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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중국 언론 자유 투쟁

[만물상] 중국 언론 자유 투쟁

  • 지해범 논설위원
  • 입력 : 2013.01.09 22:48

    중국 베이징에서 발간되는 인민일보 자매지 경화시보(京華時報)와 광명일보 자매지 신경보(新京報)가 작년 9월 '중앙지'에서 '지방지'로 격하됐다. 중국에서 지방신문이 된다는 것은 취재·보도 범위가 제한되고 통제도 강화된다는 뜻이다. 두 신문은 저장성 원저우(溫州) 고속철 참사를 보도하면서 당국 눈 밖에 났다. 작년 7월 고속철이 추돌하면서 39명이 숨진 사고다. 철도 당국은 희생자 명단과 생존자 구조 현황을 제때 공개하지 않은 채 객차 잔해를 땅에 묻어버렸다.

    ▶경화시보와 신경보는 보도 지침을 무시하고 사고 원인 특집 기사와 비판적 칼럼을 연이어 실었다. 현장에 온 원자바오 총리에게 따지듯 캐묻기도 했다. 얼마 안 가 두 신문 간부진이 윗선으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고 신문 지위가 강등됐다. 중국에서 언론은 공산당 이념과 정부 정책 선전 도구 취급을 받는다. 중국 어느 기자는 사적인 자리에서 "우리는 상부 지시 없이 함부로 취재할 수 없다"고 한탄하곤 했다.

    ▶천안문 사태가 일어났던 1989년 상하이 세계경제도보가 후야오방 전 총서기 추모 기사를 실었다. 이 신문은 곧바로 장쩌민 당시 상하이 당서기에게 폐간당했다. 중국 기업의 비리를 폭로하는 기자는 죽음까지 각오해야 한다. 그런 가운데서도 광둥성 주간지 남방주말(南方周末) 기자 80여명이 성명을 내고 "지난해 기사 1034건이 삭제 수정됐다"며 "무식한 광둥성 선전부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기자들은 신년 특집 '중국의 꿈, 헌정의 꿈'에서 정치 개혁을 촉구하려 했다. 그러자 광둥성 선전부 당국이 '우리는 어느 때보다 꿈에 가까이 있다'는 찬양 기사로 바꿔버렸다. 중국 기자와 네티즌들은 과거와 달리 당국이 찍어누른다 해서 수그러들지 않는다. 엊그제 광저우(廣州)의 남방주말 사옥 앞에서 시민 수백명이 '언론자유' 등을 쓴 피켓을 들고 지지 집회를 열었다. "진실의 한마디는 전 세계보다 무겁다."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微博)에 3000만 팔로어를 거느린 인기 여배우 야오천(姚晨)은 솔제니친의 말을 인용해 힘을 보탰다.

    ▶한국과 동남아에선 1인당 국민소득 3000달러를 넘기면서 정치 민주화 바람이 일었다. 소득 5000달러를 넘은 중국도 언론에서부터 민주화 운동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 지난해 미국으로 망명한 인권 변호사 천광청은 "남방주말 사태는 중국 언론과 당국이 충돌하는 도화선이 될 것"이라고 했다. 요즘 중국은 여러모로 한국의 80년대를 연상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