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찌개라 부르고 싶은 김치찌개
입력 : 2013.03.25 09:00
맛있는 식탁. 김치찌개
가끔 사람들이 물어본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뭐예요?’
그런데 그런 질문을 받으면 선뜻 “이거다!” 라고 답할 수 있는 게 사실 없다. 골고루 다 좋아하기 때문이다. 도대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정말 뭐지?’ 곰곰이 생각해 본다.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숯불에 익혀먹는 것도 좋아하고, 회도 많은 양은 아니지만 특히 복어나 도미, 가자미, 민어 정도는 좋아하는 편이다. 산나물도 아주 좋아한다. 하지만 늘 먹는 음식은 아니다. 그렇다면 365일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을 만큼 편하고 부담 없는 음식은 무엇일까?
김치찌개가 가장 만만하다. 쉽게 접할 수 있고 아주 형편없는 수준만 아니라면 별 투정 없이 즐겁게 먹을 수 있다. 사정상 김장을 해서 먹을 수 있는 처지가 아닌 걸 아는 지인들이 가끔 김치를 한 통씩 선물(?)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냉장고엔 늘 잘 익은 김장김치로 가득하다. 굴김치, 동치미, 묵은 김치, 갓김치, 젓갈김치 등 지난겨울은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넉넉하게 들어있는 김치 때문에 늘 든든했다. 요즘은 잘 숙성된 김치를 잘게 썰어서 비빔국수에 얹어 먹는 게 낙이다. 하지만 ‘김치’ 하면 가장 만만한 요리가 김치찌개다. 김치로 하는 요리만큼은 수준급이라고 하고 싶지만, 십 수 년 간 요리만 해온 장인들에게 실례되는 일이리라. 어쨌거나 오늘은 김치찌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그런데 그런 질문을 받으면 선뜻 “이거다!” 라고 답할 수 있는 게 사실 없다. 골고루 다 좋아하기 때문이다. 도대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정말 뭐지?’ 곰곰이 생각해 본다.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숯불에 익혀먹는 것도 좋아하고, 회도 많은 양은 아니지만 특히 복어나 도미, 가자미, 민어 정도는 좋아하는 편이다. 산나물도 아주 좋아한다. 하지만 늘 먹는 음식은 아니다. 그렇다면 365일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을 만큼 편하고 부담 없는 음식은 무엇일까?
김치찌개가 가장 만만하다. 쉽게 접할 수 있고 아주 형편없는 수준만 아니라면 별 투정 없이 즐겁게 먹을 수 있다. 사정상 김장을 해서 먹을 수 있는 처지가 아닌 걸 아는 지인들이 가끔 김치를 한 통씩 선물(?)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냉장고엔 늘 잘 익은 김장김치로 가득하다. 굴김치, 동치미, 묵은 김치, 갓김치, 젓갈김치 등 지난겨울은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넉넉하게 들어있는 김치 때문에 늘 든든했다. 요즘은 잘 숙성된 김치를 잘게 썰어서 비빔국수에 얹어 먹는 게 낙이다. 하지만 ‘김치’ 하면 가장 만만한 요리가 김치찌개다. 김치로 하는 요리만큼은 수준급이라고 하고 싶지만, 십 수 년 간 요리만 해온 장인들에게 실례되는 일이리라. 어쨌거나 오늘은 김치찌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국민학교(필자에겐 ‘국민학교’가 더 정겹다.) 시절을 잠시 떠올려 봤다. 당시 살던 집은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진 슬레이트 지붕이 길게 하나로 연결되어 있고 그 아래에는 여러 집이 함께 연결된 아주 독특한 사택이었다. 교직에 몸담고 계셨던 부모님이 열심히 저축해서 처음으로 장만한 집이었는데 아마도 넉넉한 형편은 아니었던 것 같다. 가족이 사용하는 방을 제외하곤 나머지 방은 전부 전세로 내놓았고 부엌은 공용으로 사용했다.
