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에서 지난 10년간 지속적으로 보수화된 것은 1988~1992년생으로, 한국 청년층 전체가 보수화하는 것처럼 보였던 현상은 이 1988~1992년생의 변화에 따른 결과인 것으로 분석됐다.
한정훈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최근 발표한 논문 ‘한국 청년층의 보수화? 2012년부터 2022년 대통령 선거의 이념적, 정책적 태도와 투표행태를 중심으로’에 따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12년 대선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17년 대선,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올해 대선 직후 각각 이뤄진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올해 44세인 1978년생이나 그보다 나이가 적은 연령대는 전반적으로 5년 전에 비해 보수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의 정치 성향이 진보나 중도가 아니라 보수에 속한다고 응답한 사람들의 비율이 늘어난 것이다. 50대 전반(50~54세)도 5년 전에 비해 보수화됐다. 반면 40대 후반(45~49세)은 전체 인구의 보수화에도 불구하고 이 기간 오히려 진보 성향으로 기울었다.
최근 5년간의 전반적인 보수화는 주로 전체 인구 가운데 중도 성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이 낮아진 데 따른 것이었다. 스스로 진보 성향이라고 여기는 사람의 비율도 다소 낮아졌지만, 중도 성향이라고 여기는 사람의 비율이 감소 폭이 더 컸다. 보수화와 함께 중도층의 비중이 낮아지는 ‘정치적 양극화’까지 일어난 것이다.
그런데 2012~2017년에는 전반적인 추세가 정반대였다. 이 기간에는 사회 전반적으로 진보 성향이 강화됐다.
올해 기준 34세 이하의 청년층도 전체적으로 이런 흐름을 따랐다. 2012~2017년에는 진보 성향이 강해졌다가, 2017년 이후 5년간은 반대로 보수 성향이 강해졌다.
따라서 한국 청년층이 지속적으로 보수화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는 것은 “섣부르다”고 한 교수는 평가했다. 그는 “2012년 이후 세 차례의 대선 국면에서 관찰되는 사회 전체적인 이념 성향의 변화는, 청년층의 보수화와 같이 특정 세대가 일관된 보수화의 길을 걸었을 것으로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임을 함의한다”며 “오히려 2022년 현재 청년층의 보수화에 대한 논의는 2017년 사회 전체적으로 강화된 진보적 성향이 (이후 5년간) 2012년 이념적 평균으로 회귀하는 사회 전반적인 추세를 청년층의 보수화만으로 편협하게 규정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1988~1992년생만은 이런 전체 흐름에서 벗어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2012년에서 2022년까지 일관되게 보수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연령대에서는 스스로르 보수 성향이라고 규정하는 사람의 비율이 점점 늘었다. 한 교수는 “(1988~1992년생은) 2012년 선거에서 24세 이하로 처음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이후, 2017년과 2022년 대통령 선거를 거치면서 연달아 보수 성향이 강화된 세대”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1988~1992년생은 점점 더 스스로를 ‘보수’라고 생각하게 된 것과 마찬가지로 정책에 대한 선호에서도 보수화됐을까. 한 교수에 따르면 이들은 2012년에는 북한에 대한 강경 정책을 선호했다가 2017년에는 협력 정책을 선호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그러다가 올해에는 다시 강경책을 선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북 정책에 대한 선호가 일관되게 보수적이지는 않았던 것이다. 성장·복지 정책과 관련해서도 이들은 2012년과 2017년에는 성장보다는 복지 우선 정책을 선호하는 ‘진보적’ 성향을 보였다. 이 연령대에서 성장 우선 정책을 선호하는 사람이 우세하게 된 것은 올해에 이르러서였다.
한편 ‘젊어서는 진보 성향을 띠다가 나이가 들수록 보수화된다’는 통설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한 교수 분석에 따르면, 1988~1992년생보다도 어린 1993년 이후 출생자들은 대선에 처음 참여한 2017년이나 2022년에 이미 보수적 대북 정책을 선호했고, 복지 우선 정책보다 성장 우선 정책을 선호하는 경향도 일부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