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남태평양 통가의 해저화산 ‘훙가 통가-훙가 하파이’가 폭발하면서 250만ℓ(리터) 규모인 올림픽 규격 수영장 5만8000개를 채울 수 있는 양의 수증기가 성층권으로 뿜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지구의 평균 기온에도 일시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을 정도의 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일(현지 시각) 미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JPL)에 따르면, 통가 화산 폭발로 인해 성층권에 유입된 수증기 양은 146Tg(테라그램)에 달한다. 1테라그램은 1조그램이다. 전체 성층권에 있던 수증기의 10%가량이 한번에 유입된 것이다.
화산이 분화할 때 수증기가 대량으로 성층권에 유입되는 일은 극히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8년간 NASA가 파악한 사례는 2008년 알류샨 열도 캐서토치 섬 화산 폭발과 2015년 칠레 칼부코 화산 폭발 등 2건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수증기 양이 적어 금세 증발했다고 한다. 대형 화산 폭발로 꼽히는 1991년 피나투보 화산 폭발 때도 통가 화산 폭발과 비교하면 4분의 1수준의 수증기가 성층권으로 유입됐다.

JPL은 통가 화산폭발로 성층권에 유입된 수증기가 수년간 증발하지 않고 남아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수증기가 오존층을 악화할 수 있는 화학반응을 촉진해 지표면 온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또 대기로 유입된 많은 양의 수증기가 열을 가둬 기온 상승의 또 다른 원인이 될 가능성도 크다.
다만 ‘장기적으로’ 기후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JPL의 분석이다. 수증기가 사라지면서 온난화 효과도 점차 해소되기 때문이다.

통가 해저 화산 폭발은 지난 1월 15일 발생했다. 분화 순간 터져 나온 화산재와 가스가 순식간에 주위를 뒤덮었다. 통가 일대는 1m가 넘는 쓰나미에 휩쓸렸다. 당시 NASA 랭글리 연구센터 측은 통가 화산으로 인한 연기 기둥이 58㎞까지 치솟아 역대 가장 높은 기록을 세웠다고 밝혔다. 폭발 여파는 태평양 연안 국가로도 번졌다. 당시 호주, 뉴질랜드, 일본, 미국 등에는 쓰나미 경보가 내려졌다. 우리나라도 제주 서귀포와 모슬포 등에 약 10㎝ 안팎의 파고가 일며 충격파가 감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