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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건사고코앞이 하천인데 차수판 없고 배수 안돼… 주차장이 생지옥으로[포항의 눈물] 포항 지하주차장 참사… 그날 무슨 일이 있었나이승규 기자김준호 기자입력 2022.09.08 03:00

 

코앞이 하천인데 차수판 없고 배수 안돼… 주차장이 생지옥으로

[포항의 눈물] 포항 지하주차장 참사… 그날 무슨 일이 있었나

입력 2022.09.08 03:00
 
 
 
 
 

지난 6일 포항시 인덕동의 A아파트 지하 주차장에는 제11호 태풍 ‘힌남노’ 때문에 범람한 인근 하천의 물이 들어차면서 주차된 차를 빼러 나왔던 주민 8명이 미처 대피하지 못하고 실종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들 가운데 2명은 에어 포켓에 의존해 14시간 넘게 버티다가 극적으로 생환했지만 나머지 6명은 심정지 상태에서 발견돼 사망했다. 같은 아파트 바로 옆 단지 지하 주차장에서도 1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포항 아파트 지하주차장 시간대별 상황

7일 오후 지하 주차장 사고 현장은 처참했다. 소방 당국이 흙탕물을 85%가량 빼낸 뒤에도 여전히 성인 무릎 높이까지 물이 찼다. 자동차 엔진오일과 배수구 냄새가 섞여 매캐한 냄새가 진동했고, 빗물에 휩쓸린 차량들이 서로 얽힌 모습은 아비규환을 방불케 했다. 주차장 곳곳에 신발, 인형, 화장품 등이 둥둥 떠다녔다. 일부 기둥 벽면에는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진흙 묻은 손 자국이 남아 긴박했던 상황을 그대로 보여줬다.

당시 지하 주차장에 들어갔던 A 아파트 주민들은 수십명이었다. 하지만 불과 8분여 차이로 빠져나온 이들과 남은 이들의 운명이 갈렸다. 지난 6일 오전 6시 지하 1층 구조의 A 아파트 지하 주차장이 일부 침수되기 시작했다. 오전 6시 30분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지하 주차장 차량 이동 안내 방송을 했고 일부 주민이 내려왔다.

주차장 차량 출입구 쪽에 주차돼 있던 한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오전 6시 37분부터 6시 45분까지 차량 14대가 대피했다. 빠져나온 차량들은 폭우와 강풍에 서로 뒤엉켜 아파트 입구에서 정체 현상이 벌어졌다. 그 직후 순식간에 물이 지하 주차장 차량 출입구 끝까지 차올랐다.

A 아파트에 사는 50대 남성 B씨는 당시 지하 주차장에 내려갔다 일찌감치 차를 버리고 대피했다. 그는 “그때만 생각하면 간담이 서늘하다”고 말했다. B씨는 6일 오전 6시쯤 차를 옮기기 위해 지하 주차장을 찾았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주차장으로 내려갔을 때 침수는 시작되고 있었다. B씨의 차량에도 타이어 위쪽까지 빗물이 차올랐다. B씨는 “차량이 입구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데다, 빗물이 무서운 속도로 들이쳐 차를 빼는 순간 고립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차를 버릴 땐 아까웠지만 일단 몸부터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당시 지하 주차장 내 111개 주차 공간에는 차량 66대가 주차돼 있었다. A씨처럼 차량을 빼지 않은 사람이 많았던 것이다.

 

1995년에 준공돼 올해로 27년이 넘은 이 오래된 아파트 지하 주차장의 ‘비극’은 침수 대비 시설이 없었다는 것에서 시작됐다. 주민 정모(52)씨는 “지하 주차장 입구엔 차수판이 없고 입·출구는 하나밖에 없으며 배수 시설도 제대로 안 돼 있는 걸로 안다”고 했다. 주민 이모(45)씨는 “주차장 차량 출입구가 여러 개였으면 다른 통로로 차를 빼냈을 것”이라고 했다. 배수 능력이 취약한 배수구는 이물질로 금세 막혔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노후된 건물에도 침수 대비 시설 보완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노후된 지하 시설 침수를 막기 위해선 비용이 들더라도 차수판을 설치하고, 배수 펌프 용량을 늘려 물이 잘 빠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A 아파트는 인근 하천인 ‘냉천’과 직선거리로 불과 100m 정도 떨어져 있었지만 모래주머니 등 방수벽을 쌓는 대비도 없었다. 이 때문에 냉천 주변의 피해가 속출했다.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5일 오후 6시부터 6일 오전 9시까지 냉천 주변 아파트에서 접수된 침수 신고는 25건에 달했다. A 아파트처럼 지하 주차장이 침수되거나 아파트 내로 하천 물이 유입된 경우였다.

 
 
이곳에서 대구경북의 이야기를 씁니다.
 
편집국 지방취재본부에서 경남 18개 시·군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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