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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외국여행

"베네치아가 죽어간다" 가상(假想) 장례식

"베네치아가 죽어간다" 가상(假想) 장례식

입력 : 2009.11.16 03:03

'아름다운 물의 도시'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수로(水路)에 14일, 노란 꽃으로 장식된 진홍빛 관(棺)이 놓인 곤돌라가 떴다. 그 뒤에 9척의 곤돌라가 따랐다. 이 관이 베네치아 시 청사가 있는 광장까지 운반되는 행렬을 수백명의 시민이 뒤따랐다.

'베네치아의 죽음'을 애도하는이날 가상(假想) 장례식을 주관한 베네시아닷컴의 운영자 마테오 세키는 "시민들이 점점 생활여건이 열악해지는 이 도시를 떠난다"고 AP통신에 말했다.

14일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인구가 급감하는 베네치아의 장래를 우려하는 현지 시민들이 곤돌라에 관을 싣고 베네치아 시에 대한 가상 장례식을 치르고 있다./AP연합뉴스
그동안 베네치아가 지구 온난화 탓에 100년 내에 물에 잠길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시사잡지 뉴스위크는 "이 도시의 당면 과제는 '가라앉는 것(sinking)'이 아니라 '줄어드는 것(shrinking)'으로, 2030년이면 현지 주민은 한 명도 없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베네치아의 인구는 30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지난 10월 심리적 저지선이던 '인구 6만명'도 위태롭다. 이미 지난 10월 5만9984명으로 무너졌다가, 12일 6만25명으로 간신히 회복했다.

관광으로 부흥한 이 도시를 죽이는 것은 바로 관광사업이다. 1일 관광객은 5만5000명으로, 전체 인구와 비슷하다. 하지만 관광산업을 제외한 다른 경제활동은 사실상 사라졌다. 지난 7년간 모텔로 변신한 건물이 10배 증가했다. 일자리라고는 호텔 직원·곤돌라 운영·투어가이드밖에 없지만, 이마저 제한돼 있다. 게다가 부유한 외지 이탈리아인과 외국인이 투자하면서, 부동산 가격은 치솟았다. 일용품 가게들도 속속 기념품 가게로 변하면서 생활비는 더욱 치솟고, 결국 진짜 베네치아인들은 하나 둘 짐을 싸기 시작했다고 영국의 일간지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