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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경제WEEKLY BIZ벨레티니 생로랑 CEO “10배 성장의 비법? 한국 자주 온 거에요” [WEEKLY BIZ]최보윤 기자입력 2022.09.15 21:00

 

벨레티니 생로랑 CEO “10배 성장의 비법? 한국 자주 온 거에요” [WEEKLY BIZ]

입력 2022.09.15 21:00
 
 
 
 
 

지난 1999년 어느 날, 스물아홉의 촉망받던 이탈리아 출신 금융인 프란체스카 벨레티니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이탈리아 패션회사 프라다 측으로부터 이직 제안을 받은 것이다. 경제학을 전공한 뒤 뉴욕과 런던을 오가며 골드만삭스와 도이체 모건그렌펠 등 글로벌 투자은행에서 기업 M&A(인수합병) 전문으로 한창 이름을 날릴 때였다.

그때까지 그녀 인생엔 오로지 ‘숫자’만 존재했다. 회계사인 아버지 밑에서 인형놀이 대신 수를 세며 놀 정도였다. 이직을 제안받은 벨레티니는 패션 업계의 창의성에 마음이 끌렸지만, 제시된 연봉은 이전 연봉의 절반 수준이었다. 아버지에게 전화로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넌 이제 스물아홉이야. 돈이 아니라 너의 내면이 원하는 걸 택하렴.”

그렇게 해서 패션 업계에 몸담게 된 그녀는 숫자로 자신을 증명해 보였다. 프라다를 거쳐 2003년 구찌·생로랑 등을 소유한 프랑스 케어링 그룹에 스카우트된 뒤 경영·전략 전문가로 승승장구하며 2013년 생로랑 CEO 자리에 올랐다. ‘한물간’ 브랜드로 취급받던 생로랑은 그녀의 지휘 아래 지난 10여 년간 10배 가까이 성장했다. 해외 매체들도 앞다퉈 그녀를 ‘패션계 가장 파워풀한 여성’(미국 뉴욕타임스) ‘생로랑의 별’(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등으로 주목했다. 국내 매체 중 처음으로 WEEKLY BIZ와 인터뷰한 그녀는 “열정 앞에서 극복할 수 없는 것은 없다”며 “지금 다시 그때의 순간으로 돌아간다 해도 똑같은 답을 찾았을 것”이라며 확신에 찬 표정이었다.

프란체스카 벨레티니 생로랑 회장. 여성 CEO가 드문 패션 업계에서 뛰어난 리더십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생로랑

◇민첩성과 유연성은 생로랑의 정신

영국의 데이터 분석 전문 회사 ‘글로벌 데이터’가 조사한 2021년 럭셔리 패션 업계 성장률은 전년 대비 24.1%. 생로랑은 47%나 성장했다. 업계 평균의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실적이다. 팬데믹 회복세와 함께 럭셔리 업계에 보상 소비 인파가 몰렸다지만, 그 이상의 비결이 있을 것 같았다.

“‘위기 이후 누가 더 강해지나 보자’ 다짐했죠. 2020년은 중요한 기점이었어요. 팬데믹으로 외부 환경이 다들 비슷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내부적 결속을 더욱 다지고 여러 결정에 속도를 낼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제품 개발과 생산의 상당 부분을 내부화해 품질 수준을 높이고, 공정 관리를 철저히 했다. 시제품과 샘플도 100% 내부에서 생산케 했다. 디자인팀이 더 많은 시도를, 더 빨리 할 수 있었다. 신발과 핸드백 공장은 두 배로 규모를 키웠다. 분산된 도매 유통 등 공급망도 정리했다. “중요한 건, 저희에겐 가격 할인 정책은 없었습니다. 브랜드의 위치를 지키면서 창의성을 브랜드의 중심에 두는 것이 최우선이었습니다.”

그녀는 정신적 민첩성(mental agility)과 유연성이 생로랑의 정신이자 강점이라 말했다. “이 회사에서의 첫날부터 정말 인상적이었던 건, 도전을 두려워 하지 않는 점이었습니다. 변화에 적응하고, 수용하면서 새로운 자극을 원동력으로 삼습니다. ‘시도해볼까?’가 인사였고, 무엇이든 ‘그래 해보자!’ 하고 뛰어들었습니다.”

직원들도 유연하게 사고했다. “팬데믹 기간 우리의 철학에 해고란 없었습니다. 고용과 임금을 유지하고 보호하는 게 저의 약속이자 임무라고 생각했죠.” 방역 지침에 따라 강제로 닫을 수밖에 없었던 일부 국가 매장 직원들은 고객 센터로 재배치했다. 매장은 닫혔어도 많은 이들은 여전히 쇼핑을 원했기 때문이다. “예상치도 못한 일이 일어났어요. 전화로 응대하는 고객 센터에서 이윤이 창출된 것이죠! 전화로도 판매가 이루어졌어요. 그중 일부는 여전히 고객 센터에 남길 원했습니다.”

