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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고층건물의 유리 반사?

[르포] 네이버 사옥 햇빛 반사로 고통받는 분당 주민들

[르포] 네이버 사옥 햇빛 반사로 고통받는 분당 주민들

  • 박정현 기자

    입력 : 2013.04.15 06:44

    통유리로 만들어진 분당 NHN(네이버) 사옥 외벽 유리에 햇빛이 반사되고 있는 모습/사진=이명원 기자
    지난 11일 오전 10시 경기 성남 분당구 정자동. 구름 사이로 해가 살며시 드러나자 네이버(NHN(035420) (292,500원▲ 500 0.17%)) 사옥 ‘그린팩토리(GreenFactory)’의 통유리 외관에 한 고층 아파트가 거울처럼 반사됐다. 약 30m 떨어진 곳에 있는 미켈란쉐르빌 아파트가 비친 것이다. 통유리가 거울처럼 햇빛을 반사하며 태양을 등지고 그린팩토리를 마주한 아파트 창문도 반짝반짝 빛이 났다.

    지난 3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민사합의4부(김동진 부장판사)는 이 아파트의 주민 73명이 “네이버(NHN) 사옥의 통유리 외관에 비친 태양 반사광 때문에 눈이 부시다”며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해 주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 “아침마다 어지러워”…네이버 때문에 고통받는 분당 주민들

    이 아파트 D동의 26층에 사는 70대 할머니는 “아침마다 해가 뜨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몸은 건강한데 저기 큰 건물(네이버 빌딩)에서 비치는 반사광 때문에 골치가 아파 못 살겠다”고 말했다.

    A동 23층 주민 최모씨는 과거에 어린 자녀가 놀이방으로 사용하던 방을 이제 거의 드나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햇빛 반사광 때문에 아이들 시력이 나빠져서 안과에 데려간 적이 있어요. 반사광이 너무 심해서 바닥에 카펫도 깔았어요.”

    법원은 네이버에 “태양 반사광 저감시설을 설치하고 정신적·재산상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네이버 사옥이 반사하는 태양광은 일상적인 수준보다 약 3만배 정도 밝은 눈부심을 유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아파트 주민들은 해가 떠 있는 동안은 마치 태양을 마주하는 것과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셈이다.

    2003년 완공된 미켈란쉐르빌 아파트에서 햇빛 반사 문제가 된 곳은 네이버 사옥을 바라보는 A동과 D동이다. 2010년 네이버가 180m 높이의 28층짜리 통유리 건물을 지으면서 주민들의 재앙이 시작됐다. 이전까지 적당히 들어오던 햇빛이 네이버 건물의 통유리에 반사돼 직사광선처럼 내리쬐기 시작한 것이다.

    주민들은 해가 뜨는 아침 5~6시부터 직사광선이 집안에 그대로 들어온다고 호소했다. 주민들은 강한 자외선을 차단하기 위해 그동안 두꺼운 호텔용 커튼과 검은색 블라인드를 닫고 살아야 하는 고통을 겪어왔다. 그러다 보니 아침 8시에도 커튼을 닫고 대신 전등을 켜고 살아야 했다.

    이곳 D동의 25층에 거주하는 ‘네이버(NHN) 소송 대책위원회’ 김봉규 대표는 “아침마다 집 안 전체에 햇빛 반사광이 들어와 눈을 뜰 수가 없다”며 “내 집안을 마음대로 걸어 다닐 수도 없는 지경이 됐다고 말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네이버의 연두색 건물에서 반사된 빛 때문에 방 전체가 연두색으로 보이기도 했다. TV 브라운관에 태양광이 바로 반사되어서 오전 뉴스나 드라마도 볼 수가 없었다.

    김 대표는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세면실 안에 있는 거울에 반사되어 간단한 세수조차도 하기 어려운 지경이 됐다”며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은 아침마다 어지럼증을 호소하거나 눈과 피부가 따갑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곳 A동과 D동 주민들이 눈부심으로 가장 고통받는 시간은 오전 7시부터 11시까지다. 하루 자외선의 절반 정도가 이 시간대에 아파트를 덮친다.

    참다못한 이 아파트 거주자 73명은 2011년 정신적·재산상 손해배상 등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3차례에 걸쳐 아파트에 직접 방문해 조사한 다음, 피해가 일상생활에 치명적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주민 소송을 자문한 송동규 한양대 교수(건축학부)는 “사람이 태양을 직접 바라보는 것과 유사한 수준의 눈부심을 유발했다”며 “네이버 사옥이 생긴 뒤로부터 태양 반사광에 따른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네이버 소송 대책위 김봉규 대표는 “집을 구매하려고 온 손님들도 햇빛이 너무 심한 것을 보고는 그냥 나가버렸다”며 “3년에 걸쳐 소송하는 동안 네이버 임직원들은 사과 한마디, 전화 한 통도 없었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인터넷으로 소통하는 것으로 먹고사는 회사인데, 정작 주변의 주민들과는 전혀 소통을 하지 않고 있어요. 아무리 돈을 많이 벌었다고 하지만, 세상 그런 식으로 살면 안 되지….”

    ◆ 네이버 직원들은 최첨단 기술로 햇빛 차단

    이웃 주민들이 고통받는 동안에 네이버는 사옥 내부로 들어오는 햇빛을 차단하고 있었다.

    네이버는 사옥에 회사를 상징하는 연두색 계열의 수직 차양을 층층이 달아놓아 자연채광이 가능하면서도 동시에 햇빛의 방향과 양을 조절할 수 있게 했다.

    분당 네이버 사옥 내부에는 햇빛을 조절하는 연두색 수직 차양 9692개가 달려있다. 사진은 차양이 열린 상태/사진=박정현 기자
    햇빛이 강해지자 수직 차양이 자동으로 닫혔다./사진=박정현 기자
    이날 일시적으로 날씨가 흐려지자 수직 차양들이 자동으로 열려 햇빛을 조절했다. 잠시 후 햇빛이 강해지자 이번에는 편평하게 닫혔다. 네이버는 사옥 전체에 9692개의 수직 차양을 설치해 첨단화 시스템을 갖춰놓았다.

    주민들이 불편을 일으킨 통유리는 고급 유리였다. 그린팩토리를 둘러싼 로이복층유리는 자외선을 효과적으로 반사시키고 내부 온도는 유지해주는 유리다. 가격도 일반 유리보다 2~3배 비싸다.

    네이버는 자사 소개하는 책자에서 “컴퓨터 모니터에 비치는 외부의 빛이 문제가 된다”며 “직사광선이 들어오는 걸 막으면서 채광이 가능하도록 차양을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측은 “유리를 사용한 건물이 네이버 건물 외에 다른 건물도 있는데 왜 네이버만 상대로 문제를 제기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