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직격을 받은 경북 포항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차량 침수를 막아보려 지하주차장에 내려갔던 주민 9명이 실종, 결국 그 중 7명이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당시 영상을 확인해보니,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물에 잠기는 데 걸린 시간이 단 8분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6일 JTBC는 당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출입구 쪽에 주차되어 있던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을 보면 오전 6시 37분쯤 지하주차장에서 차들이 줄을 지어 나오고 있다. 지하 주차장 내 차량을 이동 조치하라는 관리사무실 안내방송이 나온 뒤 몇 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이 때 이미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만큼 많은 비가 쏟아지고 있었고, 차량 바퀴가 반쯤 잠길 정도로 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검은색 SUV가 지상으로 나온 뒤 어디로 이동할지 고민하는 듯 잠시 멈춰서자 그 뒤를 따라오던 차들도 잠시 정차했다. 2분이 지날 동안 지하주차장을 빠져나온 차량은 겨우 5대였고, 이 사이 지상에도 물이 차면서 차량들이 뒤엉키기 시작했다.
오전 6시43분까지 12대가 빠져나왔고, 그 후 2분 동안 추가로 2대가 더 빠져나왔다. 그 뒤로 지하주차장에서 나온 차량은 없었다.
오전 6시37분부터 6시45분까지 8분 동안 지하주차장에서 대피한 차량이 14대뿐인 것이다. 이 잠깐 사이 지상에 있던 차량의 차체까지 물이 차올랐다. 이 때 지하공간의 경우 출입구 등으로 빗물이 쏟아져 들어가면서 순식간에 물이 찼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지하주차장 내 차량이 뒤엉키고 출입문을 열 수 없어 대피하기 어려웠을 가능성이 높다.
7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주민 9명이 발견됐다. 소방당국은 이들이 6일 오전 6시30분쯤 지하주차장 내 차량을 옮기라는 관리사무실 안내방송 후 차를 빼러 나갔다가 실종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남성 전모(39)씨와 여성 김모(52)씨는 생존한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고, 70세 남성 1명, 65세 여성 1명과 68세 남성 1명, 신원 미상의 50대 남녀 각 1명, 20대 남성 1명, 10대 남성 1명 등 7명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