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멘트사들이 지난 2월에 이어 다음달부터 시멘트 가격을 두 자릿수 인상하기로 통보하면서 레미콘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삼표시멘트는 지난달 말 고객사에 공문을 돌려 시멘트 가격을 오는 9월 1일자로 1t당 9만4000원에서 10만5000원으로 11.7% 인상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어 한일시멘트도 9월부터 시멘트값을 1t당 9만2200원에서 10만6000원으로 15% 인상하겠다는 공문을 보냈다. 시멘트업계는 지난 2월에도 시멘트 단가를 15~18% 인상한 바 있다.
삼표 관계자는 “유연탄과 주요 원자재 가격 폭등, 유가 상승에 따른 선박 운임을 포함한 물류 비용 증가 등 전방위적인 원가 상승으로 인해 경영 환경이 더욱 더 악화되고 있다”며 “자체적인 절감 노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라 부득이하게 시멘트 공급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시멘트 생산원가의 40% 가량을 차지하는 유연탄 가격은 지난해 평균 1t당 137달러(호주산 뉴캐슬 6000㎉/t 기준)에서 1t당 350~400달러로 3배 이상 치솟았다. 원달러 환율도 지난해 말 1190원에서 현재 1300원대로 오르면서, 실제 시멘트사들이 체감하는 원가부담 압박은 더 크다는 것이 시멘트업계의 설명이다.
그러나 레미콘업계는 시멘트사의 일방적 인상 통보에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한 레미콘사 관계자는 “유연탄 가격이 오른 것은 맞지만 이미 1분기 단가 인상에 반영을 했는데, 인상 요인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 없이 일방적으로 두 자릿수 인상을 통보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했다.
중소 레미콘 업체들의 연합체인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는 2일 긴급회의를 열고 시멘트 가격 인상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연합회는 기획재정부와 공정위에 중재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고, 국회에도 납품단가 연동제를 조속히 통과시켜 달라는 탄원서를 보냈다. 휴가철이 끝난 8월 말 시멘트사를 찾아가 단체 시위도 벌일 계획이다. 배조웅 연합회 회장은 “한 해 동안에만 시멘트 단가가 30% 오르면서 일부 중소 레미콘사들은 폐업의 갈림길에 서있다”고 했다.
레미콘 업계는 지난 2월 시멘트 가격이 오른 뒤 건설사와의 협상 끝에 5월부터 레미콘 단가를 13.1%(수도권 기준) 인상한 바 있다. 이번에도 레미콘 단가 인상을 놓고 건설사와 레미콘사 간의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이미 상반기에 단가협상 시한 1년을 채우지도 못하고 반년 만에 재협상해 두 자릿수를 인상하기로 했는데 다시 레미콘 단가를 올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