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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재/직거래(값싸고,농민,건강살고)

아파트 단지 옆 비닐하우스 700동… 유기농 채소 20분만에 가락시장에

아파트 단지 옆 비닐하우스 700동… 유기농 채소 20분만에 가락시장에

  • 이옥진 기자

    입력 : 2013.02.04 03:07

    [첨단 농업, 억대 부농] [1] '도시 농장' 운영하는 서울 강동 최재일·문홍기씨
    도시 재배로 유통비 절감하고 '당일 수확·당일 판매' 원칙
    1년 만에 月매출 5000만원… "값싼 수입농산물에도 끄떡없어"

    서울 강동구 고덕동엔 특이한 도시 농장이 있다. 서울의 동쪽 끝인 이곳엔 큰길을 사이에 두고 한 편에는 아파트촌, 다른 한 편에는 비닐하우스촌이 있다. 약 49만5000㎡(15만평)의 부지에 비닐하우스 700여동이 모여 있는 이곳은 강동구 농부들이 상추 등 채소를 기르는 공동 농장이다. 지난 1일 오후 한 비닐하우스에서 최재일(38)씨와 문홍기(51)씨가 치커리를 수확해 상자에 담고 있었다. 장화를 신고 팔 토시를 했지만, 옷 여기저기엔 진흙이 묻어 있었다. 최씨와 문씨는 영농 경력이 각각 17년, 20년인 베테랑 농부이자 억대 부농이다. 이들은 자신을 '도시 농부'라고 소개했다.

    "도시 농부는 가까운 곳에서 키운 싱싱한 농산물을 이웃한테 파는 사람입니다. 농부는 다들 '깡촌'에 있다고 생각하잖아요. 우리나라 인구 절반 이상이 도시에 사는데, 시골에서만 농사지으라는 법 있나요? 오히려 가까운 곳에서 지어 배송·유통비가 안 드니 이윤이 더 남죠." 최씨는 '당일 수확·당일 판매' 원칙도 고수한다. 현지에서 생산해 현지에서 소비하는 '로컬 푸드(지역 농산물)'의 전형이다.

    도시 농부 최재일(왼쪽)씨와 문홍기씨가 비닐하우스에서 서로의 손을 마주잡고 있다. 이들은 ‘현지 생산·현지 소비’라는 로컬 푸드의 성공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진한 기자
    최씨와 문씨는 2011년 11월 다른 강동 농부 2명과 함께 1억3000만원을 모아 '강동도시농부'라는 사회적 기업을 만들었다. 강동도시농부는 농산물 유통회사로 강동 지역 30여 농가에서 농산물을 떼다 주민에게 판다. 현재 지역 아동복지센터 20곳에 먹을거리를 납품하고 있고, 일반 가정에 채소·달걀 등 농산물 1주일치를 한 번에 배달하는 '꾸러미 사업'도 한다. 12㎡(4평) 남짓한 농산물 매장도 냈다. 1년 정도 된 신생 회사인 강동도시농부의 현재 월 매출은 5000만원 정도다.

    최씨 등은 토지에 광합성균을 공급해 땅을 젊게 만드는 미생물 농법을 도입했다. 비료도 일반 비료보다 50% 더 비싼 유기질 비료를 쓴다. 지하수 재활용과 난방비 절감을 위한 순환식 수막재배시스템도 갖췄다. 이런 생산법을 쓰면 비용이 일반 농법의 2배에 달한다. 하지만 이들의 생산품은 다른 유기농 제품과 비교해도 가격이 싸다. 중간 유통 비용이 워낙 낮기 때문이다. 부산에서 재배되는 농산물도 서울 가락동시장에서 경매가 이루어지기까지 6시간 이상 걸리지만 강동농부의 농산물은 20분이면 가락동으로 달려간다. 이들은 "싸고 안전한 친환경 먹거리를 생산하는 게 우리도 살고 소비자도 사는 길"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농산물 개방으로 값싼 수입 농산물이 들어오더라도 도시 농부는 끄떡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연간 억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 현재 서울에서 가장 크게 채소 농사를 짓는 최씨는 농지 8000평에서 상추, 열무, 치커리 등 12종의 채소를 연간 10t가량 생산해 4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문씨는 작년에 호박, 오이 등을 심어 매출 1억원을 올렸다. 최씨는 고교 졸업 후 "아무 목표 없이 대학에 가느니 개인사업 하겠다"며 대학 진학을 포기한 뒤 집안 농사일을 거들다가 농사에 재미를 붙였다. 그는 물려받은 농지 3000평을 어느새 3배로 늘렸다.

    최씨와 문씨의 꿈은 지역에 있는 농가 60여곳을 결합해 '큰 강동도시농부'를 만드는 것이다. 문씨는 "언젠가는 이 동네 농부들이 다 같이 뭉쳤으면 좋겠다"고 했다. "우리 동네 먹을거리는 우리가 책임지는 거죠. 혼자서 하면 경쟁력이 떨어지는 게 농사이기 때문에 낙오되는 농가들까지 보듬어 가는 것도 우리의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