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ime On Budget' 앞세워 '제2의 바라카' 노린다

최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이집트 엘다바 원전 수주를 두고 국내 일각에서 원자로 등 주기기가 아닌 기자재와 구조물 등 2차측 수주에 그쳤다는 점에서 큰 성과로 보기 어렵다는 비판론이 일고 있다.
원전 주기기부터 운영, 정비까지 맡았던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사진)과 비교하면 엘다바 원전에서 한국의 역할이 제한적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다만 정부는 엘다바 수주 자체보다 이를 신호탄으로 본격 시작될 해외 원전 수주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만간 원전 건설 사업자를 정하는 체코, 폴란드,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제2의 바라카’ 같은 수주 소식을 기대할 정도로 한국 원전의 경쟁력이 결코 경쟁국에 밀리지 않기 때문이다.
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현재 정부는 한수원을 중심으로 한 컨소시엄에서는 체코와 폴란드 원전 수주를, 한전을 중심으로 사우디 등 원전 수주를 각각 준비하고 있다.

해외 경쟁국과 비교해 한국의 가장 큰 강점은 약속한 공사 기간과 예산을 준수해서 짓는 ‘온 타임 온 버짓(On Time On Budget)’이다. 이는 바라카 원전 건설에서 입증됐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6월 원전업계 간담회에서 “온 타임 온 버짓은 세계 어느 기업도 흉내 못 내는 우리 경쟁력”이라고 치켜세웠다.
해외에서는 원전 건설이 지연되고 관련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프랑스가 서부 노르망디 해안 인근에 짓는 플라망빌 원전 3호기 건설 사업은 당초 2012년 가동 목표로 추진됐지만, 2024년 4월에야 가동될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비용도 당초 33억 유로에서 127억 유로(약 17조2287억원)로 4배 가까이 불었다. 프랑스 기업 아레바가 짓는 핀란드 올킬루오토 3호기 원전도 당초 계획보다 무려 13년 지난 올해 12월에야 가동된다.
이런 건설 지연은 숙련공 등 기술인력 부족과 원전 기자재 등 공급망 약화 등이 복합 작용한 탓으로 해석된다.
노명섭 전 한전국제원자력대 교수는 “비록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국내 원전 업계가 타격을 받기는 했지만, 기술력에서나 공급망 측면에서 한국 원전산업은 해외 다른 국가에 비해 절대 뒤지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원전을 그냥 짓고 끝내는 게 아니라 운영까지 할 수 있는 능력도 한국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한전은 지난 2016년 UAE원자력공사(ENEC)와 바라카 원전을 60년간 공동 운영하는 투자계약을 체결했다. 사막에 원전을 지어본 경험 역시 강점으로 꼽힌다.
원전 산업의 경쟁력과 별개로 방산, 제조업 등에서 협력 가능성도 중요한 무기가 된다. 특히 정부는 체코, 폴란드 원전 수주에 이런 카드들을 적극 제시하고 있다. 이미 지난달 26일 폴란드와 K-2 전차 등 7조원대 방산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체코에 대해서도 원전 수주와 ‘패키지’로 제조업 산업구조 고도화 협력 등의 카드를 제시할 수 있다. 체코에는 현대차 공장이 진출해 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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