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나쁜 엄마인가요?”란 질문을 받는 경우가 늘어났다. “당신은 훌륭한 엄마다”라고 우선 답변한다. 자녀의 정상적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이상 성격’의 부모도 극히 일부 존재하겠지만, 이런 경우는 대체로 자기 인식이 결여되어 스스로의 문제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나쁜 엄마인지 묻는 엄마는 자녀 양육에 한계를 느끼고 그 원인을 자신 안에서 찾으려는 자기 인식 기능이 작동하는 상황이다. 좋은 엄마인 것이다.
학부모들에게 “자녀를 키울 때 부모가 얻는 최고의 유익은 끝없는 인내의 단련과 자기 성숙이다”라고 우스개처럼 이야기하면 대체로 공감하며 크게 웃는다. 아이 키우는 것이 실제 만만치 않다. 부모 자녀 관계, 자녀의 심리 등 다양한 양육 관련 정보가 인기인 이유다. 다양한 미디어 채널을 통해 제공되고 있는 좋은 정보를 잘 활용하는 것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런 정보를 지나치게 자기 판단의 기준으로 강하게 묶어 버리면 ‘나는 나쁜 엄마다’란 생각이 들기 쉽다. 직장인도 자신의 경직된 기준에 비춰 자기가 일을 못한다고 주관적으로 자꾸 생각하면 실제 객관적 업무 능력까지 떨어질 수 있다.
“고등학생 자녀가 작년에 성적이 떨어져 너무 우울해져 걱정입니다”라는 엄마의 고민을 접했다. 그에게 “성적이 떨어졌는데 우울한 자녀와 아무렇지도 않은 자녀 중 어느 자녀를 더 걱정을 해야 하느냐”고 물었더니 조금 당황하다 웃음 지었다.
자녀 양육에 있어 ‘성장’과 비즈니스 영역에서 요즘 강력히 요구되는 ‘전환(transformation)’의 심리 전개가 유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마음이 평온한 성장과 전환을 원하지만 실제는 영 그렇지가 않다. 불안, 걱정, 우울, 좌절 등의 심리적 압박 지점(pressure zone)을 반드시 경험한다. 성장하고 전환하려 하기에 압박을 경험하는 것이다.
이 압박의 시기에 적극적인 정서적 지원이 함께하면 전환 성공률이 올라가는 것으로 되어 있다. 정서적 지원의 중요한 요소가 고통을 공감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열린 질문과 능동적 경청과 같은 정신 치료적 접근이 리더십의 한 소통 기술로 적용되고 있다.
앞의 예에 적용해 보면, 자녀가 성적이 떨어져 우울한 것에 대해 “내가 나쁜 엄마여서 제대로 돌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탓하지 말자. 성장과 전환을 위한 심리적 압박의 시기임을 인지하고 “어떤 부분을 엄마가 도와주면 좋을까” 등 열린 질문과, 능동적 경청을 통해 공감하고 지지해 주는 것이 효과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