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먹거리(음식)/몸에 좋은 식품

입맛을 깨우는 다디단 나물, 충남 청양 원추리

입맛을 깨우는 다디단 나물, 충남 청양 원추리

입력 : 2013.03.18 09:00

이른 봄 가장 먼저 올라오는 원추리. 씹을수록 달고 시원한 맛이 일품인 이 봄나물은 새콤달콤하게 무치거나 된장찌개로 끓여 내면 밥 한 그릇이 뚝딱 비워지는 밥도둑이다. 섬유소와 단백질 등 영양분 또한 풍부해 이른 봄 원기회복을 위한 매일 반찬으로도 제격이다. 본격적으로 출하를 시작한 원추리의 맛이 궁금해 원추리의 본고장 청양군 죽림리로 가보았다.

“원추리는 한번 뿌리를 심어두면 거름을 주거나 따로 약을 칠 필요 없이 잘 자라요. 풀이 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은행 껍질을 밑에 깔아두면 따로 제초를 칠 필요도 없죠. 여린 잎을 모두 채취한 후 억세져서 식용으로 사용할 수 없는 원추리는 잘라서 거름으로 씁니다. 소비자는 유기농 식품이어 좋고 재배자는 따로 비용이 들지 않으니 최고의 농작물이라 할 만하죠.”

요리연구가 이보은은…

제사와 손님이 많은 딸부잣집 맏딸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자질구레한 음식 심부름을 도맡아 했다. 충청북도 진천이 고향인 친할머니의 넉넉한 손맛을 그대로 이어받아 토속요리를 잘하며, 그 덕분에 향토음식전시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한식 실용화 사전과 실용화 조리서 발간에 참여했고, 다수의 요리 단행본도 출간했다. 2010년부터는 쌀가루 홍보대사로 위촉되었다. 현재 16개의 국내 쿠킹쇼를 진행하고 있으며, <여성조선>을 비롯한 각종 잡지와 KBS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등 방송을 통한 다양한 활동으로 자신만의 요리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다.

원추리김가루숙채 올린 조밥

기본재료
기장조밥 4공기, 원추리 350g, 구운 김가루 5큰술, 들기름·들깨가루·다진 파 1큰술씩, 참치액·다진 마늘 1작은술씩, 소금 약간
만드는 법
1
원추리는 다듬어 씻어 소금물에 데쳐 찬물로 헹궈 물기를 뺀다.
2 데친 원추리와 구운 김을 볼에 넣고 참치액과 들기름, 다진 파, 다진 마늘을 넣어 조물조물 무친 후 소금으로 간한 뒤 들깨가루를 뿌려 버무린다.
3 뜨거운 기장조밥을 그릇에 담고 원추리김가루숙채를 소복하게 올려 낸다.
원추리와 김은 궁합도 잘 맞을뿐더러 김은 원추리의 맛을 훨씬 깔끔하게 한다. 김은 파래김, 돌김을 넣으면 영양이 더욱 높다.


시간이 키워주는 작물

산과 들에서 나는 나물은 대부분 독특한 향과 쌉싸래한 맛을 가지고 있기 마련인데, 원추리는 별다른 향이 나지 않는 반면 씹을수록 단맛이 나는 독특한 나물이다. 게다가 추위에 강해 봄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땅 위로 고개를 내미는 식물이기도 하다. 오랜 시간 우리 조상들은 이른 봄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원추리 어린잎을 나물로 무쳐서 먹고 여름에는 잎과 꽃을, 가을에는 뿌리를 건조시켜 차로 마셨다. 이렇듯 원추리는 잎은 물론 꽃과 뿌리까지 모두 식용할 수 있는 알토란 같은 식재료다.

충남 청양군 장평면 죽림리에서는 30년 전부터 원추리를 재배해왔다. 배산임수의 죽림리 냇가에는 예로부터 원추리가 빼곡하게 자라고 있었다. 이른 봄 아낙들은 이 원추리를 잘라 나물로 무치거나 국을 끓여먹었다. 먹을 것이 귀하고 냉장 시설이 발달되지 않았던 시절 먼 냇가까지 나와 원추리를 캐는 것이 번거로웠던 아낙 한두 명이 텃밭이나 울 안에 야생 원추리를 옮겨심었는데 의외로 잘 자랐다. 이때부터 재배된 원추리는 농사 기술의 발달로 이제는 한겨울에도 맛볼 수 있게 되었다.

“어린 시절 봄이 되면 어머니는 원추리를 살짝 데쳐 고추장에 새콤달콤하게 무쳐주시곤 했어요. 식구들 모두 원추리를 좋아하니까 텃밭에 원추리를 심어두고 필요할 때마다 잘라오셨는데 원추리라는 식물이 생명력도 강하고 한 번 잘라먹으면 2주 후에는 또 새잎을 내는 거예요. 식구들이 먹고 남을 정도로 양이 풍족해서 장날이면 새벽부터 원추리를 잘라 장에 내다팔기도 하셨죠.” 죽림리 원추리 작목반 반장 김주홍 씨의 설명이다.

1 1월 수확 후 두 번째 원추리를 채취하고 있는 죽림리 원추리 작목반. 칼로 쓱쓱 잘라 흙만 털어 박스에 담기만 하면 돼 채취가 간편하다. 2 이중수막 하우스에 들어서면 마치 빗방울이 떨어지는 것처럼 물이 순환하는 소리가 들린다. 3 6년 차 애기농부인 죽림리 원추리 작목반 반장 김주홍 씨와 그의 부인. 귀농 후 원추리와 취나물 등을 재배하고 있다.
현재 청양군 장평면에서는 죽림리를 비롯해 30여 농가가 원추리작목반을 조직하고 10여㏊ 규모로 원추리를 재배하고 있다. 수막시설을 갖춘 농가는 1월 10일부터 20일 단위로 3월까지 수확하고, 일반시설 재배농가는 4월 중순까지, 노지 재배는 5월 하순까지 수확·출하한다. 잎이 억세고 꽃이 피는 여름 하절기에는 농사를 짓지 않는다. 다른 작물에 비해 추위에 강하기 때문에 겨울에는 이중으로 비닐하우스를 씌우고 이중 비닐하우스 사이에 지하의 따뜻한 물을 끌어다가 계속 순환시키면 따로 난방시설 없이도 원추리가 자랄 수 있는 온도가 유지된다. 시설비는 거의 들지 않고 한 번 뿌리를 심으면 3~4번은 채취가 가능하다. 게다가 최근에는 원추리 소비가 계속 늘어 서울 가락시장에서 2㎏ 상품 한 상자에 1만2천원으로 거래되고 있는 만큼 농가 고소득 작물로 인기가 높다.

“가장 맛있는 원추리는 첫 번째 채취한 것이에요. 새순이 15㎝로 자랐을 때 첫 번째로 채취한 원추리는 두세 번째 채취한 것보다 식감이 훨씬 부드럽고 단맛도 많이 나는 편이라 국이나 찌개보다는 나물로 무쳐먹는 것이 가장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죠. 올해에는 엄동설한의 연속으로 첫 출하가 조금 늦었지만 1월 10일께 본격 출하를 시작해 3월 중순까지 수막 재배한 원추리를 맛볼 수 있습니다.”

  • 1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