 

이는 창업자 정신에서 기인했다고 설명했다. 생로랑은 1970년대를 풍미한 천재 디자이너 이브 생로랑(1936~2008)이 지난 1961년 세운 작은 회사에서 출발한다. ‘패션 혁명가’로 불리는 이브 생로랑은 ‘르 스모킹’이라 불린 최초의 여성용 턱시도(1966), 최초의 여성용 트렌치코트 등을 선보였다. “21세에 디올의 최연소 수석 디자이너로 임명되며 패션계를 뒤흔들었지만, 알제리 전쟁(1954~1962) 참전 후유증으로 일자리를 잃었죠. 무(無)에서 다시 시작해 겨우 스물다섯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회사를 열었어요. 열정과 극복, 도전 정신, 패션과 창조성에 대한 그의 사랑이 이 회사에 남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로랑 글로벌 앰배서더인 걸그룹 블랙핑크의 로제. /생로랑

◇자신보다 나은 사람과 일하라

프랑스의 자존심 중의 자존심 한복판에 입성했지만, 벨레티니는 2013년 당시만 해도 불어를 단 한마디도 할 줄 몰랐다고 했다. “연설을 하기 위해 영어로 연설문을 쓴 뒤 팀에서 프랑스어로 번역하고 녹음해줬죠. 저는 발음을 받아 적으며 달달 외웠어요. 솔직히 끔찍했다고 생각해요!(웃음) 하지만 그 뒤로 제가 불어 한마디라도 하게 되면 사람들은 ‘대단하다’ ‘매우 좋다’고 말해줬죠. 고무적이었습니다. 누구나 부족한 점은 있을 수 있습니다. 서로의 입장에 서 보면서, 노력하는 상대를 존중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죠.”

그녀는 숫자로 태도를 창조해냈다. 부임 직후 직원들에게 건넨 질문은 간단했다. “우리의 잠재력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요? 우리가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다고 믿나요?” 당시 매출은 5억유로(약 7000억원)대에 손익 영업이익율 13% 정도. “직원들은 10억유로를 이야기하기 시작했어요. 저는 더 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생로랑’ 이름값의 가치는 그 이상이었으니까요. 목표에 대해 함께 이해하고 노력하는 팀이 있다는 건 큰 자산입니다.”

2년여 만에 목표를 달성했다. 그녀 역시 꾸준히 비전을 갱신했다. 3년에 한 번꼴로 ‘중장기 목표’라며 두 배의 매출 신장을 언급했고, 반드시 이뤄냈다. 25억유로를 돌파한 최근엔 50억유로로 그 목표를 상향했다. 유통망 등을 개선하면서 손익 영업이익율을 30%까지 끌어올렸다.

프란체스카 벨레티니 CEO 및 회장. 이탈리아 출신인 그녀는 쾌활한 에너지로 유명하다. 직원 평균 연령이 34살인 '젊은' 회사를 이끄는 리더로 팬데믹 기간동안 직원들 '멘탈 관리'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직원들의 편의를 위해 귀기울이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by Nico. 생로랑

벨레티니는 직원들에게 최대한 자율성을 보장하고 권한 위임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그녀를 가리켜 “케어링 그룹의 기업 가치인 ‘empowered autonomy(권한을 부여받은 자율성)’를 가장 잘 실현하는 본보기”라고 평가했다. 그녀는 시원스레 웃으며 털어놓았다. “당신보다 더 나은 사람을 채용하면 돼요! 신뢰는 능력에서 나옵니다. 뛰어난 이들을 일하게 하고 지휘하면서 당신도 성장해 나가는 거예요.”

벨레티니는 숨은 비밀이라며 또 한 가지 비법을 이야기해줬다. “한국을 자주 찾으면 됩니다!(웃음) 한국 거리만 봐도 전 세계 트렌드 변화를 감지하는 탐지기입니다. 불과 2~3개월 전과도 또 다른 스타일이 보여요. 또 젊은 층과 대화하다 보면 예술을 대하는 대단한 열의를 느낄 수 있죠. 단일 국가로 비즈니스 규모도 상당한 편이지만,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과 성장성을 고려하면 미래를 위해 더 중요한 시장입니다. 이건 저만의 비법이었는데(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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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순반대순관심순최신순
2022.09.17 08:57:53
성공 비결 중 하나가 한국을 자주 찾는 것이라니 립서비스라도 우선은 듣기 좋다. 사실 팻션감각이 꽝인 누가 보기에도 서울 번화가는 연령 성별 구분 없이 옷차림의 다양성에 눈이 홱홱 돌아갈 지경이다. 게다가 아무도 남이 뭘 입었든 관심 없는 철저한 개인주의에 더 놀란다. 그러나 그게 원칙 없는 다양성도 아니고, 무시하는 무관심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 벨레티니가 왜 한국인에게 유독 눈독을 들일까 하는 이유가 이해가 되고도 남는다. 한국은 사계절이 명확하게 구별된다. 우기 건기는 없지만 장마철도 있고 이글이글 타오르는 뙤약볕도 있다. 한겨울 추위는 베르호얀스크가 울고 갈 지경이고 서늘한 가을철 형형색색으로 옷 갈아 입은 산하는 그것 그대로가 한 폭의 수채화다. 여기 특별하게 예전부터 의관을 관계 출발점에 뒀던 조상까지 있고, 지금은 비교적 여유로운 경제와 외모경쟁까지 양념으로 끼어 들어있으니 한국인 옷차림이 다른나라처럼 무덤덤하다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을까? 한국, 참 좋은 나라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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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L
 
2022.09.17 09:31:54
덕담이었지만 그렇지도 않은것이 그만큼 한국이 명품 소비가 크다는 얘기고 또 다른 반증은 소비가 양극화되고 빈부격차가 벌어진다고 볼수 있어서 돈 없어도 스타일 내러 소비하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얘기다. 전세계가 소비가 긴축으로 돌아가는데 한국은 유독 고소비는 그대로이거나 늘고 있다. 저 사람의 덕담이 한국의 실정에 어두운 그림자를 증명하는 꼴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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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2022.09.17 11:15:15
패션을 주도하는 이태리... 그러나 사실 우리나라도 제조업 강국으로 옷이든 가방이든 야무지게 잘 만든다... 그래서 명품 가방도 10분의 1 가격으로 금방 만들어내지 ㅋㅋㅋ 우리나라도 패션 전문가들이 제조업과 조인한다면 우리가 유럽 명품 개호구 되는 것도 이젠 중단할 수 있을 듯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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