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혜와 경륜, 게다가 넉살까지 갖춘 ‘할머니 친구’를 사귀는 건 즐겁고도 든든한 일입니다. 두 어머니가 계시지만, 딸이고 며느리라 오히려 털어놓지 못할 고민을 ‘할머니 친구’에겐 무람없이 할 수 있거든요.
‘홍대 앞 할머니’가 그런 분입니다. ‘대모’라기엔 체구가 귀여운 소녀 같고, ‘멘토’라기엔 좀 딱딱해서 그냥 서로 존대하며 친구처럼 지냅니다. 그러고 보니 벌써 10년 우정! 예전엔 이메일로 소식을 주고받다 카톡이 생긴 뒤로는 매주 한두 번 문자로 안부를 전하지요. 언제나 그렇듯 제가 푸념하고 그분은 다독여주시고요.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도, 큰애 군대 보낼 때도, 나이 쉰에 맹장 수술 했을 때도 특유의 짧고 담백한 문장으로 절 응원해주셨지요.
흐르는 강물처럼 조용한 성품인데도 위트가 뛰어나 저를 빵 터지게도 합니다. 지난주엔 수학자 허준이 얘기를 주고받다 웃었지요. “우리 수학은 가르치는 게 문제 있어요. 저도 수학 시간에 딴짓 하다가 걸려 선생님이 백묵을 슝~ 날린 적 있지요. ‘이놈들아, 나중에 계를 하더라도 빵꾸는 안 내야 되잖아!’.”
아주 가끔 속내를 드러내실 때도 있는데 그 방식이 우아해요. 얼마 전 함께 살던 딸네 가족이 미국으로 가게 돼 공항에서 작별 인사를 했는데 카톡에 이렇게 쓰셨더군요. “공항에서 오는 길, 나도 남편도 아무 말 안 하고 창밖만 내다봤어요. ‘결혼시키고 올 때가 꿈 같네’ 하자, 남편이 ‘꿈이지’ 그래요. 집에 와서는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문을 잠그고 우는지 안 내려오더라고요. 헤어지고 만나고… C’est la vie(세라비), 그게 인생이죠.” 지난주엔 이러저러 속 끓는 일로 제가 또 시시콜콜 불평을 이어가자, 단 한마디로 정리해주시더군요. “다 잊어버려요. 우리, 살아 있잖아요!”
이번 주 배준용 기자가 쓴 ‘손웅정 신드롬’은 강하고도 자애로운 아버지의 속정과 눈물이 배어 있어 뭉클했습니다. 지면에 못다 쓴 이야기가 많아 배 기자가 뉴스레터로 배달한답니다. 현역선수로 뛰다 부상으로 은퇴한 뒤 네 식구 먹여 살릴 길 없어 막노동판을 뛴 이야기, 손흥민 선수의 형 흥윤씨도 어릴 때 똑같이 축구 훈련을 시켰는데 형제가 어떻게 다른 길을 가게 됐는지 전해드립니다. 제가 ‘홍대 앞 할머니’를 소재로 썼던 ‘新줌마병법’도 함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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