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오아시스는 갈증을 채워주는 존재이자 희망의 아이콘으로 비유된다. 우리 시대의 오아시스는 단순히 한 모금의 물이 아니다. 누구는 석유나 인프라 건설로, 누군가는 원전으로 새로운 기회의 오아시스를 파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 이후 13년 만에 지난달 사막에 또 하나의 커다란 우물을 파는 데 성공했다. 바로 3조원 규모의 이집트 엘다바 원전 사업 참여다.
이 프로젝트는 오랜 시간 말라 있던 국내 원전 산업계에 반가운 단비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1978년 고리 1호기가 가동되었을 때 심장이 뛰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집트 원전 수주는 원전 산업계에 당시에 버금가는 의미가 있다. 한국 원전 산업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고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까지 동력을 이어가며 새로운 K원전 시대의 문을 여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집트 원전 수주가 마중물이 되어 앞으로 또 다른 중동 국가와의 원전 사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체코와 폴란드 등 동유럽 원전 수출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체코에 1200MW(메가와트)급 원전 1기 입찰을 앞두고 치열한 삼파전을 벌이고 있는데, 이르면 2024년 계약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원전 6기 건설을 계획 중인 폴란드에는 지난 4월 사업제안서를 제출하고 한국 원전의 경제성과 안정성 등을 강조하고 있다. 이들 프로젝트는 새 정부의 국정 과제인 ‘2030년까지 10기 이상 원전 수출’ 목표 달성을 위한 출발선이 될 것이다. K원전이 유럽 무대에 깃발을 꽂을 수 있도록 민관이 힘을 모아 해외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