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가 끝난 직후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더 열심히 뛰겠다”는 내용이었다. 낙선 후보가 보낸 것이었다. 그는 “경쟁 후보보다 부족해서 떨어졌다. 다음 선거까지 시간이 남았으니 저부터 성장해야겠다”고 했다. 그는 국민의힘 소속으로 민주당 텃밭 지역에 출마했다가 고배를 마신 20대 청년 정치인이었다.

지난 지방선거는 2030 세대에게 희망을 준 선거였다. 전체 당선인 4125명 가운데 만 20~39세 비율이 10.08%(416명)였다. 4년 전 당선인 중 2030세대 비율이 6%(238명)였던 것과 비교하면 1.7배 늘었다.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기성 정치권 장벽이 무너지는 신호라는 말도 나왔다.
그런데 불과 한 달여 사이 분위기가 바뀌었다. “열심히 뛰어보겠다”던 그는 최근 당협위원장에게 “슬슬 살길 찾아봐야 되지 않겠냐”는 조언을 들었다고 한다. 당협위원장은 최근 국민의힘 내홍, 인사 논란 등을 언급하며 4년 후 출마에 대해 부정적 전망을 쏟아냈다고 한다. 그 청년 정치인은 “지난 선거에선 ‘왜 국민의힘으로 나왔느냐’고 물으면 그 이유에 대해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는데 이젠 그렇지 못하다”고 했다. “정치 선배인 기성 정치인들이 밥그릇 싸움 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왜 정치를 해야 하는지 혼란스럽다”고 했다.
요즘 국민의힘 2030 당직자들 사이에선 “당에서 줄세우기식 정치의 끝판왕을 보여주고 있다”는 소리가 나온다. 이준석 대표가 이달 초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이후 일명 ‘이준석 키즈’로 불리던 몇몇 당직자는 텔레그램을 통해 불안한 미래에 대해 넋두리를 늘어놓고 있다고 한다. 한 당직자는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 라인’이라는 꼬리표가 붙는 순간 다음 선거에서 공천을 받느냐 마느냐가 이미 결정되는 것 같다”며 “선거 때는 혁신과 2030을 외치면서 선거만 끝나면 도로 옛날식 정당으로 변해 안타깝다”고 했다.
민주당도 별반 다르지 않다. 대선 한 달 남기고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 선대위에 영입된 박지현 전 공동비대위원장은 최근 “매주 월요일 고위전략회의에서 대놓고 개무시를 당해 ‘저 좀 패싱하지 말아 주세요’라고 목소리를 낸 적도 있다”고 했다.
여야는 대선을 앞두고 2030세대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1300만명이 넘는 2030세대 유권자를 대선 승패를 결정하는 캐스팅보터로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자마자 여야에서 모두 그 흐름에 역행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여당의 한 당협위원장은 최근 30대 인권변호사에게 정치 입문을 제안했다가 퇴짜를 맞았다. 이 변호사는 “정치권에선 실력 우선주의 원칙이 통하냐”고 물었고, 당협위원장은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기성 정치가 윗물다운 모습을 보여야 유능한 청년이 정치로 모여들지 않겠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