부엌을 중심으로 오른쪽은 'J' 네가 살았다. 부모님과 3녀 1남으로 구성된 대가족이었던 걸로 기억된다. 1970년대 초반. 넉넉하지 못했던 그 시절 세 들어 사는 J네의 가정 형편은 더 어려웠을 것이라 짐작 된다. 그의 집 안에서는 항상 군내가 났다. 어디서 얻어온 것 같은 총각무가 한 겨울이 지나도록 커다란 솥 안에서 끓고 있었다. 김치찌개 보다는 무김치찌개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그 찌개 냄새가 어찌나 고약하던지, 필자에겐 제법 오랜 시간 ‘가난’을 상징하는 냄새로 남아있다. 그런데 이제는 추억이 됐고 너무나도 그립다.
대학 시절 방학기간에 친구네 집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보길도 옆에 있는 ‘노화도’라는 큰 섬이다. 거기서 난생 처음 애저라 불리는 돼지고기를 먹었는데 김치에 고춧가루 양념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의아했다. 물론 고추가 한국에 들어온 것은 임진왜란 후 일본을 통해서다. 지금과 같은 빨간 배추김치를 먹기 시작한 것은 역사적으로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공업화에서 정보화로 넘어가는 1980년대 초의 상황임을 감안해 보면 아무리 낙도였다 할지라도 아직도 의아스럽다. 나중에 친구의 아버님께 한번 여쭤봐야겠다.
손수레에 김장용 배추를 나르던 추억
보통 김장은 평균기온이 4℃ 이하로 유지될 때 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한다. 그래서 옛 어른들은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기 시작하는 11월 말에서 12월 초쯤에 김장을 했는데, 필자 역시 김장철이 되면 어머니를 따라 동네 인근에 있는 농수산물 시장에 나가서 김장용 배추 구입에 힘을 보태곤 했다.
어머니가 잘 여문 배추와 무를 비롯해 김장용 배추에 들어갈 다른 식재료를 사러 분주히 돌아다니실 때면 배추 가게 주인 옆에 붙어서 리어카에 배추가 개수대로 제대로 실리는지 열심히 눈으로 따라 세곤 했다. 집까지 배달된 김장용 배추가 마당에 놓일 때면 이웃들이 구경하러 왔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바빠지기 시작한다. 배추 절이는 일부터 시작하는데, 양이 많은 집들은 그 권위적인 아버지들이 배추 절이기에 가끔 동참하는 재미있는 광경을 목격하기도 했다. 동네 이웃들은 마루와 방에 나누어 앉아 남편과 자식 이야기까지 실컷 늘어놓으며 열심히 김치를 담갔다.
잠시 후 누군가 잘 삶긴 돼지고기를 알맞은 크기로 썰어 뜨거운 김 폴폴 날리며 밥상으로 가지고 오면 모두가 둘러 앉아 따끈하고 쫄깃한 돼지고기에 막 버무린 배추 잎을 돌돌 말아 먹었다. 새빨간 배추 속을 배추 잎에 한 가득 무쳐 입에 넣어주시던 어머니의 모습도 생생하다. 이젠 다시 만날 수 없는 풍경이라 더 아련하다.
최근 들어서는 지구 온난화에 핵가족화 그리고 식생활의 변화 등으로 예전만큼 김치 소비가 많지 않다. 게다가 홈쇼핑 방송을 통해 언제든지 잘 만들어진 완제품을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김장을 담그던 풍경도 먼 이야기가 돼버렸다. 참으로 아쉽다.
오미(五味) 그 이상의 맛이 김치찌개에는 있다
우리가 느낄 수 있는 맛은 다섯 가지가 있다. 짠맛[鹹]·쓴맛[苦]·신맛[酸]·매운맛[辛]·단맛[甘]이다. 그렇다면 김치는 과연 어떤 맛에 속할까.
김치라는 게 모르긴 해도 담는 사람에 따라 그 맛이 다양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한 마디로 정의하긴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김치의 매력은 발효 숙성 과정에서 발생하는 곰삭은 맛이다. 즉 발효되는 과정에서 생성된 깊은 맛, 톡 쏘는 맛, 새콤한 맛, 시원한 맛이 두루 어우러져서 절묘하게 삭은 맛.
