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조 파업이 50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경찰이 노사 협상 결렬에 대비해 공권력 투입을 적극 검토하고 실제 훈련에 나섰다. 협상 불발 시 22일쯤 5600여명의 경찰 이 투입될 것으로 관측된다.
21일 오후 2시 대우조선 옥포조선소 1독(dock·배를 만드는 작업장). 주황색 근무복을 입는 119구조대원 10여명이 선박 주변을 살폈다. 선박 설계도면을 보면서 선박 구조를 파악하는 모습이었다. 일부 대원은 직접 선박에 올라 구조물 상태를 확인했다. 40여분 뒤 독 바닥에는 에어매트 2개가 설치됐다. 하청노조 일부가 농성 중인 장소 바로 옆이다. 에어매트는 몇 시간 뒤 철거됐다.
현장에 있던 한 119대원은 “공권력 투입과 관련해 오늘 지휘부들이 직접 현장에 나와 현장을 살펴보고 안전 점검을 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경찰 움직임도 달라졌다. 전날까지 보이지 않던 경찰 버스가 1독 안으로 진입했고, 20명 남짓한 경찰들이 수시로 1독 게이트와 선박 주변을 순찰하며 회의를 거듭하는 모습도 보였다. 오후 2시 50분쯤엔 1독 상공으로 경찰 헬기가 떠올라 주변을 맴돌았다.
경찰은 전날 금속노조 총파업에 대비해 8개 중대 660명가량을 현장에 배치했는데, 이날 경찰 병력을 12개 중대 960명으로 더 늘렸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은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하청지회)가 점거한 거제 옥포조선소에 공권력 투입을 적극 검토 중이다. 불법 점거를 벌이는 노조원들을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현행범 체포하는 안이다. 불법파업인 만큼 체포 영장 없이도 공권력 투입을 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를 위해 현재 소방청과 경찰청이 합동으로 옥포조선소 점거 현장 근처에서 진압 시나리오를 세워 도상훈련을 하고 있다. 노조원들이 농성장 내부에 인화성 물질을 들인 것으로 알려져 화재나 폭발 위험성에 대비하고, 빨리 진압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면서 작전을 세우는 것이다. 경찰이 이날 독 주변에 경력을 늘린 것도 추가적인 인화물질 반입을 막기 위해서다.

수사기관 고위 관계자는 “21일 오전 공권력을 투입하는 것을 유력하게 검토했는데 비가 오는 바람에 일단 보류한 상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노사 협상이 결렬되면 희망버스가 오기 전(23일) 22일쯤 공권력을 투입하는 계획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실제 공권력이 투입될 경우 전국에서 71개 중대(5600여명) 투입이 예상된다.
다만 경찰은 공권력 투입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기 때문에 노사가 대화로서 사태가 해결되길 바라는 상황이다.
이상민 행안장관은 지난 20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와 면담하며 관련 사안에 대해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청지회 노조원 7명은 지난달 2일부터 경남 거제 옥포 조선소의 제1독을 무단 점거하고 있다. 21일로 50일째다. 하청지회 부지회장 유모(40)씨는 약 1㎥ 크기의 철제 구조물에 스스로를 결박한 상태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유씨는 1.8L짜리 생수통 2개에 시너를 담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노조원들은 지난 19일 농성장에 인화성 물질로 추정되는 15L짜리 노란색 통 5개를 독 안으로 반입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