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은 최근 인플레이션(물가인상)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 “물가가 올라 임금상승 압력을 같이 받는 게 장기적으로 제일 어려운 과제인 것 같다”며 “사람을 많이 고용하는 기업, 특히 중소기업쪽에서 훨씬 더 어려움이 배가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13일 ‘제45회 대한상의 제주포럼’ 개막식에 앞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한 뒤,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는 대한민국의 문제라기보다는 전세계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전세계가 한 번도 긴축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고 이자율을 계속 내리고, 돈을 풀어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번 정리했어야되는 문제였는데, 계속 돈을 푸는 것으로 버텨왔던 것이 쌓인데다 미중 갈등으로 공급망 체계들이 상당히 어려워진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터져 쇼크로 다가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 회장은 앞으로 경기전망에 대해서는 “침체국면으로 흐를 것 같고 내년에도 그렇게 될 것 같다”고 관측했다. 그는 “그동안 공산품값은 계속 내려서 인플레이션이 크게 오지는 않았다”면서 “지금부터는 그 문제들을 넘어가는 쇼크(충격)가 다가오고, 여태까지 풀려있던 돈들이 인플레이션을 급속히 가중하는 역할을 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기자간담회 “경기침체 내년까지 갈듯...이재용 사면, 경제에 도움”
SK그룹의 투자계획에 대해선 “작년에 세웠던 것은 당연히 어느 정도 바뀔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지금 상황에서는 이자가 계속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전략·전술적인 형태로 투자를 지연하는 정도쯤은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재료 부문이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에 그 부문을 원래 투자대로 그대로 밀기에는 계획에 잘 안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거 때문에 투자가 밀려서 지연된다는 것이지, 안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럴 계획은 없다”고 단언했다. SK그룹은 지난 5월 향후 5년간 반도체, 바이오 등 핵심 성장 동력 강화를 위해 2026년까지 247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최 회장은 또 “그동안 숱한 사건들이 많아서 한국 기업들은 이런 쇼크 정도는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 세계 많은 기업 가운데 대한민국의 체질이 위기에 매우 강한 형태로 짜져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업인들은) 위기는 항상 올 걸로 예측하며 살고 있다”고 덧붙였다.
◇ “올해 SK 투자, 계획보다 늦출 수도…한국 기업들 숱한 쇼크 겪어 이 정도는 넘어갈 수 있을 것”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최 회장은 그동안 여러 자리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전한 ‘제안’도 소개했다. 그는 “이 정부에는 챌린지(도전)가 상당히 많다. 그래서 건건이 (해결)하기는 상당히 어려우니 몇 건을 한꺼번에, 토끼를 몇 마리 잡을 수 있는 생각을 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8월 광복절을 앞두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경제인 사면복권 문제가 거론되는 데 대해 “경제가 어렵다 보니까 (경제인을) 좀 더 풀어줘야 활동 범위가 넓어지고 자유롭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사면이) 우리 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2030 부산엑스포 민간유치위원장인 최 회장은 현재 판세에서 한국이 경쟁국인 사우디아라비아에 밀리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축구에서 2대 0, 3대 0이라 하더라도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11월에 가서 정말 승부는 까봐야 알 수 있다. 사우디를 지지 발언했던 곳도 우리쪽으로 돌아선 곳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