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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정치(국회)

'세비 삭감' 공약, 예산 심사때 논의조차 안했다

'세비 삭감' 공약, 예산 심사때 논의조차 안했다

  • 배성규 기자

  • 입력 : 2013.01.04 03:00

    특권 내려놓기 정치개혁안 여야 경쟁적으로 약속해놓고 대선 끝나자마자 바로 외면

    여야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국회의원 세비 삭감 등 국회의원 특권을 내려놓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새해 예산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예산 심사 과정에서 논의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여야 모두 자기들의 대선 공약이자 정치 개혁 약속을 대선이 끝나자 외면해 버린 것이다.

    ◇예산 심사 때 세비 삭감 논의 안 해

    대선에서 새누리당민주당은 경쟁적으로 정치 개혁 방안을 내놓았다. 그중 핵심이 국회의원 세비 삭감이었다. 민주당은 30% 세비 삭감이라는 구체적 안까지 제시했다.

    그러나 대선이 끝난 뒤 본격적으로 시작된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이 문제는 거의 논의되지 않았다. 예결위 소속의 한 의원은 "세비 삭감이나 의원연금 문제는 예결위에서 논의한 적이 없다"고 했고, 다른 의원은 "그런 안건이 있었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계수조정소위의 한 의원은 "예결위원장과 여야 간사들에게 위임했기 때문에 우리는 모른다"고 했다.

    국회의원 세비를 깎으려면 먼저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을 바꿔야 한다. 의원 세비와 수당 액수가 법률에 붙어 있는 별첨 표에 일일이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대선 전인 지난달 3일 의원 세비를 30% 삭감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박지원 전 원내대표 등 명의로 제출했지만, 이후 국회 운영위 등에서 이를 논의하지 못했다"고 했다. 개정안은 세비 30% 삭감과 함께 의원 특별활동비를 폐지하고 입법활동비 지급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대선 이후 워낙 경황이 없어서 세비 삭감안에 대해 신경 쓰지 못했다"고 했다.

    국회 관계자는 "국회의원 수당에 관한 법률 개정은 여야가 의지만 있으면 쉽게 처리할 수 있었지만 논의를 안 했다"고 했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세비 삭감 약속은 선거용이었을 뿐 이번에도 지키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정치 개혁안 논의 자체가 실종

    다른 정치 개혁 방안도 대선이 끝남과 동시에 논의가 실종돼 버렸다. 새누리당은 지난해 11월 19일 의원연금 폐지와 함께 국회 윤리특위 강화, 게리맨더링(정치적 목적에 따른 선거구 조정) 방지, 국회의원 겸직 제한 등을 정기국회에서 처리하자고 했고, 민주당도 원칙적 찬성 의사를 밝혔다.

    여야는 또 국회의원 정수 축소, 불체포 특권 포기 등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했었다. 그러나 대선 이후 여야 의원들은 '지역·민원 예산 따먹기'에만 몰두했을 뿐 정치 개혁 논의를 시작하자고 깃발을 든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는 "의원들이 선거 전에는 온갖 감언이설로 정치 개혁 공약을 내놓았다가 선거가 끝나면 나 몰라라 한다"며 "다음 선거에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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