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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정치(국회)

[사설] '책임 장관제'가 탕평 人事의 출발이다

[사설] '책임 장관제'가 탕평 人事의 출발이다

입력 : 2013.01.11 23:29 | 수정 : 2013.01.11 23:32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다짐하는 대탕평 국정의 성패(成敗)는 상당 부분 공직 사회 인사(人事)에 달려 있다. 그리고 그 공직 사회 인사의 성패는 당선인이 공약한 책임 장관제의 정착 여부에 따라 1차 판가름이 날 것이다.

박 당선인은 대선 때 각 부처 장관들에게 해당 부처 및 산하기관 인사권을 보장하겠다고 공약했다. 어느 조직이든 책임자가 인사권을 갖고 자율적으로 조직을 운영하고 그 결과에 책임지는 건 상식 중 상식이다. 정부 기관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그런데도 지난 대선에서 박 당선인을 포함한 주요 대선 후보 모두가 이 상식으로 돌아가겠다는 너무나 당연한 약속을 했다. 그래야 할 정도로 우리 공직 사회 인사가 오랜 세월 상식의 궤도에서 멀리 벗어나 있었다는 얘기다.

박 당선인이 책임 장관제를 하겠다는 건 내각을 국정의 중심에 두겠다는 뜻일 게다. 과거 3공화국까지 내각 중심이던 국정 운영이 청와대 중심으로 바뀐 건 이후 단임 대통령들이 임기 내에 자기 뜻을 국정에 반영하려고 청와대 비서실에 지나치게 힘을 실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 당선인이 책임 장관제로 돌아가려면 청와대 비서실 역할을 본래의 대통령 보좌 기능에 국한해야 한다.

청와대 비서실 권한이 법에 정해진 이상으로 비대해지면서 월권(越權)이 가장 심했던 곳이 인사 담당 비서실이다. 정권에 따라 '인사수석실' '인사기획관실' 등 여러 문패를 단 청와대 인사 비서실은 정부 부처는 물론, 산하기관, 공기업, 심지어 금융권을 비롯한 사기업의 사외이사 자리까지 두루 손을 댔다. 그러다 보니 대선에서 승리하자마자 정권 실세들은 이곳부터 심복을 심었다. 그런 연후 대선 논공행상을 한다며 자파(自派) 인사들의 순번을 정해놓고 공기업과 협회 등에 자리가 날 때마다 내려보냈다. 공직 사회 인사를 마치 전리품(戰利品) 챙기듯 주물렀으니 능력 위주 대탕평 인사와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었다.

청와대가 인사권을 부처로 넘긴다고 해서 저절로 바른 인사가 이뤄지는 건 아니다. 지금 같은 권력 풍토에선 인사권이 부처로 넘어가면 정권 실세들은 곧바로 장관들에게 발길을 돌릴 것이다. 정권의 민원 창구가 청와대 한 곳에서 전 부처로 분산될 뿐이다.

책임 장관제가 뿌리내리려면 청와대 비서실이 권한 이상의 인사권을 내려놓을 뿐만 아니라 각 부처가 넘겨받은 인사권을 바르게 행사하는지를 철저히 감독해야 한다. 청와대 인사팀이 본래 해야 할 업무가 바로 이 같은 인사 감독이다. 당선인의 확고한 의지가 뒷받침돼야 책임 장관제가 자리 잡고 대탕평 기운이 공직 사회를 넘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