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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몸으로 우주 낙하… 목숨건진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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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몸으로 우주 낙하… 목숨건진 비결은

  • 솔트레이크시티=박정현 기자

    입력 : 2013.03.08 10:41

    “초음속 자유낙하가 가능했던 것은 ‘리스크 매니지먼트(위기 관리)’ 덕분입니다. 단 몇 시간을 위해서 5년 동안 준비했으니까요.”

    고도 39km의 성층권에서 뛰어내린 극한 스포츠선수 펠릭스 바움가르트너는 7일(현지시각)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솔트팰리스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어도비 디지털 마케팅 서밋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바움가르트너는 “위험을 무릅쓰려는 게 아니라 위험을 통제하고 싶었다”며 “정말 위험한 일에 성공하려면 위험에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바움가르트너는 지난해 10월 미국 뉴멕시코주 로스웰에서 헬륨 풍선을 장착한 캡슐을 타고 39km의 성층권으로 올라간 다음 자유 낙하했다. 바움가르트너는 낙하한 지 49초 만에 최대 낙하 속도인 시속 1342km(마하 1.24)에 도달해 소리의 속도인 마하 1(시속 1224km)의 벽을 깼다.

    바움가르트너는 총 9분의 낙하 시간 중 4분 20초 동안 자유 낙하하다가 해발 1500m 상공에서 낙하산을 펴고 안전하게 착지했다. 이번 낙하 프로젝트를 위해 바움가르트너는 2011년에도 24km와 29km 상공에서 뛰어내리는 시험 낙하도 거쳤다.


    펠릭스 바움가트너(왼쪽)과 존 멜로 어도비 부사장(오른쪽)/사진=박정현 기자
    이날 강연은 어도비 디지털 마케팅 사업전략부의 존 멜로 부사장과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됐다.

    존 멜로=“사람들이 당신을 아드레날린 중독자라고 말한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펠릭스 바움가르트너=“나는 그렇게 생각한 적이 없다. 베이스 점프(고층 건물에서 뛰어내리는 것)를 할 때에도 특정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내가 뭘 해야 하는지 계획을 세운 다음에 그 계획을 추진했다. 나는 위험을 무모하게 무릅쓰려는 게 아니라 위험을 관리(risk manage)하고 싶었다. 준비하는 데 5년이 걸렸다. 자유낙하 훈련도 하고 우주복 실험도 하고 사람 없이 캡슐만 우주로 보내서 시험도 했었다. 그렇게 준비를 많이 했지만 한가지 모르는 게 있었다. 인간이 실제로 음속을 초월해서 낙하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하는 것이었다. 주변 사람들은 ‘만약에 잘 안 되어도 15초면 고통 없이 잘 끝날거야’라고 긍정적으로 말해줬다.”

    멜로=“함께했던 사람들도 많은 압박을 받았나.”

    바움가르트너=“날씨를 분석하는 담당자가 따로 있었다. 날씨 때문에 두 번이나 일정을 연기해야 했다. 날씨 담당자가 아마 나 다음으로 가장 많이 압박을 느꼈을 것이다.”

    멜로=“당신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이 또 있었나. 우주복은 어떻게 조달했나.”

    바움가르트너=“우주복을 고르는 것도 참 문제가 많았다. ‘데이비드 클락’이라는 우주복 제조사와 같이 일했는데, 처음에는 회사 브랜드 이미지에 손상이 있을까 봐 잘 협조해주지 않았다.”

    멜로=“당신과 함께 일했던 팀은 어땠는가.”

    바움가르트너=“팀이 좋아야 나도 잘 된다. 이건 정말 팀워크가 전부다. 팀 구성원 한 명 한 명이 모두 잘 해줘야 성공한다. 내가 죽느냐 마느냐가 팀원들의 손에 달렸었다. 헬륨 풍선 하나를 만드는데도 20여명의 인력이 투입됐다. 특히 이번 낙하 프로젝트는 우주 과학자들이 참 많았다. 과학자들이 많다 보니 한 가지의 문제에 대해 여러 의견과 전망이 나왔다. 그래서 내가 과학적 지식을 최소한이라도 배워서 결정을 내려야 했다. 어차피 내 목숨이 달린 문제니까 말이다.”

    이번 낙하 프로젝트에는 약 300명의 스태프와 70명의 과학자들이 참여했다. 자금은 모두 오스트리아 음료회사인 레드불이 후원했다.

    펠릭스 바움가르트너(왼쪽)가 39km 상공에서 자유 낙하에 성공한 뒤 환호하고 있다./사진=레드불 스트라토스
    멜로=“당신은 스스로 마케팅에도 능숙했던 것 같다. 어떤 점에서 마케팅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바움가르트너=“내가 베이스 점프에 처음 입문했을 때는 정말 미친 사람처럼 무모한 일을 다녔다. 그런 ‘무모한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없애고 위험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나만의 원칙을 세웠다. 특히 기업들의 후원을 받기 위해서는 목표가 있고 그 목표를 위해 철저히 준비하고 계획을 세우고 팀을 꾸릴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믿는다.”

    바움가르트너는 베이스 점프 선수였다. 초고층 건물에서 뛰어내리는 베이스 점프는 대부분 국가에서 불법이다. 바움가르트너 레드불 본사가 있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출신으로 1988년부터 레드불의 후원을 받으며 스카이다이버 선수생활을 했다.

    멜로=“베이스점프는 대부분 불법인데, 당신은 당당하게 보여주고 홍보하고 있다.”

    바움가르트너=“어디 높은데 올라가서 뛰어내렸다고 아무리 말해봤자 보여주지 못하면 누가 알아주겠는가. 당연히 동영상이 필요하다. 내가 뛰어내릴 때 관객들이 나의 눈높이에서 그것을 같이 느끼고 볼 수 있게 해야한다. 그래서 카메라 시험에도 상당히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온도가 빠르게 변하고 고속으로 움직일 때 견딜 수 있는 카메라를 개발하고 시험하는데 정말 시간이 오래 걸렸고 카메라 때문에 5년이 걸린 것이다. 나중에 미국항공우주국(NASA)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우리가 이뤄낸 것을 NASA 쪽에서 했더라면 11년까지 걸린다고 했다.”

    멜로=“마케팅 업계에서는 ‘결과’를 중요시한다. 당신은 이번 프로젝트의 결과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는가.”

    바움가르트너=“매우 기쁘다. 정말 대단한 도전이었다. 초음속이라는 기록을 깨는 것이 정말 대단한 업적이 될 것이라고 상상은 했지만, 이 정도로 크게 주목을 받을지는 몰랐다.”

    2012년 10월 15일 바움가르트너가 상층권에서 자유 낙하하는 장면은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되었고 800만명이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유튜브의 생중계 시청자수로는 역대 최대다.

    바움가르트너가 착지하고 나서 두 손을 들고 환호하는 사진은 페이스북에 올라온지 40분만에 22만개의 ‘좋아요’를 얻었고 2만9000번 ‘공유’되었다.

     

     

    http://www.youtube.com/watch?feature=player_embedded&v=g1TyP-xDO_s

     

    http://www.youtube.com/watch?feature=player_embedded&v=g1TyP-xDO_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