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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라이프종교·학술[김한수의 오마이갓] 지금 조계사 마당에 연꽃이 피고 있어요김한수 종교전문기자입력 2022.07.27 00:00

 

 

[김한수의 오마이갓] 지금 조계사 마당에 연꽃이 피고 있어요

입력 2022.07.27 00:00
 
 
 
 
조계사 앞마당을 연꽃이 가득 메우고 있다. /조계사 제공

지금 서울 조계사 앞마당엔 연꽃이 한창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조계사(주지 지현 스님)가 매년 여름 ‘나를 깨우는 연꽃 향기’란 주제로 개최하는 연꽃축제입니다. 올해도 플라스틱 수조 600개 속에는 연두빛, 초록색 연잎이 활짝 펼쳐졌고 이번주 들어 햇살이 강해지면서 연꽃대가 쑥쑥 올라오고 있습니다. 신도와 관광객들이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연꽃을 촬영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30도가 넘는 뙤약볕 아래에서도 연꽃 사진 찍는 표정들은 모두 환합니다. 지현 스님은 “그동안 장마 때문에 꽃이 덜 피었는데, 이번주부터 볕이 좋다니 한동안은 연꽃이 본격적으로 활짝 필 것”이라고 했습니다.

조계사 마당이 매년 연꽃밭으로 변신하게 된 것은 2015년부터입니다. 불교 사찰 가운데에는 연꽃으로 유명한 곳이 꽤 있습니다. 서울에서 가까운 사찰로는 경기 남양주 봉선사가 연꽃으로 유명하지요. 이런 사찰의 경우, 주변에 큰 연못이 있어 여름이면 연못 가득 연꽃이 피어 장관을 연출합니다. 그러나 조계사는 연못이 없습니다. 대신 조계사는 대형 수조를 가져와 연꽃을 피우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연못을 파지는 못하고 ‘이동식 작은 연못 600개’를 만든 셈입니다.

조계사 연꽃 축제 개막식. 올해 연꽃축제는 8월말까지 계속된다. /조계사 제공

한때 조계사는 연꽃이 핀 수조에 미꾸라지를 ‘방생’하기도 했습니다. 연꽃 축제에 쓰이는 연꽃은 경기 용인의 한 농장에서 가져온답니다. 이 농장에서 인근 하천의 물을 떠서 수조에 담는 과정에서 더러 미꾸라지와 붕어가 몇마리씩 딸려 왔답니다. 이렇게 딸려온 미꾸라지는 수조 속 진흙을 헤치며 헤엄치면서 산소도 공급하고 모기 유충도 잡아먹었답니다. 그래서 2017년엔 수조 1개당 3~4마리씩 미꾸라지를 방생하기도 했지요. 그런데 미꾸라지가 워낙 활동력이 왕성해 수조 밖으로 튀어나와 죽어버리는 경우가 많았답니다. 이후로 미꾸라지 방생은 접고, 대신 지현 스님 등 조계사 식구들이 꼬챙이를 가지고 틈틈이 수조 바닥을 휘저어 공기가 통하도록 한다는군요.

매년 10월이면 조계사는 국화 꽃밭으로 변신한다. 공룡 모양 조형물 등이 전시돼 어린이들에게 인기다. /조계사 제공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9월말~10월초가 되면 조계사 마당은 거대한 국화 꽃밭으로 변신합니다. ‘시월 국화는 시월에 핀다더라’를 주제로 조계사가 2011년부터 매년 가을 개최하고 있는 국화 축제이지요. 국화축제는 특히 어린이들에게 인기입니다. 그냥 국화꽃 화분만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대형 국화 조형물을 만들거든요. 최근엔 아이들이 좋아하는 공룡 모양 조형물이 자주 등장합니다. 키가 4~5미터에 이르는 공룡 모양 대형 조형물의 겉면에 이끼로 옷을 입히고 그 위에 국화꽃을 장식하는 거죠. 부처님과 둘리, 손오공, 십이지신상도 이런 방식으로 ‘국화 옷’을 입습니다. 이렇게 장식한 국화가 펼쳐진 조계사 마당은 테마 파크 같습니다. 조계사 국화 축제를 보고 있으면 새삼 ‘국화가 이렇게 다양한 색깔과 모양이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국화 축제 기간에 국화가 몇 송이나 전시되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조계사 관계자들도 “마당 한가득 국화가 피지만 몇 송이나 되는지는 우리도 모른다”며 웃습니다.

 
매년 가을 열리는 조계사 국화 축제.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조형물을 많이 전시한다. /조계사 제공

조계사는 조계종의 얼굴입니다. 매년 부처님오신날 법요식을 비롯해 조계종의 중요 행사는 조계사에서 열립니다. 경내에는 조계종 총무원 청사도 있습니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있어서 접근성도 좋지요. 그렇지만 산사(山寺)의 고즈넉한 느낌은 없었지요. 조계사 행사가 없을 때에는 이렇다할 볼거리도 마땅치 않았습니다.

