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정치(국회)

[기자수첩] 일하지 않는 국회

[기자수첩] 일하지 않는 국회

  • 박의래 기자
      •  
  • 입력 : 2013.01.03 15:03

    여·야는 지난해 12월 임시국회를 열었다. 그러나 18개 상임위원회 중 임시국회 기간 동안 한번이라도 회의를 연 상임위는 기획재정위와 농림수산식품위, 정보위, 윤리특별위, 법제사법위 등 5개 뿐이다. 국회운영위와 정무위, 외교통상통일위, 국방위, 행정안전위, 교육과학기술위,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지식경제위, 보건복지위, 환경노동위, 국토해양위, 정보위, 여성가족위 등 나머지 13개 상임위는 회의 한번 열지 않고 임시국회를 그냥 흘려 보냈다.

    12월 임시국회가 예산안 처리라는 특수한 목적을 갖고 열렸지만 그렇다고 이들 상임위가 할 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빨리 처리하면 할수록 국민들의 민생에 도움이 되는 민생 법안들이 해당 상임위에 계류돼 있고 대통령 선거 기간 내내 주요 이슈로 다뤄졌던 경제민주화나 정치쇄신 관련 법안들도 해당 상임위의 처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예를 들어 임금이나 상여금에서 비정규직의 차별을 금지하는 ‘비정규직 동등대우법’이나 사내하도급근로자 보호를 위한 ‘사내하도급 차별금지법’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비정규직 노동자와 하도급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해 주는 법안들로 여·야가 모두 큰 이견이 없다. 그러나 이들 법안이 계류돼 있는 환노위는 이번 임시국회에서 열리지 않았다.

    프랜차이즈 가맹사업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정당한 사유 없이 인테리어 리뉴얼 강요를 금지하는 내용의 ‘프랜차이즈 가맹자보호법’은 30만명의 가맹사업자들이 기다리는 법안이지만 정무위에 계류된 채 그냥 넘어갔다.

    국회의원 연금을 손질하는 내용의 헌정회 육성법 개정안이나 국회법상 정한 기간 내에 국회가 열리지 않으면 그 기간만큼 국회의원 수당 지급을 금지하는 ‘일하는 국회법’도 국회운영위원회에서 멈춰서 있다. 이 법안은 대선과 지난 4·11 총선에서 여·야 모두 국회의원의 특권을 내려 놓겠다며 강조했던 법안들이다. 그러나 이번 임시국회에서 국회의원들은 이런 법안들은 모두 뒤로 밀어둔 채 모르쇠로 일관했다.

    대선 기간 중 여·야는 한 목소리로 정치쇄신을 외쳤다. 국민들은 75.8%라는 높은 투표율로 정치에 대한 기대감을 보여줬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일하지 않는 국회’라는 구태를 다시 드러냈다. 국민들이 기대하는 것은 거창한 구호의 새 정치가 아니다. 할 일 만이라도 제대로 처리하는 일 하는 정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