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부동산 부당 거래가 또 적발됐다. 개발 사업 정보를 미리 알고 땅값이 오르기 전 토지나 건물을 사들여 시세 차익을 노리는 등의 수법으로, 전국 여러 지역 직원들이 가담했다. 국토 개발 정보 관리 부실과 LH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 문제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감사원은 LH 임직원의 업무상 개발 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 여부 등에 대한 공익 감사를 벌인 결과, 서울·대전충남·전북·강원 지역 본부에서 직원 8명의 비위 사실을 확인해 경찰 수사를 요청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감사는 작년 3월 수도권 3기 신도시 관련 LH 임직원의 투기 논란이 불거진 후 공익 감사가 청구돼 작년 5~7월 실지 감사가 이뤄졌다.
감사 결과,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부당 거래가 다수 적발됐다. 서울지역본부 간부 A씨는 2018년 8월 남양주 도시 개발 사업에 대한 업무 보고를 받고 사업지와 인접한 토지 551㎡(약 167평)와 70평대 건물을 배우자 명의로 지인들과 함께 차명(借名) 매입했다. 대전충남지역본부 부장 B씨는 2020년 7월 대전 내 공공주택지구 후보지 인근 땅 541㎡(약 164평)를 배우자와 공동 명의로, 전북지역본부 부장 C씨는 임대주택지구 선정지 발표 전 인근 땅 269㎡(약 81평)를 본인 명의로 각각 사들였다. 감사원은 이 직원들에 대해 LH 측에 해임을 요청하고, 경찰에 수사 요청을 했다.
LH가 내놓은 토지 매물을 지인을 통해 사들인 뒤 기존 계약서에 존재했던 특약 사항을 숨기고 팔아 높은 시세 차익을 거둔 사례도 있었다. 강원지역본부 부장 D씨는 2015년 5월 LH가 매물로 내놓은 공공주택지구 내 준주거용지·주차장용지·종교용지가 팔리지 않고 두 차례 유찰되자, 이를 지인 명의로 사들였다. 이 땅에는 상수관로 매설 부지가 포함돼 있었다. LH는 강원도에서 상수관로 땅을 사들일 때 ‘향후 이 땅의 매수자는 LH 및 강릉시를 상대로 상수관로 이전 요구를 할 수 없다’는 특약 사항을 넣었다. 그런데 D씨는 이 특약 사항의 존재를 숨기고 땅을 팔아 6억1300만원의 시세 차익을 거뒀다. 감사원은 “특약 사항이 빠지면서 추후 매수자가 LH에 상수관로 이전을 요청했을 경우 25억원의 비용이 발생할 수 있었다”며 LH 측에 파면 요청을 하고,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감사원은 경작 의사가 없는데도 투자 가치가 있다고 보고 농지를 불법 취득한 국토교통부 직원 5명, LH 직원 10명 등 17명도 적발해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