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 군인들이 우크라이나 군인에게 재갈을 물린 뒤 거세하는 영상이 소셜미디어에서 확산하며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WP), CNN 등에 따르면 최근 친러시아 성향의 텔레그램 채널에 문제의 영상들이 올라왔다. 가장 먼저 등장한 영상에는 러시아 군인으로 보이는 4명이 우크라이나 군인으로 보이는 희생자 1명을 둘러싸고 재갈을 물리는 장면이 나온다. 이들 가운데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지지를 상징하는 ‘Z’ 휘장이 달린 러시아군 복장을 한 사람이 있다.
두 번째 영상에는 손발이 묶인 희생자가 바닥에 누워 발버둥을 치는 가운데 러시아군으로 보이는 이들이 그의 머리 등을 발로 차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들은 넋을 잃은 희생자의 바지와 속옷을 커터칼로 잘라낸 후 수술용 장갑을 끼고서 희생자를 거세했다. 이 영상에는 러시아어로 “붙잡아, 붙잡아”라고 말하는 소리가 담겼다. 이어 마지막 영상에서 이들은 희생자의 머리에 총을 쏜 뒤 그의 시신을 끌고 가는 모습이 나온다.
해당 영상이 찍힌 정확한 날짜와 장소는 확인되지 않았다. 러시아가 가해자의 신분을 숨기기 위해 이런 영상을 찍고 1~2년 후 공개한다며 과거에 촬영된 영상일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탐사 매체 벨링켓의 에릭 툴러 디렉터는 영상이 조작됐다는 증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에릭은 영상 배경에 나오는 흰색 차량에 ‘Z’ 표식이 새겨져 있고, 영상에 나온 러시아 군인 중 몇몇은 지난 6월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 루한스크주의 한 도시에서 카메라에 포착돼 러시아 매체를 통해 공개된 바 있다고 주장했다.

영상이 공개되자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실은 해당 사건에 대한 범죄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검찰총장실은 “영상 분석 결과 러시아 연방군 복장을 한 사람들이 우크라이나군 복장의 포로를 고문한 것으로 나타난다”며 “범죄 정황을 확인하기 위한 모든 조치에 착수했다”고 했다.
유엔인권조사단은 페이스북을 통해 “불행히도 이 영상은 전쟁 포로에 대한 고문과 비사법적 폭력을 기록한 영상들 중 가장 최근의 것”이라며 “영상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영상 속 고문을 당한 희생자가 머리에 총을 맞은 뒤 끌려가 도랑에 쳐박히는 장면이 있다. 사실로 확인되면 이런 행동은 전쟁범죄”라며 “불행히도 포로와 전투력을 상실한 사람을 고문하고 재판 없이 처형하는 장면이 계속 나오고 있다”고 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 담당 집행위원은 “우크라이나 및 국민들에 대한 러시아의 불법적이고 부당한 전쟁 공격이 나날이 잔혹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 군인들이 우크라이나군 전쟁 포로를 극악무도하게 학대하는 충격적인 증거가 친러 소셜미디어에 널리 퍼졌다”고 했다.
국제앰네스티는 해당 영상에 대한 조사를 요구했다. 마리 스트러더스 국제앰네스티 동유럽 및 중앙아시아 담당 책임자는 “이 끔찍한 공격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생명과 존엄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는 명백한 예시다. 모든 관련자에 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우리는 러시아가 국제법을 위반한 범죄를 기록해왔다. 우크라이나 동부 러시아 지원 반군이 포로를 즉결처형하고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시민을 재판 없이 처형하는 것 등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