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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누가 되든 버거운 숙제는 무엇…

교황 누가 되든 버거운 숙제는 무엇…

[중앙일보]입력 2013.02.13 00:04 / 수정 2013.02.13 01:00

콘돔허용·성추문·동성애… 낙태, 여성사제 서품 문제도
“가톨릭 권위 훼손 피하면서 현대사회 요구 수용이 관건”

가톨릭이 국교인 스페인의 주교회 의장 안토니오 마리아 로코 바렐라 추기경(오른쪽)이 11일(현지시간) 수도 마드리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사임 발표에 대해 “교황의 사임 발표는 우리를 큰 충격에 빠트렸으며 고아와 같이 버려졌다는 느낌을 받게 했다”고 말했다. 뒤쪽으로 교황의 초상화가 보인다. [마드리드 로이터=뉴시스]
지상에서 신을 대리하며 12억 신도를 이끌어온 가톨릭 교회의 수장이 “몸과 마음의 기력이 쇠퇴했다”며 11일 사임했다. 초유의 사태지만 사실 지칠 만도 했다.

베네딕토 16세는 8년 재임 기간 동안 전임자 요한 바오로 2세가 설정한 방향을 따랐다. 하지만 보수적인 가톨릭에 대한 변화 요구는 무시할 수 없는 수위였고 교황의 인기는 계속 떨어져만 갔다. 교회의 권위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현대사회의 요구를 수용하기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가톨릭 교회가 권위주의의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분석할 정도다. 차기 교황이 누가 되든 가톨릭 역사상 가장 어려운 시점에 등극하는 교황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교황이 풀어야 할 핵심 과제는 다섯 가지다.

 첫째 콘돔 사용 허용과 에이즈 문제다. 가톨릭은 인위적인 산아 제한을 금하고 있다. 베네딕토 16세는 3년 전 “제한적인 상황에서 콘돔을 사용할 수도 있다”는 발언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그가 예로 든 제한적 상황이란 ‘남성 성매매 종사자가 에이즈 감염을 피하기 위해 사용하는 경우’다. 이성끼리는 여전히 콘돔을 사용해선 안 된다. 2009년 베네딕토 16세는 아프리카 방문 당시 에이즈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자 “콘돔 보급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오히려 악화시킨다”고 해 비난을 샀다. 차기 교황은 이 입장을 고수할지 결정해야 한다.

 다음은 가톨릭 사제의 성추문이다. 2010년 불거진 가톨릭 성직자의 아동 성추행 문제는 베네딕토 16세를 가장 괴롭힌 문제다. 유럽과 미국에서 수십 년간 사제들의 성추행이 있었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교황은 이 일을 “입에 담을 수 없는 범죄”라며 피해자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바티칸이 여전히 철저한 조사에 미온적이라며 실질적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동성애와 동성 간 결혼 허용 문제도 과제다. 프랑스와 영국에선 동성 간 결혼이 곧 합법화될 전망이다. 바티칸에 닥친 또 하나의 시련이다. 진정한 가족은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다는 게 바티칸의 공식 입장이다.

 낙태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다. “성폭행으로 임신한 경우에도 낙태는 윤리적 범죄다.” 베네딕토 16세의 후원으로 바티칸 3인자인 주교회의 의장에 오른 마크 우엘레 추기경의 2010년 발언이다. 이는 낙태에 대한 현 바티칸의 시각을 잘 대변한다. 여성의 몸에 대한 주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여성단체의 비판을 사고 있다. 우엘레 추기경은 차기 교황 후보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여성 사제 서품 문제가 있다. “예수가 새로운 이스라엘의 아버지로 고른 12사도는 모두 남성이었다”는 게 기존 입장이다. 교황이 2007년 설교에서 “물론 제자들 중엔 여성도 있었고 그들도 능동적 역할을 했다”고 덧붙인 게 진전이라면 진전이다. 하지만 여성 신도들의 마음을 살 만한 정도는 아니다. 지난해 4월 교황은 여성 사제 논의에 대해 “여성의 사제 서품을 금하는 것도 성스러운 구조의 일부”라고 못박았다.

전영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