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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학

미래창조 기술부

[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193] 미래창조기술부

  •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행동생태학

    입력 : 2012.12.24 23:06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행동생태학

    차기 정부 조직의 핵심이 과학기술과 일자리 창출을 담당할 '미래창조과학부'의 신설이란다. 언뜻 들으면 과학의 부활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과학의 몰락을 불러올 것 같아 불안하다. 과학은 예전 과학기술부 시절에는 기술의 형용사 역할이나 하다가 이명박 정부에서는 교육과 기술 사이에 끼어 존재감조차 찾지 못했다. 이제 기존의 교육과학기술부의 과학기술부문과 지식경제부의 기술정책 분야, 기획재정부의 장기 전략 업무 등이 합쳐지면 과학은 확실하게 설 자리를 잃게 될 것 같아 정말 걱정이다.

    나는 우리나라의 과학이 쇠락하는 역사에서 가장 상징적인 사건이 서울대의 관악산 이전이었다고 생각한다. 1975년 서울대가 관악 캠퍼스로 옮기기 전까지 과학은 인문학은 물론 상당 부분의 사회과학 분야와 한솥밥을 먹었다. 나는 지금 여전히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살아 있을 문리과대학 시절을 얘기하고 있다. 그 당시 서울공대는 동숭동이 아니라 공릉동에 있었다. 하지만 관악으로 이전하며 문리과대학이 인문대, 사회과학대, 자연과학대로 나뉘며 중앙도서관과 본부 건물이 인문대와 사회과학대로부터 자연과학대를 확실하게 갈라놓았다. 등 뒤로는 공과대학이라는 공룡 조직이 들어서며 과학은 졸지에 공학을 돕기 위해 존재하는 시녀 학문으로 전락했다. 심지어 자연과학대학과 공과대학을 묶어 이공대학을 만든 대학들도 상당수 있다.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최무영 교수는 우리 사회에 만연된 극도의 실용주의로 인해 과학의 존재 이유가 마치 실용성뿐인 것처럼 왜곡된 세태를 개탄한다. 과학을 또다시 국가 정책의 중심에 놓겠다는 박근혜 당선인의 혜안에 기립박수를 보내며 이참에 제자리를 찾아주십사 간언한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아니라 미래창조기술부로 하고 과학은 따로 '기초과학부'나 '기초학문부'를 신설하여 지원할 것을 제안한다. 교육부에 그냥 두거나 복지부나 환경부와 묶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기초과학과 응용과학 즉 기술을 분리해야 우리도 노벨과학상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자연의 일부로서 인간의 존재 가치를 묻고 삶을 보다 의미 있게 하는 것이 과학의 목적이라면 과학은 차라리 인문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