음식을 만들 때 주재료로 사용하는 간장, 된장, 고추장 등도 다 발효에 의해 숙성된 삭은 맛인데 이것으로 만든 음식들은 평생을 먹어도 질리지 않는 것을 보면 분명 우리가 느끼는 오미(五味) 이상의 깊고 깊은 맛이 우리 김치에 들어있는 게 아닌가 싶다. 특히 지금처럼 한 겨울을 다 보내고 익을 대로 익은 김장 김치를 한 포기 꺼내 멸치나 콩나물, 비계가 적당히 붙은 돼지고기를 넣고 푹 끓인 김치찌개 한 냄비에 온 식구가 즐거운 것을 보면 말이다.
신김치를 대충 썰어 두고 돼지고기는 약간 기름기가 있는 것을 골라 한 입 크기도 썰어둔다. 파는 4~5cm 길이로 자른다. 냄비에 기름을 두르고 돼지고기를 넣고 볶아 색이 변하면 김치를 넣고 다시 볶는다. 물을 잘팍하게 붓고 고춧가루를 넣고 조금 더 넣어서 끓인다.
배추김치는 약간 신 것을 준비하여 대충 썰어 둔다. 그리고 돼지고기는 약간 기름이 있는 것을 골라 한 입 크기로 납작하게 썰어둔다. 파는 다듬어 반으로 갈라 4~5cm 길이로 자른다. 그런 다음 냄비에 기름을 두르고 돼지고기를 넣고 볶아 고기 색이 변하면 김치를 넣어 다시 볶는다. 그 다음에는 물을 붓고 고춧가루를 조금 더 넣어서 끓인다. 김치가 알맞게 물러진 듯 하면 파와 마늘 등을 넣어 잠깐 더 끓여낸다. 간단하지만 환상적인 김치찌개를 만드는 방법이다. 가끔 나중에 은퇴해서 내 김치찌개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조그만 가게를 갖고 싶은 꿈을 꾸기도 한다.
- (좌)은주정 김치찌개/(위)굴다리식당 김치찌개/(아래)장호왕곱창 김치찌개
먼저 서울시 중구 주교동 방산 시장 골목에 위치하고 있는 <은주정>이 떠오른다. 낮 시간에는 김치찌개만을 팔고 저녁에는 삼겹살만 판매하는데 삼겹살을 주문하면 김치찌개는 무료로 제공한다. 김치찌개에 고기도 알차게 들어있지만 무엇보다 쌈 채소를 함께 내주는데 만족도가 아주 높다. 푸짐하게 들어있는 고기를 건져서 쌈을 싸먹고 어느 정도 먹은 후에는 밥에 얹어 먹는데 맛이 일품이다.
서울시 마포구 신공덕동의 <굴다리식당>도 좋다. 김치찌개집으로 내공이 보통 수준을 넘는다. 가마솥에서 끓인 김치찌개를 낡은 대접에 퍼주는 점이 매력이다. 대부분 김치찌개와 제육볶음을 함께 주문한다. 달걀말이와 같은 반찬도 수준급이고 특히 무한 리필에 고객들이 감동한다.
서울시 중구 순화동의 <장호왕곱창> 역시 김치찌개 마니아들에게는 아주 사랑 받는 곳이다. 곱창 간판을 내건 집이지만 김치찌개 손님이 많다. 40년 이상의 역사가 있는 이곳은 이름처럼 곱창전문점으로 시작했다가 훌륭한 김치찌개 맛으로 김치찌개전문점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약간 불친절하다는 평도 있으니 친절 정도에 너무 민감하지 않은 무던한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그 외에도 수원시 만석공원 앞의 <신사강식당>도 가볼 만하다. 오래된 정육식당인데 수원에선 최고의 김치찌개집으로 소문나 있다. 점심시간에만 김치찌개를 판매하는데 많은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질 좋은 돼지고기를 넉넉하게 넣어주고 잘 숙성된 김치 역시 일품이다. 특히 ‘특’ 이라고 불리는 메뉴가 있는데 그건 단골들만 안다. 평소 가격에 1000원만 더 지불하면 구수한 돼지고기가 듬뿍 들어간다.
- 파워블로거 ‘아포리아’ 김인규
블로거 ‘아포의 맛집 탐방’ www.cozy95.blog.me
‘아포리아’ 김인규씨는 네이버 맛집 파워블로거로 맛집과 식재료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추억’에 근거해 풀어내는 것을 즐긴다. 허름하고 낡아도 오랜 역사력과 진정성이 묻어 있는 맛집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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