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2.05 03:02
평창 스페셜올림픽 크로스컨트리 출전 메츨러 '감동 드라마'
절뚝절뚝, 魔의 언덕서 멈춘발 코치인 아버지 "뛰어,
뛰어라"
결승선 통과후 감격 눈물 범벅… 그는 꼴찌 아닌 최후 승자였다
오른손이 마비돼 왼손에만 폴을 들고 경기를 하고 있는 라인하르트 볼프강 메츨러. /이준헌 기자

평창 동계 스페셜올림픽에 출전한 라인하르트 볼프강 메츨러(19·오스트리아)는 지적장애뿐 아니라 지체장애까지 가지고 있으면서도 '스키의 마라톤'이라는 크로스컨트리 프리스타일 10㎞를 완주했다. 그의 투혼은 이번 대회 최고의 감동 드라마였다.
메츨러는 4일 평창 알펜시아 노르딕센터에서 열린 이 종목 결선에 나섰다. 추진력을 내는 폴(Pole)은 왼손에만 쥐었다. 다섯 살 때 생긴 뇌졸중으로 오른팔의 기능은 거의 잃었다. 오른손은 마비되어 폴을 쥘 힘이 없었다. 제대로 자라지 않은 오른쪽 다리는 왼쪽 다리보다 6㎝ 정도 짧다. 키를 맞추기 위해 오른쪽엔 굽이 높은 특수 부츠를 신어야 했다.
프리스타일은 스케이트를 타듯 스키를 좌우로 지치면서 레이스를 펼친다. 메츨러같은 중복 장애인이 도전하기엔 버겁다. 특히 스페셜올림픽에선 10㎞가 가장 긴 종목이다. 이날 경기가 열린 알펜시아 노르딕코스는 초반에 긴 오르막길이 있다. 전날 폭설이 내리면서 코스에 새로 눈이 많이 쌓여 장애인 선수들이 레이스를 펼치기가 더 어려웠다.
제 기능을 하는 두 팔과 두 다리로도 달리기 벅찬 설원을 메츨러는 절뚝거리며 달리고 또 달렸다. 하지만 2.5㎞ 코스의 마지막 네 번째 바퀴를 돌 때 결국 체력이 바닥나고 말았다. 가파른 언덕 구간이 최대 난코스였다. 양다리에 고르게 힘을 주지 못하다 보니 언덕에서 자꾸 미끄러졌다. 코치이자 아버지인 프레들(50)씨는 힘을 내어 뛰라는 마음으로 "호프(Hopp)!"라고 외쳤다. 메츨러는 몸을 옆으로 돌려 옆걸음으로 한 발씩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오스트리아의 라인하르트 볼프강 메츨러가 4일 크로스컨트리 스키 10㎞ 프리스타일 경기 도중 넘어지자 일어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는 지적장애뿐 아니라 지체장애까지 가지고 있으면서도 1시간14분07초 만에 완주했다. /이준헌 기자

메츨러는 2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크로스컨트리 7.5㎞ 결선에서도 36분37초32로 완주했다. 성적은 역시 최하위였다. 크로스컨트리 스키는 두 살 때부터 아버지에게 배웠다. 다섯 살 때 앓은 뇌졸중 후유증으로 장애를 안게 된 다음에도 운동을 그만두지 않았다. 근육을 많이 사용하는 크로스컨트리 스키는 굳어진 몸을 풀어주기엔 더없이 좋은 치료였다. 메츨러는 "언제나 도전 자체를 즐기기 때문에 성적에 개의치 않는다"며 "저 같은 사람이 완주하는 모습을 보면서 누군가는 힘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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