조계사가 연꽃 축제와 국화 축제를 기획한 것도 시민들에게 ‘잠시의 힐링’을 선물하고 싶어서였습니다. 지현 스님은 “조계사 주변에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을 보면 항상 바쁘고 지친 모습이었다”며 “종교에 관계 없이 누구나 잠시 들러서 머리 식히면서 위안을 받을 수 있는 장소로 만들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이렇게 시작한 연꽃 축제와 국화 축제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시민들에게 더욱 사랑 받았습니다. ‘거리 두기’를 할 필요없이 꽃을 감상할 수 있으니까요. 또 두 가지 축제 덕분에 조계사는 봄부터 가을까지 꽃이 지지 않는 사찰이 됐습니다. 부처님오신날 전후로는 오색 연등, 초여름부터는 연꽃, 초가을부터는 국화가 피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됐습니다. 코로나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조계사 연꽃을 감상하며 잠시 시름을 달래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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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앞마당을 연꽃이 가득 메우고 있다. /조계사 제공

지금 서울 조계사 앞마당엔 연꽃이 한창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조계사(주지 지현 스님)가 매년 여름 ‘나를 깨우는 연꽃 향기’란 주제로 개최하는 연꽃축제입니다. 올해도 플라스틱 수조 600개 속에는 연두빛, 초록색 연잎이 활짝 펼쳐졌고 이번주 들어 햇살이 강해지면서 연꽃대가 쑥쑥 올라오고 있습니다. 신도와 관광객들이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연꽃을 촬영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30도가 넘는 뙤약볕 아래에서도 연꽃 사진 찍는 표정들은 모두 환합니다. 지현 스님은 “그동안 장마 때문에 꽃이 덜 피었는데, 이번주부터 볕이 좋다니 한동안은 연꽃이 본격적으로 활짝 필 것”이라고 했습니다.

조계사 마당이 매년 연꽃밭으로 변신하게 된 것은 2015년부터입니다. 불교 사찰 가운데에는 연꽃으로 유명한 곳이 꽤 있습니다. 서울에서 가까운 사찰로는 경기 남양주 봉선사가 연꽃으로 유명하지요. 이런 사찰의 경우, 주변에 큰 연못이 있어 여름이면 연못 가득 연꽃이 피어 장관을 연출합니다. 그러나 조계사는 연못이 없습니다. 대신 조계사는 대형 수조를 가져와 연꽃을 피우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연못을 파지는 못하고 ‘이동식 작은 연못 600개’를 만든 셈입니다.

조계사 연꽃 축제 개막식. 올해 연꽃축제는 8월말까지 계속된다. /조계사 제공

한때 조계사는 연꽃이 핀 수조에 미꾸라지를 ‘방생’하기도 했습니다. 연꽃 축제에 쓰이는 연꽃은 경기 용인의 한 농장에서 가져온답니다. 이 농장에서 인근 하천의 물을 떠서 수조에 담는 과정에서 더러 미꾸라지와 붕어가 몇마리씩 딸려 왔답니다. 이렇게 딸려온 미꾸라지는 수조 속 진흙을 헤치며 헤엄치면서 산소도 공급하고 모기 유충도 잡아먹었답니다. 그래서 2017년엔 수조 1개당 3~4마리씩 미꾸라지를 방생하기도 했지요. 그런데 미꾸라지가 워낙 활동력이 왕성해 수조 밖으로 튀어나와 죽어버리는 경우가 많았답니다. 이후로 미꾸라지 방생은 접고, 대신 지현 스님 등 조계사 식구들이 꼬챙이를 가지고 틈틈이 수조 바닥을 휘저어 공기가 통하도록 한다는군요.

매년 10월이면 조계사는 국화 꽃밭으로 변신한다. 공룡 모양 조형물 등이 전시돼 어린이들에게 인기다. /조계사 제공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9월말~10월초가 되면 조계사 마당은 거대한 국화 꽃밭으로 변신합니다. ‘시월 국화는 시월에 핀다더라’를 주제로 조계사가 2011년부터 매년 가을 개최하고 있는 국화 축제이지요. 국화축제는 특히 어린이들에게 인기입니다. 그냥 국화꽃 화분만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대형 국화 조형물을 만들거든요. 최근엔 아이들이 좋아하는 공룡 모양 조형물이 자주 등장합니다. 키가 4~5미터에 이르는 공룡 모양 대형 조형물의 겉면에 이끼로 옷을 입히고 그 위에 국화꽃을 장식하는 거죠. 부처님과 둘리, 손오공, 십이지신상도 이런 방식으로 ‘국화 옷’을 입습니다. 이렇게 장식한 국화가 펼쳐진 조계사 마당은 테마 파크 같습니다. 조계사 국화 축제를 보고 있으면 새삼 ‘국화가 이렇게 다양한 색깔과 모양이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국화 축제 기간에 국화가 몇 송이나 전시되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조계사 관계자들도 “마당 한가득 국화가 피지만 몇 송이나 되는지는 우리도 모른다”며 웃습니다.

 
매년 가을 열리는 조계사 국화 축제.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조형물을 많이 전시한다. /조계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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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가 연꽃 축제와 국화 축제를 기획한 것도 시민들에게 ‘잠시의 힐링’을 선물하고 싶어서였습니다. 지현 스님은 “조계사 주변에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을 보면 항상 바쁘고 지친 모습이었다”며 “종교에 관계 없이 누구나 잠시 들러서 머리 식히면서 위안을 받을 수 있는 장소로 만들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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