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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음식)/중국서 수입 농산물

싸다고 좋아한 중국산 농산물 알고보니…

싸다고 좋아한 중국산 농산물 알고보니…

  • 김진 기자

    입력 : 2013.02.26 03:01

    [고추값 82%·양파 38% 급등… 중국산 인플레 충격]
    중국인들 소득 수준 높아져 야채·수산물 소비 늘었는데
    작년 흉작으로 생산량 감소… 원·위안화 환율도 계속 올라
    국내 생산 줄면 중국산 찾지만 수입량 감소로 가격 급등
    꽃게는 거꾸로 중국이 수입, 국내 가격 최근 38% 올라

    서울시 방학동에 사는 주부 이명숙씨는 25일 동네 야채가게에 갔다가 혀를 내둘렀다. 국산 야채 가격이 지난해보다 2~3배 올랐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저렴한 중국산을 구매했지만 그마저도 작년보다 3배 값을 치렀다. 이씨는 "양파와 당근 각각 1㎏, 양배추 1통을 모두 중국산으로 샀는데도 6450원이나 들었다"면서 "작년 이맘때는 중국산으로 사면 2000원대 중반이면 충분했다"고 말했다.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중국산 수입 농수산물 가격이 우리 가정의 식탁 물가를 위협하고 있다. 지금까지 중국산 수입 농수산물은 국내 농수산물 가격이 급격하게 오를 때, 이를 완화하는 완충재 역할을 일부 수행했다. 저렴한 중국산을 들여와 수요를 대체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 현지에서 농수산물 가격이 크게 뛰면서 수입 가격도 덩달아 오르고, 이것이 우리 식탁 물가까지 위협하는 연쇄 작용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치솟는 중국산 농수산물 가격

    25일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에서 중국산 양파 1㎏(상품)은 1900원으로 지난달(1350원)보다 39.6%나 올랐다. 당근과 브로콜리, 양상추 등도 지난해보다 각각 57%, 30%, 29% 올랐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산 고추(건조)는 1㎏에 6870원으로 지난해보다 무려 82% 급등했고, 밤(냉동)·양파(신선)·미꾸라지도 29~64%까지 올랐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중국산 수입 농산물 가격이 크게 오른 건 작년 매서운 한파로 현지 작황이 좋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당근의 경우 산둥성(山東省)과 푸젠성(福建省)에서 주로 수입하는데, 이곳 생산량은 전년에 비해 10% 정도 줄었다. 이 때문에 중국산 당근 수입량도 전년보다 10% 줄어든 8만2000여t에 불과했다.

    중국인들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질 좋은 야채와 수산물 소비를 늘리는 것도 가격 상승의 이유다. 이마트 원국희 바이어는 "중국인들이 꽃게 소비를 자국산으로 충당하지 못하고 우리나라에서 수입해 가기 시작하면서 최근 국산 꽃게 가격이 38%나 올랐을 정도"라고 말했다. 중국인들의 견과류 소비가 늘면서 미국의 아시아 수출 가격이 20% 뛰기도 했다.

    ◇위협받는 국내 밥상 물가

    문제는 중국산 수입 농수산물이 우리 식탁 물가의 완충재 역할을 하는 것을 예전만큼 기대하기가 힘들어졌다는 점이다. 1992년 12억달러였던 중국산 농산물 수입 실적은 지난해 45억달러(4조8889억원)로 4배 가까이 늘 만큼 중국산에 대한 수입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데, 중국 현지 가격이 오르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밥상에 많이 오르는 마늘과 양파, 미꾸라지 등 16가지 수입 농수산물은 중국산이 100%를 차지하고, 고추 등 3개 품목은 90% 이상이다. 서울 양평시장 한 상인은 "우리 가게나 다른 곳이나 농수산물 가게에서 중국산을 취급하지 않는 곳은 없다"며 "중국산 농수산물이 없다면 사실상 밥상 차리기 힘든 세상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연세대 함준호 교수(국제학)는 "경기 침체기에 중국산 농수산물 가격이 오르면 서민들이 식료품에 쓰는 비용이 증가하면서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원-위안화 환율이 오르는 상황에서 중국의 물가 상승은 우리 생활 물가에 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