frontier)를 노려야 합니다.

    물론 기술을 가져다가 생산을 하고 가치를 부과하는 것도 중요하긴 하죠. 이런 제조 능력도 잊지 않아야해요. 미국이 다시 제조업을 활성화하려고 하는 것도 제조업 현장에서 직접 느끼지 못하면 어떻게 혁신하는지를 잊게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에요.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혁신을 하려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이런 혁신은 인터넷에서 많이 볼 수 있어요. 특히 한국의 많은 인터넷 기업들도 혁신적인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창의성은 폭넓은 지식을 기반으로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같은 경우는 단순히 한 분야만 공부하는게 아니라 수학, 물리, 생물, 수학 등을 다 조금씩 알려고 했어요. 예를 들어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기 위해서 수학을 공부할 필요는 없지만, 수학을 알면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되거든요. 문제 해결능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해요. 저는 빈곤한 국가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기 위해서 1년에 서너번 이상 방문하면서 직접 둘러봅니다. 어떤 해결책이 있어야 난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어떤 해결책이 정말 영향력있는 변화를 가져올지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합니다. 어떤 해결책이 먹힐지 처음부터 다 알수는 없으니까요.

    저는 젊다는 것만으로도 창의성을 불러일으킨다고 생각합니다. 젊은 사람들은 세상을 볼때에 날 것 그대로를 보기 때문인데요. 요즘 세대의 과학은 어떤 모델을 형성하거나 어떤 많은 데이터를 보고 특정 패턴이나 통찰력을 얻는 것을 중심으로 돌아가거든요. 그런데 이제 막 성년이 된 젊은 사람들은 이런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요.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은 것을 생각하고 인지할 수 있죠. 반면 10년전에 학교를 다닌 사람들도 이런 점을 잘 모른 수가 있어요. 오늘날은 컴퓨터공학, 데이터 중심의 기술 개발이 핵심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공학도의 경우 공부할게 너무 많아질 수 밖에 없겠죠. 저는 학교를 떠나고 나서도 계속해서 공부를 하면서 광범위한 지식을 습득했습니다. 요즘같은 시대에는 인터넷이 발달해서 인터넷 동영상을 통해서도 정말 폭넓게 공부할 수 있잖아요. 여러분의 왕성한 호기심을 채워줄 수 있는 인터넷을 활용하세요.

    (2)편에서 계속

    조선비즈에서 단독 입수한 빌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의 서울대 강연 오디오 파일(1).
    조선비즈에서 단독 입수한 빌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의 서울대 강연 오디오 파일(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