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행정안전부 경찰국’ 출범에 대해 경찰 일각의 반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온라인에서 사진 한장이 확산하며 논란을 빚고 있다. 한 경찰관이 윤 대통령과 악수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인데, 사진 속 경찰관은 목과 허리를 꼿꼿하게 편 채로 악수를 하고 있으며, 다른 손은 바지주머니에 넣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대통령 지지자들은 이 한장의 사진만을 놓고 경찰관들을 향해 “건방지다” “오만하다”며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 상황을 담은 영상을 보면, 당시 현장의 분위기는 달랐다. 경찰관들은 대통령과 반갑게 웃으며 인사를 나눴고, 악수 사진 속 당사자 경관은 윤 대통령의 지구대 현장 순시를 바로 곁에서 따라다니며 보좌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지구대를 방문해 치안 현장을 점검하고 경찰관들을 격려했다. 문제가 된 사진은 지구대 안에서 나왔다. 윤 대통령은 지구대에 성큼성큼 들어가 곧바로 오영국 신촌지구대장과 악수를 나눴다. 윤 대통령이 걸어들어오던 탄력때문에 상체가 앞으로 살짝 기울어진 모습이었고, 오 대장은 제자리에 선채 한손으로 악수를 했다.
이 순간을 담은 사진이 카카오톡과 커뮤니티 등으로 퍼지며 논란이 됐다. 보수 지지층을 중심으로 오 대장의 모습을 보고 “건방지다”, “오만하다”, “윤 대통령을 무시한 것”, “인사를 두 손으로 받아야지”, “경찰이 대통령 같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니까 이런 대접을 받고 있다” 등 불만이 터져나왔다.
여기에 일부 보수 유튜버가 “이게 경찰들의 본심”이란 식으로 언급, 군중의 분노를 부추겼다.
그러나 이날 지구대에서 촬영된 전체 영상을 보면, 오 대장을 포함한 경찰관이 윤 대통령을 홀대한다는 분위기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성큼 성큼 지구대 안으로 들어간 윤 대통령은 가장 먼저 오 대장에게 다가가 오른손을 내밀었다. 오 대장도 오른손을 내밀었고,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가볍게 악수를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격려 차원에서 오 대장의 왼쪽 팔을 ‘툭’쳤다.
지구대 내부를 둘러본 윤 대통령은 오 대장에게 “신촌지구대라고 해서 어딘지 모르고 와보니까, 제가 연희동에서 50년 가까이 살았잖아요. 옛날 신촌파출소가 낯익다. 굉장히 반갑네”라고 말했다. 오 대장은 윤 대통령 말에 “네. 네”라고 대답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오 대장에게 ‘치안 현황을 보고 받은 뒤, 다른 경찰관들과도 악수 인사를 나눴다. 다른 경찰관들 역시 윤 대통령과 쳐다보며 한 손으로 인사했다.
처음에 미처 악수를 하지 못한 경찰관이 대통령에게 다가가 “대통령님, 저희도 악수 좀…”이라며 웃으며 손을 건네는 모습도 있었다. 오 대장은 일정이 끝날 때까지 윤 대통령 뒤를 따라다니며 보좌했다.
사실 오 대장의 악수는 매뉴얼에 가깝다. 해양경찰 예절 규칙 제9조(악수)에 나온 인사법을 보면 ① 상급자가 먼저 요청이 있을 때에 한해 1보전에서 차렷 자세로 오른손을 내어 이에 응한다. ② 이 때에 손은 가볍게 잡고 상대방의 눈을 마주보며 자연스럽게 교환하며, 절도 있는 목소리로 계급 성명이나 “감사 합니다”라는 인사를 건넨다. ③ 악수시 허리를 굽히거나, 고개를 숙이는 등 저자세 악수법은 삼가며, 손을 너무 흔들거나 두손을 움켜쥐는 것은 실례가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 현직 경찰관은 “경찰 욕하는 댓글 보고 깜짝 놀랐다. 이 인사법이 왜 비난을 받아야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높은 사람과 인사하면 고개를 숙이고 두 손으로 악수해야 하냐”며 황당해 했다. 그러면서 “오 대장이 보여준 차렷 자세의 한 손 인사는 오히려 ‘인사의 정석’”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