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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우주항공(나로호 성공)

[나로호 발사 성공] '발사' 보여주기 집착… 국산 로켓개발 10년 허송하고도 3년째 표류

[나로호 발사 성공] '발사' 보여주기 집착… 국산 로켓개발 10년 허송하고도 3년째 표류

  • 이영완 기자
  • 이길성 기자

    입력 : 2013.01.31 03:04

    독자 로켓 추진하다 1998년 北 대포동 미사일 발사에 충격
    2002년 자체 개발 포기하고 결국 러시아 1단로켓만 들여와
    2010년 국산화 나섰지만 나로호에 인력 동원, 예산도 깎여

    나로호 1·2차 발사에 연거푸 실패한 뒤 2010년 정부는 한국형 발사체 프로젝트에 본격 착수했다. 2021년에 1.5t의 실용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는 우리만의 발사체를 개발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목표를 이루려면 한시가 급하지만 정작 '지난 2년을 허송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10년을 표류한 나로호 때의 시행착오를 다시 되풀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리 정부는 원래 1990년대 후반 우주로켓 독자 개발을 추진했다. 하지만 1998년 북한이 대포동 미사일을 발사하자, 우주로켓 발사 일정을 앞당겼다. 독자 개발로는 도저히 시간을 맞추지 못해 2002년부터 러시아에서 기술 도입을 추진했다. 결국 청와대가 지시한 2005년보다 1년 늦은 2006년 한·러 양국은 기술 이전 없이 러시아가 만든 1단 로켓을 그대로 들여오기로 합의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정부는 나로호 사업에서 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이 폐쇄적인 연구로 산업체의 협력을 끌어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2011년 항우연에서 독립한 한국형 발사체 사업단을 출범시켰다. 2021년까지 배정하기로 한 예산은 1조5000억원. 사업단 관계자는 "개발 스케줄을 지키려면 예산을 조기에 집중적으로 집행해 발사체 개발에 필요한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프로젝트의 경우는 예산 집행률이 50%밖에 안 될 정도로 지지부진하다. 200여명이 채 안 되는 발사체 연구 인력도 수시로 나로호에 차출됐다. 독립적인 조직을 만들었지만 정작 사람과 돈이 제대로 지원되지 않은 것이다. 건국대 이창진 교수(항공우주정보공학과)는 "한국형 발사체가 성공하려면 우리 대기업들이 뛰어들어야 하는데 지금 같은 예산 규모라면 기업들이 뛰어들 동기가 없다"고 말했다.

    예산 삭감에는 나로호 실패의 여파가 컸다. 국회 등에서 실패에 대한 징벌적 성격으로 한국형 발사체 예산을 줄인 것이다. 2011년 김창경 당시 교과부 2차관(과학 담당)은 한국형 발사체 예산 삭감을 주장하는 국회에 대해 "그렇게 예산을 줄일 거면 차라리 로켓 개발을 안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시험 시설 건설이 마냥 늦춰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승조 항우연 원장은 "75t 로켓의 핵심 부품은 이미 개발을 마쳤다"며 "이 부품을 시험할 시험 시설이 없어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우주 전문가는 "세계 최고의 민간 발사체 모델인 미국 스페이스-X사의 팔콘 로켓도 NASA의 인력과 기술을 다 넘겨받고도 9년이 걸렸다"며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재정 집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