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가 점령한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의 일부 원자로가 사상 처음으로 우크라이나 전력망으로부터 분리됐다고 25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국영 기업 에네르고아톰이 밝혔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에네르고아톰은 자포리자 원전 인근의 화력 발전소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전체 6기 중 2기의 원자로에 전력 공급이 중단되면서 전력망과 연결이 끊어졌다고 설명했다. 에네르고아톰은 “침략자들의 행동으로 발전소 역사상 처음으로 원자력 발전소가 전력망에서 분리됐다”고 러시아를 규탄했다. 그러면서 2기 중 1기를 다시 전력망에 연결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영국 가디언은 러시아가 유럽 최대 원자력 발전소인 자포리자 원전의 전력을 크림반도 등 러시아 점령지로 끌어가기 위해 우크라이나 전력망에서 발전소를 아예 분리하려는 계획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페트로 코틴 에네르고아톰 대표는 가디언에 “러시아 기술자들은 남아 있는 원자로와 전력 연결을 차단하기 위한 계획을 세워 원전 직원들에게 보여줬다”면서 “이 계획대로 전력망을 교체하다 90분간 전력 공급이 중단되면 원자로는 위험한 온도에 도달한다”고 우려했다. 90분 이상 냉각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으면 원자로가 녹아 심각한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달 들어 자포리자 원전 주변에서는 포격 등 군사 활동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22일에는 포격이 이어지면서 원전 내 일부 기반 시설이 손상됐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상대방의 소행이라고 책임을 떠넘기며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시찰을 촉구했으나 실제 시찰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이날 프랑스24 방송과 인터뷰에서 러시아 측과의 협상에 진전이 있냐는 질문에 “성공에 아주 근접해 있다. 수일 내에 자포리자 원전을 방문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