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2.16 03:02
[욱하는 한국인, 자제력 잃은 한국] [3] 외국인이 체험한 '한국의 도로 위 분노'
차선 변경한다고 경적
- "별 일 아닌
것에도 분노 폭발… 욱하는 한국 운전자들에 충격"
끼어든다고 창문 내리고 욕설
- "한국에 와서 맨 먼저 들은 말, 도로에서 들은
'XXX' 욕설"
해외선 로드 레이지 강력 대처
- 美선 도로서 위협 운전 땐 최고 12개월 징역까지
캐나다인 토니 메디나가 지난 14일 오전 9시 10분쯤 서울시청 앞 도로를 지나고 있다. 그는 이날 본지 취재팀과 함께 약 1시간가량 ‘도로 위 분노’를 체험했다. /성형주 기자

본지 취재팀은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 도로 위 분노'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 14일 캐나다인 메디나, 스위스인 라파엘 쿤츠(24), 독일인 니나 라두신(여·29)과 함께 서울 시내의 주요도로를 돌아봤다.
메디나가 탄 차량은 오전 9시 서울 광화문에서 출발했다. 남산 1호 터널, 한남대교, 올림픽 대로를 거쳐 지하철 2호선 강남역까지 가는 19㎞ 거리의 코스였다. 오전 9시 30분, 올림픽 대로에서 강남경찰서 방면으로 우회전하기 위해 4차선으로 차선 변경을 시도했다. 옆 차선을 달리는 차량 운전자들이 길을 열어주지 않아, 몇 번이나 브레이크를 밟아야 했다. 뒤따르던 SM5, 베라크루즈 차량 운전자들이 창문을 열고, 화가 난 얼굴로 메디나의 얼굴을 노려봤다. 내 차량 앞쪽을 왜 넘보느냐는 의미였다. 메디나는 "눈을 마주치면 욕설이 돌아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한국에서 운전할 때는 앞만 본다"고 말했다.

쿤츠는 3년 전 서울 강남구 도로 위에서 30대로 보이는 두 남성 운전자가 몸싸움을 벌이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는 "도로 한복판에서 주먹을 날릴 것처럼 감정이 폭발하는 모습이 놀라웠다"고 말했다.
오후 3시 10분쯤 성수대교에 이르렀다. 오토바이 운전자가 속력을 내더니 옆 차선으로 끼어들었다. 뒤따르던 택시운전자가 도로 한복판에서 갑자기 멈춰 섰다. 택시 운전자는 창문을 내리고 "야이, XXX야"라고 욕을 퍼부었다. 택시의 뒤에서 이 광경을 지켜본 라두신은 "한국에 와서 맨 먼저 들은 말이 길거리에서 들은 'XXX'라는 욕설"이라고 말했다.
한국 거주 6년째인 메디나는 2010년 서울 지하철 2호선 역삼역 부근에서 접촉사고를 일으킨 경험이 있다. 긁힌 자국도 없는 경미한 사고였지만, 상대방 차량에서 내린 30대 여성은 "일하러 가야 하는데, 당신 지금 어쩔 거야"라는 고함부터 질렀다. 메디나의 연락을 받고 현장에 온 보험회사 직원은 "왜 상대방과 싸우지 않았느냐. 화를 내지 않아서 당신이 가해자가 됐으니, 다음부터는 일단 화를 내라"고 질책했다고 한다. 메디나는 "미국·브라질·이탈리아·중국 등지에서 체류한 경험이 있는데, 도로 위에서는 한국 운전자가 가장 사납다"며 "차의 손상 정도와 무관하게 단지 '화가 났다'는 이유만으로 싸우는 나라가 한국"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로드 레이지(Road Rage·도로 위 분노)'에 대해 강력하게 대처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 조지아 주(州)에서는 괴롭히거나 위협할 목적으로 상대방 차량을 멈추게 하거나 꽁무니를 바짝 쫓아 운전하면 최고 12개월의 징역과 5000달러의 벌금형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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