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 대표가 6개월 당원권 정지라는 중징계에 처해진 집권당은 주말 내내 이준석 대표의 거취 문제를 놓고 어수선했다. 대통령 측근을 중심으로 주류 세력에서는 이준석 대표가 스스로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반면, 이 대표 퇴진을 압박하면 젊은 지지층 이탈을 초래하며 국정 역량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지난 대선 경선에 출마했던 당 중진들의 반응부터 엇갈렸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자신이 과거에 했던 모진 말에 대한 업보로 받아들이라”며 이 대표에게 자중을 당부한 반면, 유승민 전 의원은 윤리위와 윤핵관이 이 대표를 몰아내기 위해 “조폭세력 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통령 핵심 측근인 장제원 의원은 9일 산악회 활동을 2년 7개월 만에 재가동했다. 장 의원은 “회원 1100여 명이 버스 23대에 나눠 타고 모여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고 소개했다. 이 대표 본인은 소셜 미디어에 자신에 대한 징계에 불만을 표시하는 듯한 모호한 메시지를 올리며 거취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국민의힘은 11일 초선·재선·중진 등 릴레이 선수별 모임에 이어 오후에 의원 총회를 열 예정이다. 국가적 재난 사태 속에 열리는 집권당 모임은 당내 분란 뒷수습에 초점이 모여질 전망이다. 취임한 지 두 달 만에 30%대로 떨어진 대통령 지지율은 여당 대표 중징계 사태로 더욱 곤두박질칠 것으로 전망된다. 인사 혼란이 윤석열 정부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가운데 과거 성추행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사퇴했다. 이 정부 들어 네 번째 장관급 인사 낙마다.
지금 우리 경제는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 등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진행되는 초유의 복합 위기를 맞고 있다. 24년 만에 6%를 돌파한 물가를 잡기 위해선 금리 인상을 비롯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총력전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가계·기업·나라 빚을 합쳐서 5000조원이 넘어선 경제 체력은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 당시보다 금리 인상에 훨씬 취약해진 구조다. 안보 환경도 심상치 않다. 언제든지 7차 핵실험을 할 수 있는 채비를 갖춘 북한은 새로 출범한 윤석열 정부를 시험할 기회를 노리고 있다. 북의 도발에 대비하려면 한·미·일 협력 체계 구축이 절실한데, 아베 전 총리의 피습 사망이라는 돌발 변수가 어떻게 작용할지도 촉각을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새로 출범하는 정권 앞에 경제와 안보 위기가 동시에 몰려 오는 일도 드문 일이다. 대선에 이어 전국 단위 선거에서 연승한 집권 세력이 스스로 내분을 일으키며 지리멸렬하는 일은 더욱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 지금 나라 안팎 사정이 그렇게 한가해 보이냐고 국민은 묻지 않을 수 없다.