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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교황

베드로광장선 "우리나라 출신 교황 나와야

베드로광장선 "우리나라 출신 교황 나와야" 응원전

  • 바티칸시티=이성훈 특파원
  • 입력 : 2013.03.14 00:49

    군중은 축제 즐기듯… 콘클라베 두번째 연기 검은색
    교황투표도 유력후보에 표 몰리는 '밴드왜건 효과'

    바티칸시티=이성훈 특파원
    13일(이하 현지 시각) 비가 흩뿌리는 가운데 이탈리아 로마의 바티칸시티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2만여명은 시스티나 성당의 굴뚝을 응시하고 있었다. 오전 11시 40분쯤 굴뚝에서 연기가 새어 나왔다.

    전날 저녁에 이어 또다시 검은색이었다.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투표회의)가 새 교황 선출에 실패했다는 뜻이다.

    예상했던 일이지만, 사람들의 얼굴엔 실망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과연 누가 가장 많은 표를 얻었을까? 모든 사람이 궁금했지만, 115명의 추기경 이외에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이날 오전 두 차례 투표를 마친 추기경들은 점심을 위해 숙소인 '성녀 마르타의 집'으로 돌아갔다. 이들은 오후 4시 50분부터 시스티나 성당에 다시 모여 재투표를 실시했다.

    교황이 되기 위해선 투표에 참가한 추기경 3분의 2(77명) 이상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이전 경우로 볼 때, 추기경들은 숙소에서 삼삼오오 투표 결과를 바탕으로 지지 후보에 대한 의견을 나눴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반복되는 투표를 거치며 유력 후보자를 중심으로 표가 모일 가능성이 크다.

    가톨릭 전문 매체 '내셔널 가톨릭 리포터'는 "2005년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첫 투표에서 50표 미만을 얻었지만, 두 번째 투표에서 65표, 마지막(네 번째)엔 84표를 얻었다"며 "교황 선출에도'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유력 후보에게 표가 쏠리는 현상)'가 작동한다"고 분석했다.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서 12일 교황 선출을 위한 콘클라베 시작에 앞서 추기경들이 비밀을 엄수하겠다는 맹세를 하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선거 결과가 공식 발표될 때까지 서신₩전화 등 어떤 통신 수단으로도 외부와 연락할 수 없다. 전면에 미켈란젤로의 벽화‘최후의 심판’이 보인다. /AP 뉴시스
    '신의 대리인'을 선출하는 경건한 의식이 진행되는 가운데, 광장의 군중 중엔 축제를 즐기듯 노래하며 춤을 추는 사람도 있었다. 마치 국가 대항전으로 치르는 월드컵 축구대회처럼 자국 출신 추기경이 교황이 되기를 응원하는 사람도 많았다.

    지난 12일 저녁 자신들을 '교황의 아이들(Papa boys)'이라고 소개한 이탈리아 젊은이 30여명은 '교황에게 충성을(Fedeli al Papa)'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흔들고 있었다. 대학생 마리아노(21)씨는 "최근 교황을 폴란드·독일이 차지했으니, 이번엔 이탈리아 차례다. (밀라노 주교인) 안젤로 스콜라 추기경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모국인 폴란드 국민 20여명은 흰색·붉은색의 국기를 흔들며 찬송가를 불렀다. 필리핀에서 온 관광객 10여명도 자국 국기를 흔들며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의 이름을 연호했다.

    코트디부아르에서 왔다는 가그봉(52) 수녀는 "누가 되든 하느님의 뜻이지만, 피터 턱슨 추기경이 된다면 아프리카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큰 희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나 출신 턱슨 추기경은 사상 첫 흑인 교황이 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