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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정치(국회)

우리 국회 언제야 철드나

[강천석 칼럼] 우리 국회 언제야 철드나

  • 강천석 주필

    • 기사

    입력 : 2013.01.04 20:14 | 수정 : 2013.01.04 22:52

    어려운 사람 생살 떼낸 엉터리 예산 심의…
    가시 박힌 몽둥이로 국회의원 정신 들게 해야

    강천석 주필

    우리 국회는 애물단지다. 1948년 무자생(戊子生)이니 꽉 찬 예순다섯이다. 귀가 순(順)해져 주위 한두 마디에도 금방 이치를 깨달을 나이다. 바로 그 너머가 마음 이끄는 대로 따라 해도 법도(法度)에 어긋남이 없다는 경지(境地)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회는 나이를 거꾸로 먹는다. 갈수록 철이 없어진다. 이렇게 몇 대(代) 내려가면 핏덩이로 되돌아가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요 며칠 국회에서 들려오는 게 기(氣)가 찬 소식뿐이다. 속이 다 부글부글한다. 이치니 법도니 하는 고상한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다. 무엇보다 눈치가 없다. 그 눈치로 어디 가서 밥은 제대로 얻어먹겠으며, 누가 사람대접이나 제대로 해주겠는가. 나라 받치는 세 기둥의 하나가 저 꼴이니 지붕이 언제 내려앉나 염려해야 할 판이다.

    우리 법은 나라의 다음 해 예산안은 그 전해 12월 2일까지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의 근본 소임이 예산 심의와 결산 감사다. 국회가 태어난 배경 자체가 권력자가 마음대로 세금을 걷지 못하도록 견제하고, 거둔 세금을 어디다 어떻게 썼는지 감시하려는 것이다. '대표(代表) 없인 과세(課稅)도 없다'는 말이 국회의 유래(由來)를 설명해준다. 영국 국민은 이 권리를 찾으려고 왕의 목을 단두대에 올려놓았고, 식민지 아메리카 주민은 독립 전쟁에 총을 들고 나섰다.

    올해 예산이 342조원이다. 부가가치세·소득세·법인세란 이름으로 국민에게서 거둔 돈이다. 국민은 물건 사면서, 월급봉투 받으면서, 점심값 내면서 알게 모르게 이 돈을 국가에 바친다. 대한민국 중산층 월급쟁이는 몇 해 걸러 겨울 양복을 한 벌 겨우 해 입을까 말까 한다. 그런 그들이 내는 세금은 그들의 피(血)나 한가지다. 국회가 아무리 국민이 피를 흘려도 본 체 만 체하고, 국회의원들이 그렇게 모아진 국민 피를 끌어다 자기네 고향 치장하는 데나 쓴다면, 국회도 국회의원도 그걸로 끝장이다. 국민이 정신적 해산(解散) 명령을 내렸다고 봐야 한다.

    국회 예산 심의 주 무대가 예산결산위원회이고, 그 가운데 핵심이 계수(計數)조정소위다. 국민이 헌혈(獻血)한 피를 덜 급한 쪽에서 더 다급한 곳으로 돌려 숨차하는 국민의 등을 두드려주고, 피 한 방울이라도 허투루 버려지지 않나 눈을 부라리라는 게 그들에게 맡겨진 임무다. 그 계수조정소위가 올 예산 342조원을 심의하면서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딱 3번 만났다고 한다. 그러고선 12월 31일과 올 1월 1일 사이엔 국회 밖 두 호텔을 오가며 밤샘을 하는 척 부지런을 떨었다. 마지막 날도 국민을 생각해 밤을 밝힌 게 아니다. 이 의원의 부탁을 받아 저쪽으로 붙이고, 저 의원의 압력은 이리 떼내는 식으로 민원 몇 천 건(件)을 소화하느라 부산을 떤 것이다. 이렇게 하룻밤 사이 오간 돈이 4조원이다. 눈먼 칼에 베인 억울한 사연이 부지기수(不知其數)다.

    게을러터진 국회는 이걸 받아 대한민국 건국 이래 처음으로 해를 넘겨 예산안을 통과시킨 불명예스런 기록을 세웠다. 그러고 몇 시간 후 예결위위원장, 여야 간사, 계수조정소위 멤버들은 '선진국 예산 제도를 배우러 간다'며 두 패로 갈려 아프리카와 남미행(行) 비행기에 올랐다. 두 팀의 여행 경비가 1억5000만원이다. 그 순간 대선판을 떠다니며 국민을 농락하던 국회 개혁 놀음도 거꾸로 처박혀 산산조각이 났다.

    무지(無知)한 사람이 든 칼이 몇 배 무섭다. 산 사람의 생살도 떼낸다. 희생자 대표는 사회의 가장 밑바닥 주민인 기초생활수급자 140만명에다 국가유공자·탈북자를 더한 156만명이다. 눈먼 칼로 이들에게 돌아갈 의료 급여 지원금 2224억원을 뭉텅 잘랐다. 어깨가 처진 이들은 올해도 외상 손님이라고 병원 문전(門前)에서 따돌림받는 신세를 면키 어렵게 됐다. 하위 3% 극빈층에게서 떼낸 살을 상위 30%의 보육비 지원에 보탰다. 예산을 한 해 한 번 심사하기가 천만다행이다. 한 해 몇 번씩 이런 칼에 몸뚱이를 맡겼다간 성한 눈을 도려낼까 겁난다.

    득(得) 본 사람도 있다. 수혜자(受惠者) 대표는 예결위원장, 여야 간사, 계수조정소위 소속 의원 7명이다. 517억원을 자기네 지역구로 끌어갔다. 국회 개혁의 전도사라는 여야 지도부라고 가만있을 턱이 없다. 한 의원이 많게는 몇 백억원에서 적게는 수십억원까지 지역구 예산 확보 실적을 올렸다. 비극의 주인공인지 희극의 주인공인지 구분하기 힘든 인물의 모습도 잡힌다.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라는 사람의 꼬락서니가 꼭 그렇다. 자기 당과 상대 당 의원들이 복지 예산을 놓고 서툰 칼질을 한창 해대던 지난해 12월 29일 인도·싱가포르의 선진 제약·바이오 업체, 첨단 의료 복합 단지를 시찰한다고 슬그머니 출국(出國)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만든다고 한다. 몽둥이가 반드시 효과가 있는 건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럼 국민에게 맡기는 수밖에 없다. '이 국회를 칭찬해야 하나요, 몽둥이찜질을 해야 하나요'. 몽둥이를, 그것도 가시 박힌 몽둥이를 들라는 합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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