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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재/서민의 살길(의,식,주와 교통,전기

[사설]서민 부담 늘리는 전기료 누진제 개편안

[사설]서민 부담 늘리는 전기료 누진제 개편안

입력시간 : 2013.02.15 07:00

정부가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현행 6단계에서 3~5단계로 축소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냉난방의 수요증가와 가전기기 보급 확대 등으로 주택용 전력 사용량이 증가하는 추세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누진제 단계가 축소되면 요금이 가장 비싼 구간과 가장 싼 구간의 격차가 11.7배에서 3~8배로 줄어든다고 한다.

문제는 누진제 단계가 축소되면서 적은 사용량으로 낮은 요금을 내던 저소득 가구의 요금 부담이 오르는 반면 전기를 많이 쓰는 가구 부담은 크게 줄어든다는 점이다. 누진제를 3단계로 줄일 경우 한달 평균 50kwh의 전기를 쓰는 가구는 3121원의 요금을 더 내야 하는 반면 450kwh를 쓰는 가구는 8738원의 요금을 덜 내고 601kwh를 쓰는 가구는 5만4928원까지 절감할 수 있다. 전기소비 절약을 유도하겠다는 누진제의 정신과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요금개편안인 것이다.

이러한 아이러니는 지난해 여름 폭염때 에어컨 사용 급증으로 일부 가구의 전기요금이 평소의 2~3배까지 부과된 데 대해 민원이 쏟아지면서 누진제 단계축소를 검토하게 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주택용과 관련된 전체 전기요금 규모는 그대로 둔 채 다소비 가구의 부담을 줄여 주려고 하다보니 엉뚱한 결론이 나온 것이다.

누진제 단계를 축소하더라도 전기를 최소 규모로 쓰는 가구에는 기존의 요금체계를 유지하는 것이 맞다. 에어컨을 사거나 전기장판을 마음껏 쓸 형편도 못되는데 지난달에 요금을 4% 올린 후 또다시 사실상의 요금인상을 강요하는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

대신 전력 과소비 가구에 대해서는 현행처럼 높은 누진율을 유지해야 한다. 지난해 여름 ‘전기요금 폭탄’이라는 민원이 쏟아지긴 했지만 평균 증가율만큼 사용량이 늘어난 가구의 요금증가율은 20%였다. 평소보다 2~3배 높은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은 가구는 아낌없이 전기를 썼다는 이야기다.

또 전체 전기 소비량을 줄이려면 전력판매량의 75%(2010년기준)를 차지하는 산업용 일반용 전기요금이 상대적으로 싼 만큼 올리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의 에너지 절감 캠페인을 비웃기라도 하듯 한여름과 한겨울에도 가게 문을 활짝 열어 놓은 채 냉난방기를 풀가동했던 상점들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