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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금융감독원

[기자수첩] 저축銀 피눈물 보고도… 아직 정신 못차린 금감원

[기자수첩] 저축銀 피눈물 보고도… 아직 정신 못차린 금감원

  • 손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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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3.03.11 21:29

    "임원은 검증된 사람이잖아. (몇 년 안에) 금방 나갈 사람인데 무슨 평가를 한다고 그래. 안 하는 게 맞지. 팀장도 200명이 넘는데 그 많은 사람을 어떻게 다 평가할 수 있겠어."

    11일 만난 금융감독원 간부 A씨의 이야기다. A씨가 언급한 '평가'는 금감원이 다음 주부터 시작하는 직원 청렴도 평가를 말한다. 외부 컨설팅회사에 의뢰해 금융회사로부터 향응을 제공받거나 업무와 관련한 부적절한 행동을 한 직원이 있었는지 걸러낼 예정이다.

    그런데 이번 평가는 금감원 임직원 32명당 한 명꼴로만 실시한다. 전체 1750명 중 국장·실장급 54명만 평가 대상이기 때문이다. 위로 원장, 부원장, 부원장보 등 임원 14명이 제외된다. 아래로 팀장(260명) 이하 직원이 모두 평가 대상에서 빠진다. 금감원 관계자는 "임원급은 평가할 방법이 마땅치 않고, 팀장들을 평가하려면 비용이 많이 든다"고 설명했다. 평가 결과를 인사에 반영할지는 결정도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임원과 팀장급 이하 직원들은 평가를 안 받아도 될까. 금감원의 전직 임원 B씨는 저축은행 대표로부터 골프 접대를 받고 백화점 상품권 등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고, 유죄(집행유예)가 선고됐다. B씨가 비리를 저지른 시기는 팀장을 맡고 있을 때다.

    부국장으로 퇴임한 C씨는 팀장 시절 부산저축은행에 "금감원 검사 정보를 제공해주겠다"며 먼저 돈을 요구해 현금 1억원을 받은 혐의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B씨나 C씨가 현재 재직 중이라고 한다면 청렴도 평가 대상에서 빠진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금감원은 국민과의 약속을 어겼다. 저축은행 사태로 여론의 질타를 받자 금감원은 2011년 5월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한 쇄신 방안'을 내놨다. 그중 첫째 약속이 '모든 직원에 대해 청렴도를 평가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저축은행 사태가 수면 밑으로 잦아드는 듯하자, 말을 흐리며 알맹이 없는 대책으로 슬그머니 빠져나가려는 것이다.

    저축은행 사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부실 저축은행들이 올해도 문을 닫고 있다. 피해 고객들은 아직도 국회와 금감원 앞에 몰려와 가슴을 친다. 금감원 임직원들만 저축은행 사태가 끝난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