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1.04.02 19:35
- 서울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에서 외국인 관람객들을 위해 통역을 맡은 자원봉사자들.
왼쪽부터 유덕웅.홍성원.배정희.신필순.야마다씨.
/전기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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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애국지사를 가두었던 서대문 형무소 얘기를 듣고 일본인도
울었지요.” 서울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에서 관람객들을 위해 ‘역사를
통역하는’ 자원봉사자 13명은 관람객들의 안내자이면서 선생님이다.
자원봉사자들이 쓰는 주 언어는 중국어, 일어, 영어 등 3가지. 이중
홍콩, 일본 외국인 관광객들이 대부분이어서 중국어와 일어 봉사자들이
제일 바쁜 편이다. 예약이 밀리는 경우도 있어서 1주일에 1회이상
출근해야 하는 때도 많다. 외국어가 아닌 우리 말로 안내하는
유덕웅(59)씨는 국어 교사 출신으로 주로 중고교생들을 맡고
있다.
역사관 개관 이듬해인 99년 8월 처음 봉사에 나서 대부분 2년째를 맞고
있는 이들은 햇수를 거듭할수록 오히려 배우는 것이 많아진다고 겸손해
했다. 지금까지 전체 관람객 90여만명중 약 6만여명의 외국인 관람객들을
상대로 서대문 형무소의 역사와 우리 독립운동사까지도 소개하다 보면 늘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일어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일본인
야마다(38·여)씨는 “일본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것을 이곳에서 배웠고,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 있으려면 더 공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이 이곳에 오게 된 배경도 다양하다. 일본인 친구와 이 곳 역사관을
건성으로 보고 나서 ‘내가 안내하면 우리 역사에 관해 많이 알게
되겠구나’는 반성의 심정으로 시작한 경우도 있고(홍성원·28·여),
역사관이 어딘줄도 모르고 왔다가 이곳에서 새 삶을 시작한뒤
‘서울시 봉사왕’에 뽑힌 사람(김홍재·68)도 있다.
이들은 한결같이 우리 역사를 외국인에게 소개하는 일인만큼
조심스러우면서도 보람도 크다고 입을 모았다. “이곳에서 고문실과
지하감옥 같은 곳을 보여주면 ‘우리 일본인이 한국에 이렇게 나쁜 짓을
저질렀는지 몰랐다’며 눈물범벅이 되는 경우가
많아요.”(신필순·68·여)
영어 통역을 맡는 배정희(50·여)씨는 “동양사를 배우지 못한
서양사람들은 새로 역사에 눈을 떴다고들 말한다”며 “이곳을 보고 간
국제관계 전공 외국 학생들이 이를 계기로 매년 한국 학생들과 한국사에
대한 세미나를 여는 것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은 일부 우리나라 관람객들의 진지하지 못한 태도에 대한
비판도 주저하지 않았다. 유씨는 “일본만 비난하고 정작 우리의
과거사를 소홀히 여기는 우리 관람객을 보면 책으로 배운 것을
현장체험하는 자세가 아쉽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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