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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의 기적과 골든타임 ...국내 최장 생존 기록 ‘377시간’기자명김혜인 기자 입력 2022.09.10 09:45수정 2022.09.10 11:12호수 2724

포항의 기적과 골든타임 ...국내 최장 생존 기록 ‘377시간’

  • 기자명김혜인 기자 
  • 입력 2022.09.10 09:45
  • 수정 2022.09.10 11:12
  • 호수 2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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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경북 포항의 한 아파트에서 실종된 7명 중 50대 여성이 생존상태로 구조됐다. 현재 실종된 7명 중 2명이 생존상태로 구조됐다. photo 경북소방본부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침수된 경북 포항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의 수색작업이 지난 8일 종료됐다. 최종 수색 결과 실종된 9명 중 2명이 구조되고 7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그 중 이 중 30대 남성과 50대 여성이 약 13시간 만에 생존 상태로 구조되면서 역대 국내외 장시간 생환자들에게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6일 경북소방본부는 이날 오후 8시 19분쯤 포항시 남구 인덕동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실종자 A씨를 구조했다. A씨가 주차장 입구 근처까지 헤엄치며 나왔고, 이를 본 구조대가 밧줄을 묶고 들어가 구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생존자인 B씨 역시 6일 흙탕물로 가득찬 주차장 천장 30㎝ 아래 설치된 배관 위에서 14시간 넘게 버틴 끝에 밤 9시40분께 극적으로 구조됐다. 실종 주민 9명 중 두 번째이자 마지막 생존자다.

소방당국 담당자는 "주민이 스스로 위에 파이프를 잡고 헤엄치며 나왔고 맨눈으로 보여서 구조했다"며 "어느 정도 입구에 나오니 자력으로 걸어 나왔고 육안으로 상태 좋아 보였다. 추측건대 물이 차 있었어도 내부에 숨을 쉴 수 있는 버블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고 전했다. 소방당국은 생존자가 지하주차장 내부에 형성된 '에어포켓' 덕에 생존할 수 있었다고 추정한 것이다. '에어포켓'이란 물속에서도 방출되지 않은 공기가 남아있는 공간을 가리킨다.

붕괴된 삼풍백화점. photo 한국학중앙연구원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후 극적으로 살아난 생존자 왼쪽부터 최씨와 유씨가 1995년7월18일 박씨(가운데)의 병상을 찾아와 함께 생환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photo 조선DB

앞서 최장 매몰 생존자가 나왔던 사고는 국내 최대 규모 붕괴사고인 서울 서초동 삼풍백화점 참사다. 1995년 6월 29일 일어난 이 사고 피해자 가운데 최씨(당시 20세.남)는 11일(230시간.남), 유씨(당시 18세.여)는 13일(285시간), 박씨(당시 19세.여)는 17일(377시간) 만에 극적으로 구조됐다. 특히 박씨는 당시 음식은 물론 물도 먹지 못한 극한의 상황에서 17일을 견뎠음에도 비교적 건강한 상태로 구조돼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1967년 9월 7일 구봉광산 갱도에 매몰되어 있다 16일 만에 극적으로 구출된 광부 김창선씨가 헬리콥터 편으로 여의도에 도착하여 병원으로 옮겨지고 있다. photo 조선DB

박씨 이전의 최장 매몰 생존자는 1967년 충남 청양군 구봉광산 지하 125m의 갱 속에 갇혔다가 15일(368시간) 만에 구출된 광부 김씨(당시 36세)씨다. 양씨는 부인이 싸준 도시락을 이틀간 나눠 먹고 천장에서 떨어지는 지하수를 도시락통에 받아 마시며 허기를 채웠다. 구조대는 매몰 15일째 지하 121m 지점까지 내려가 양씨와 해후하고 안전캡슐을 이용해 무사히 구출하는 데 성공했다.

칠레 코피아포 인근의 산호세 광산 붕괴사고로 32명의 다른 광부들과 함께 두 달 넘게 지하 700m 갱도에 갇혀 있던 마리오 세풀베다가 두번째로 구출되자 세바스티안 피녜라(중앙에서 오른쪽) 칠레 대통령이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photo 연합뉴스

해외에도 비슷한 사례들이 있다. 2010년의 칠레 광부 매몰사건'은 21세기의 가장 극적인 사건 중 하나로 꼽힌다. 2010년 8월 5일, 칠레 북부 아타카마 사막의 산호세 구리 광산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갱도에 매몰된 33명의 광부에 대한 구조 작업이 69일 만에 이뤄졌고, 기적적인 구조 과정은 TV 등에서 생중계되며 전 세계 1억 명이 지켜봤다. 두 달여 동안 비상식량을 공평하게 나눠 먹으며 극한의 상황을 버텨낸 광부 33명의 구조기는 안토니오 반데라스 주연의 할리우드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태국에서는 동굴에 최장 17일간 갇혔다가 기적적으로 생환한 사례도 있다. 2018년 6월 23일, 당시 11~16세로 구성된 13명의 유소년 축구팀 선수들과 20대 코치는 생일파티를 위해 '치앙라이 탐 루엉 동굴'을 찾았다.

동굴 속에서 구조되고 있는 태국 유소년 축구팀 소년들. photo 뉴시스

탐 루엉 동굴은 태국에서 가장 긴 동굴로 인기 관광지 중 하나지만, 내부가 미로처럼 복잡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런데 하필 이들이 방문한 날 오후부터 폭우가 시작되어 동굴 내 물이 급격하게 불어났다. 이들은 차오르는 물을 피해 더욱더 깊은 곳으로 계속 들어갔고, 결국 동굴 안 5km 지점에서 고립되었다. 

자식들이 귀가하지 않자 학부모들은 실종을 알렸고, 태국 정부는 구조 작업에 착수했다. 구조 작업이 길어지자 국제 사회에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미 공군 구조대원 30명을 비롯한 동굴 잠수 및 구조 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들이 사흘간의 구조작업을 진행했고, 그 결과 모두 무사 생환할 수 있었다.

다행히 이들은 동굴에서 생일 파티를 하기 위해 간식을 챙겨가 열흘간 이 음식으로 버틸 수 있었다고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코치는 간식을 단 한입도 먹지 않고 오직 물만 마셔가며 버티는 정신력을 발휘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재해시 생존율이 크게 떨어지는 시점인 72시간 골든타임을 넘어 생존한 사람들을 두고 '기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금까지 사례들을 살펴보면 붕괴와 매몰사고, 지진 등 불의의 사고에 처한 경우, 최대 생존 가능 기간은 20일을 넘기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수분 공급이 충분해도 몸이 젖거나 저녁이 되어 기온이 내려가면 저체온증에 의해 생명을 잃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런 위급 상황에서는 평소보다 체력 소모가 훨씬 크기 때문에, 여러 조건들을 놓고 보더라도 그들의 생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건 ‘정신력’이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김혜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