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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역사(고고학)

국보급 불상 2점, 절도범이 일본서 들여와

국보급 불상 2점, 절도범이 일본서 들여와

김정훈·윤희일 기자 jhkim@kyunghyang.com

ㆍ문화재청 “위작” 반입 허용… 일, 두 달 뒤 “절도” 알려와
ㆍ진품 재감정 땐 되돌려줘야

일본에서 사라진 신라~고려시대 국보급 보물 2점이 ‘위품’으로 잘못 감정돼 부산항으로 반입된 사건이 벌어졌다. 절도범은 잡혔고 당시 감정을 맡은 문화재청은 재감정 등 확인 작업을 거쳐 일본으로 되돌려줄지를 결정할 계획이다.

지난해 10월8일 일본 나가사키(長崎)현 쓰시마(對馬)시 가이진(海神) 신사에 있던 국보급 불상인 동조여래입상과 관음사에 있던 금동관음보살좌상이 잇따라 도난당했다. 불상들을 훔친 용의자 ㄱ씨(69) 등 일당은 당일 후쿠오카발 부산행 여객선을 거쳐 부산항으로 두 불상을 반입했다. 훔친 불상은 국보급이지만 국내 반입은 뜻밖에 쉬웠다. 부산항에서 정상적인 통관 절차를 밟았으나 문화재청이 감정을 잘못했기 때문이다.

동조여래입상(왼쪽)·금동관음보살좌상


부산세관은 당일 부산국제여객부두 문화재감정관실에 감정을 의뢰했고, 문화재감정관실은 두 불상을 ‘제작된 지 100년이 안된 위조 골동품’이라고 판정해 반입을 허용했다.

두 불상의 감정판정을 받은 부산세관은 용의자 ㄱ씨가 불상을 정상적으로 구입한 영수증을 제시했기 때문에 무관세로 현장에서 통과시켰다.

그러나 사건 발생 2개월여 뒤에 일본 정부가 두 불상의 도난 사실을 한국 정부에 알려오면서부터 문화재청은 ‘뭔가 잘못됐다’는 걸 알게 됐다.

일본에서 도난된 동조여래입상은 통일신라시대(8세기), 금동관음보살좌상은 고려시대 말기(14세기) 때 제작된 불상이라는 것이다. 동조여래입상은 일본 중요문화재로 지정된 1974년 감정액이 1억엔 정도였다. 이들 불상이 일본에서 만들어졌는지, 약탈 또는 거래로 반출됐는지 정확한 경로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는 한국 경찰에 수사를 요구하고 반환을 요청했다. 문화재청은 뒤늦게 경찰과 공조해 두 불상의 부산항 반입 과정을 확인하고 절도단 추적에 나섰지만 일당은 사라진 뒤였다.

그러나 지난 22일 대전에서 알선책을 통해 두 불상을 내다 팔려던 일당이 경찰에 붙잡히면서 문제가 일단락됐다. 경찰은 신라~고려시대 불상 2점을 훔쳐 국내에서 판매하려 한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 등)로 ㄱ씨를 구속하고 ㄴ씨(52)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절도 일당 중 달아난 ㄷ씨(67) 등 3명의 뒤를 쫓고 있다.

문화재청은 회수한 불상 2점에 대해 정밀 재감정 중이며, 일본에 도난품 확인을 요청해놓고 있다. 두 불상이 일본에서 도난당한 진품이라면 일본에 되돌려줘야 한다. 문화재보호법 20조와 유네스코협약(반출입 및 소유권양도의 금지와 예방수단에 관한 협약)에는 외국에서 도난된 문화재는 되돌려주도록 정하고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아직 두 불상이 진품인지 위작인지 알 수 없다”며 “진품으로 확인되면 되돌려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