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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교육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 끝나"… 서울대 출신 2030 전문직의 슬픈 노래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 끝나"… 서울대 출신 2030 전문직의 슬픈 노래

  • 원선우 기자

  •  

    입력 : 2013.01.05 03:04

    "전문직이라도 가난 못 벗어"
    "상위 1% 선택받은 소수인데…" 비판하는 목소리도 잇따라

    지난해 12월 서울대 인터넷 커뮤니티에 한 전문직 종사자의 글이 올라왔다. "이렇게 개고생해도 가난을 벗어나기 어렵다. 주변에서는 전문직이라고 돈 많이 버는 줄 알고 밥 사달라는 헛소리를 하지만 옛날 의사·변호사가 아니다. 가난한 집안 출신 20~30대 전문직이 부자가 될 수 있을까."

    가난한 집안 출신의 자수성가 남성, '개룡남(개천에서 용 된 남성)'의 엘레지(비가·悲歌)가 계속됐다. 한 졸업생은 "전문직이 아니라 전문직 할아버지가 와도 은수저 물고 태어난 애들 발톱의 때만도 못하다"고 했고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는 이미 갔다"고 선언한 전문직도 있었다. 서울대 커뮤니티는 재학생뿐 아니라 사회에 진출한 졸업생도 이용할 수 있다.

    서울대 사회학과 정근식 교수는 "개룡남의 지위 하락은 우리 사회가 본인 노력으로 이동 가능한 '계급사회'가 아닌 부모 재산이 자녀의 삶을 좌우하는 '신분사회'가 돼간다는 징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개룡남 엘레지'에 동의할 수 없다는 의견도 많았다. 한 서울대생은 연봉을 직업 선택의 유일한 기준으로 여기는 듯한 넋두리를 비판하며 "세태를 비난하지 말자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 우울해하지 말고 본인이 잘할 수 있는 것을 하자"면서 "책을 쓰거나 기업을 이끌거나 여러분이 잘할 수 있는 것은 많다"고 했다. "부자 되려고 직업 갖는 게 아닌데 부자 발끝 못 따라간다고 자포자기하면 되겠느냐"는 자성도 있었다.

    한 서울대 교수는 "서울대 출신 전문직은 그래도 상위 1% 이내의 '선택받은 소수'"라며 "요즘 지방대 출신은 취직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아우성인데 고소득을 올리는 명문대 출신들의 이러한 호소는 더 많은 사람에게 위화감을 줄 여지가 있을뿐더러, 돈이 제일이라는 세태를 반영한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